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오늘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고 있다. 그것은 대형 참사와 국민적 아픔을 겪은 이후에는 무엇인가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불감증이 사라져 참사가 줄었나, 국가재난시스템이 제대로 복원되었나? 사고원인과 책임자가 밝혀지기기를 했나? 아직도 국민들은 작년 4월 팽목항 그 부두에서 떠나오질 못한 채 머물러 있다. 1년이란 세월, 참 부질없다.

많은 국민들이 다시 우울해지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어느 외국인의 선행이 감동을 주고 있다. 93년 작고한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가족들이 팽목항에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했으며 1주기를 맞아 가족들과 방문해 직접 나무를 심었다.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이 숲은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는 은행나무가 심어지며, 가을이면 노란빛으로 물드는 은행잎은 노란 리본을 떠올리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트리 플래닛’이라는 사회혁신기업이 소셜펀딩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햅번의 큰아들이자 재단 회장은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우리는 이번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온 모든 분을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명료한 지혜를 되찾아, 더욱 성숙한 미래를 꿈꾸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세월호 가족들도 위로를 받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국가재난 시대를 맞아 재능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 서울광장에 한국조경사회가 성금과 재능기부 형식으로 조성한 ‘노란 리본의 정원’에는 많은 조경인들이 참여했다. 450㎡규모로 조성됐던 이 정원은 쉼표 모양을 형상화했는데, 유족과 국민의 눈물을 상징하며, 희생자 영혼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도록 했으며, 앞으로 살아갈 국민도 숨 쉴 수 있기를 희망하는 뜻을 담았다.

안산시 단원고 주변에서는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원예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담벼락에 꽃길을 조성하는 등 활동이 전개돼 큰 슬픔과 상심을 겪고 있던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원예치료’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적인 상태의 향상을 위해 식물과 정원 가꾸기 활동을 하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초등학생들에게는 아이들의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성취 동기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노인 및 장애인에게는 자신감 회복 및 사회적 소외감 극복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우리들의 정원가꾸기, 원예치료 등의 활동이 잔잔하게 감동을 주고는 있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 등과의 활발한 교류와 참여가 미진한 상태다. 이런 부분의 활동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나눔과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오드리 햅번이 남긴 말을 옮긴다.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네가 더 나이가 들면 두 번째 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논설실

키워드
#조경 #세월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