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균(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최근 조경업계가 불황으로 줄 도산하였거나 인원 감축 등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조경산업이 건설분야의 제비 뽑기식 수주방식에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국내외 경제가 불황으로 건설업이 침체되어 조경산업 발주량이 현저하게 적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평생고객’ 창출에 소홀했던 탓으로 보인다.

조경업의 고객은 어디에 있었고, 얼마나 있었으며, 장기적으로 조경의 인프라를 구축할만한 고객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때 조경산업계는 고객창출에 너무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조경업계에 고객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현시대에 있어서 기존 고객 유지의 지속성이 낮고, 신규 고객창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수주방식에 의존한 과거 조경산업 경영방식에서 기회주의적 또는 줄타기식 고객관리가 주를 이루어서 호경기나 불경기 속에도 지속 가능한 고객이 되어 줄만한 조경의 다양한 영역의 사업 창출과 새로운 고객 창출에는 관심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조경산업이 건설업에서 수주방식 외의 또 다른 고객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 비하여 유럽의 조경은 수주방식 이외에도 일반고객이 많이 있어서 불경기에도 큰 타격 없이 안정적인 조경산업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정원산업은 수주방식의 조경산업 보다도 더 크고 다양한 분야에서 불경기에도 꾸준히 안정된 정원산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평생고객들이 많이 있다.

이상적인 기업경영은 호경기나 불경기에도 꾸준히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기업 존속의 이유이기도 하며, 존속 기반이기도 하다. 모든 산업에는 고객이 있어야 기업이 있다. 고객 없는 기업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 경제사회에서 고객은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볼 때 조경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고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단기적인 고객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조경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고객 창출이 필요하다. 고객 창출은 기존 조경산업의 주된 영역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소홀히 하였던 영역이나 새로운 영역에서도 개척되어질 수 있다. 그동안 조경산업이 주로 조경식재와 시설물 그리고 설계용역 위주로 경영되어 왔다면 아직 관심 밖에 있던 토목, 건축, 도시계획, 환경, 설비, 원예, 생물 및 생태, 임업, 농업, 미술, 음악, 체육 등의 분야와 공유하는 틈새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객창출에 있어서는 신규고객을 찾은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고객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 기업경영에서는 기존의 고객이 재구매 또는 재이용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을 하거나 추천의사가 있는 충성도 높은 고객은 물론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탈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이용하거나 재구매를 하는 알파고객(alpha consumer) 창출을 중요시 한다.

‘알파 고객(alpha consumer)’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도 이탈하지 않고,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 매장 또는 사람에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최고의 고객으로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그런 상태를 유지할 의향이 높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거나 추천할 의향을 가진 최고의 고객’(이성동, 2008) 이다.

고대에서부터 정원문화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 그리고 알파 고객이 많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일례로 영국 내에서 왕실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이 있는 귀족으로 일컬어진 데본셔 가문의 9대 공작(Duke of Devonshire)인 조지 스펜서(George Spencer)는 세 살 아래인 정원사 조셉 팩스턴(Joseph Paxton, 1803-1865)과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32년간이나 우정을 나누고(오경아, 2010) 조셉 팩스턴이 유명한 정원사가 될 수 있는 평생 후원자 역할을 해준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도 성실한 정원가들은 호경기나 불경기에 관계없이 알파고객에 의한 정원만들기와 가꾸기에 안정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도에 사업기반을 둔 더가든의 K 대표를 들 수 있다. 그는 지리적으로 육지과 멀리 떨어져 있어 거리상으로 왕래가 쉽지는 않지만 생물학, 생태학, 조경미학, 토양학 등의 다방면의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정원만들기와 가꾸기에 대하여 고객에게 성실하게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원철학을 소신 있게 밝히고, 프로의식을 갖고 명품정원을 만드는 카리스마로 고객과 상호 신뢰와 믿음을 돈독히 함으로써 그의 고객들은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충성도가 높은 알파고객들이 많이 있다. 그의 알파고객들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내 불경기에도 탄탄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고객을 창출해 주고 있다.

알파 고객들은 입소문에 의하여 ‘조경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들이 조경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냄으로써 자발적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조경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꾸준한 조경문화를 확산 시키는 특급 고객들이 되는 것이다. 작금의 조경산업이 국내경제와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래 조경분야의 비전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모색하여 잠재 알파고객을 창출할 때 새 희망의 조경분야 발전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단기 수익만 좇는 경영은 서서히 죽어가는 길이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우리 조경산업도 근시안적인 수주산업 방식을 초월하여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달성 전략을 모색하여 호경기나 불경기 어느 상황이든 변함없는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잠재 알파고객 창출에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알파고객은 머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큰 것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 하나를 잘 실천할 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 대지의 새싹들이 힘찬 돋음을 시작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조경인의 현명한 노력으로 알파고객이 많은 조경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김도균(객원 논설위원·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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