“엉터리 조경설계로 현장에선 낭패…설계 감리 받아야”
“엉터리 조경설계로 현장에선 낭패…설계 감리 받아야”
  • 정대헌 기자
  • 승인 2015.04.23
  • 호수 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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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경감리원의 이야기
<인터뷰> 유재호 조경기술사·유신코퍼레이션 이사
▲ 유재호 조경기술사

감리직은 감독과 관리 일을 넘어 갑과 을 사이를 조율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조경 감리직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토털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건축 및 토목과 업역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조경감리가 필요한 사업에 적절하게 업무수행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 감리의 역할을 세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조경의 업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와중에도 조경감리원이 한국직업사전에 새로 등재됐지만 아직 정착되기까지 그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이에 유재호 조경기술사를 만나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여러 각도로 짚어 보았다.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건축 및 토목감리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에게 배울 점은 설계사, 시공사와 감리의 관계가 서로 잘 맞는다는 것이다. 설계와 시공이 중첩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될 때가 많지만 이럴 경우도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책임을 나눈다.
하지만 조경분야는 어떤가? 현재 조경감리 투입시점은 착공 전후다. 그러나 조경 공사 현장의 문제는 감리가 투입되기 전 설계에서 발생된다. 레벨이 맞고, 현장을 정확히 이해해서 적당한 공법과 마감재가 쓰인 ‘시공할 수 있는 도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설계 자체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조계산서 누락이나 도면이 통째로 빠져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감리 및 시공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설계사는 그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할 뿐이다. 결국 그 책임은 시공사와 감리의 몫으로 남게 된다. 설계회사의 잘못으로 설계사가 중대한 패널티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거나 보완설계에 그치는 정도로 무마시켜 버린다. 뿐만 아니라 설계 자체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면 시공사와 감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는 심각한 경우가 발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설계 한 부분만 놓고 봐도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다. 설계가들이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조경설계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설계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 4년을 다니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들은 물론 기초적인 기본 틀까지 현장에서의 응용은 거의 전무하다고 느낀 만큼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에 대한 애착을 갖기 위해서는 인턴과정을 통한 현장학습이 필수다. 매 학년마다 인턴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조경학 관련 교수들은 대부분 업을 하고 있지 않아 현장을 잘 모른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강의실에서 꿈을 보여주지만 경험 없는 학생들이 현장에 투입 시 현실이란 큰 벽에 직면하게 돼 쉽게 포기하게 된다. 모든 기술 분야 학문이 그러하듯 교육과 실무의 차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 발전 속도는 빠르게 된다.

발주처로 인한 문제점들을 꼬집는다면?
발주처의 가장 큰 문제도 ‘설계에 대한 책임 회피’다. 설계준공을 받아놓은 발주처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설계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공정 문제다. 건축 및 토목과 다르게 조경은 대부분 수많은 다른 작업이 동시에 병행하여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어떤 작업의 완료가 다른 작업을 개시하기 위한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으로부터 작업 목적이나 개발 담당마다 진척 상황을 표시하는 바차트가 자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경공무원들은 이런 상황표시를 무시하고 바로 공정에 들어가 문제를 야기 시킨다. 이럴 경우 최초 제출됐던 공정보다 늦어지는 일이 만연하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과 관련, 대책이 있다면?
‘조경설계’에 대한 감리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말하면 설계상의 오류에 대해 발주처나 설계자가 책임을 지는 제도적 장치와 설계도면을 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발주처는 설계도면을 검수할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 감리’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시공자도 감리업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품질과 공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가져야 한다. 즉 시방기준 혹은 감리의 업무절차 등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감리원이 되기 위한 자질과 애환이 있다면?
토목 및 건축 관련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설계와 시공을 모두 경험해 봐야한다. 설계 과정을 모를 경우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감리원으로서 힘든 점은 현장배치를 받지 못해 재택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 할 때다. 이럴 경우 기본 수당의 50% 정도만 지급 받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잦은 지방 출장들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아 외롭다.
또 하나는 조경감리로써 발주처와 시공사 사이에 있는 내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공정과 관계없이 감독과 시공사 사이에서 접점을 맞추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경학과를 졸업해도 모두 조경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식이 쌓이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을 만나보면 조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경학과를 막 졸업하고 업계로 뛰어들어 고생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꿈을 지켜 나가다 보면 조경분야에서 얼마든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꾼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대헌 기자
정대헌 기자 jdh5989@latimes.kr 정대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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