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자스주의 대표적인 원형경관인 ‘Konza Prairie’ 생태투어 참가자들

미국조경학회 CELA(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가 2015년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캔사스주 맨하탄에 있는 캔사스주립대에서 미국 내 주요대학 조경학과 교수, 학생, 유관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연구해 온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회는 연구성과 346편을 Design Education & Pedagogy, Landscape Planning and Ecology 등 12개 분야로 나누어 발표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CELA란 직역하면 조경교육자위원회 혹은 조경교육자협회 정도로 볼 수 있으나 실제 기능은 학회이므로 미국조경학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20년에 설립되어 2020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100주년 콘퍼런스는 창립의 의미를 기리는 뜻으로 제1회 콘퍼런스가 개최되었던 하버드대로 정해졌다고 한다.

CELA는 주요 멤버가 주로 미국 내 조경학과가 소재한 대학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미국 국내의 조경학회로 규정되기 쉬우나, 행사의 면모를 보면 일찌감치 국제학회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이번에 참가한 나라는 한국, 중국을 비롯하여 케나다, 터키 등 14개국에 이른다. CELA는 회원들을 지역으로 분할하여 관리하는 Region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Region 8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말레이시아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에서 회원 신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내친김에 2017년 혹은 2018년에 중국에서 CELA 개최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CELA가 교육자 위원회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이유는 미국 내 조경관련 기관의 역할과 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CELA는 각 대학 조경학과의 교육자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을 이끌어 가고, CELA를 중심으로 5개 연계기관, 즉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CLARB(Council of Landscape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s), LAAB(Landscape Architectural Accreditation Board), LAF(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 그리 CSLA (Canadi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이 CELA와 연계되어 교육과정, 교육방향 등을 정해 나간다. 즉, ASLA는 조경업체 연합, CLARB은 조경 자격증 인증 관리, LAAB은 조경학과 커리큘럼 및 시설 인증, LAF의 조경 학문 지원을 맡고 있고, 이들 기관은 캐나다의 조경분야도 더불어 지원하고 있다. 특히, ASLA는 백악관에 조경분야 관련 보고서를 직접 제출해서 정책화할 정도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연계기관이 CELA 콘퍼런스에 모두 참석하여 총회에 보고를 한다.

올해 CELA에서는 Communication & Visualization, Design Education & Pedagogy, Design Implementation, History, Theory & Culture, Landscape Performance, Landscape Planning & Ecology, People-Environment Relationships, Research Methods, Service Learning, Sustainability, Urban Design 그리고 Film Track의 총 12개 분과로 구성되어 학회가 진행되었다. 이들 분과 중 몇 개 분과는 LA CES트랙으로 지정되어 있다. LA CES란 Landscape Architecture Continuing Education System의 약자로 직업적으로 조경기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정의 교육을 학회 발표를 듣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술자격 취득자가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학회에 참석하여 발표를 듣고, 이를 좌장에게 확인받으면 교육을 받은 것으로 대체되는 제도이니 학회에서는 연구발표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선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CELA의 명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 기조강연 연사와 패널들이다. 이번 CELA의 기조강연은 Lauren Bon이 맡았다. Bon은 LA를 근거로 활동하면서 그가 설립한 The Metabolic Studio에서 진행중인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영상에 담아 전위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보는 기법을 선보였다. 패널로 참석한 이들은 Richard Forman, Wes Jackson 그리고 Kristina Hill이다. Richard Forman은 경관생태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독했을 Landscape Ecology(1986)의 저자이며, Wes Jackson은 Nature as Measure(2011)의 저자이며 대안 노벨상으로 알려진 Right Livelihood Award(Stockhoml)을 2000년에 수상한 The Land Institute의 대표이다. 그리고 Kristina Hill은 Ecology and Design: Frameworks for Learning (2002)의 저자이다. 이런 쟁쟁한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석학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토크쇼를 진행하였다. 기조연사와 패널 말고도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있는 Randolph Hester교수 등도 분과에서 자기 연구를 평범하게 발표하는 모습은 상당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번 CELA 2015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한국인 교수 및 대학원생들의 활약이 눈부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많은 한국인교수들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CELA를 통해 연구발표는 물론 정보교류의 장으로 삼고 있다. University of Maryland의 권병숙 교수, Texas A&M University의 이차남, 김준현 교수, Texas Tech University의 박소현 교수, University of Georgia의 김선경 교수, University of Kentucky의 구자영 교수, Kansas State University의 김형진 교수, Clemson University의 장혜정 교수 등은 물론 미국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밟고 있는 박사 및 각 대학 대학원생들의 눈부신 발표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한국학회가 봄과 가을로 나누어 하루씩 연중 2회를 개최하는 것과 달리, 국제학회는 대체로 며칠씩 개최되므로 일정 중 필드트립을 프로그램에 넣어 관심 지역을 답사하거나 개최지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번 맨하탄 학회에서는 총 7개의 필드트림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는데, 조경분야의 관심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프로그램도 다양하였다. 프로그램 중에는 스케치 투어도 있었는데 투어가 끝나고 전시를 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Kansas주의 대표적인 야생초원경관인 Konza Prairie 생태투어를 다녀왔다.

마지막 날 Business Lunch & Awards 시간에는 다양한 시상식이 이뤄졌다. 이번에 새롭게 CELA 회장에 Texas A&M 대학교 조경학과 Dr. Ming-Han Li가 취임을 하였다. Dr. Li는 회장연설에서 멘토링을 주제로 소통을 강조하였다. 한국인 교수로 CELA 지역위원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준현교수는 학술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6년 개최지는 Salt Lake City에서 Utah State University가 주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번에 CELA를 참석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미국 조경계가 시스템으로 잘 연계되어 학, 산, 관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CELA나 ASLA 등과 같이 독립적으로 각 기관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았지만, 이들 기관이 매년 CELA 콘퍼런스에서 상호 보고하고 논의한 사항이 곧바로 각 대학의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고,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정부 정책에도 관여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미국 내 한국인교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짐에도 국내와는 네트워크가 잘 연계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세 번째로 CELA에서 아시아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한국인교수들의 활약도 있지만 중국계 교수들의 약진도 눈에 뛴다. 이번에 CELA 회장에 Dr. Li가 취임을 하고, 지역위원장(Regional Director)에 김준현교수가 동시에 활동하고 있는 것은 CELA 창립 이래 최초의 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CELA는 자연스럽게 아시아 조경계와 연계를 생각하고 있고, 2017년 경에는 아시아에서 CELA 개최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CELA에 따르면 CELA의 개최는 굳이 CELA의 회원이 아니더라도 대학교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이 가능하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CELA를 개최하여 우리 조경계가 위상도 높이고 세계로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CELA 회장 취임 연설중인 Dr. Ming-Han Li 텍사스 A&M대 조경학과 교수

 <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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