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요섭 (사)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지난 3월 22일 인천 강화도 소재 캠핑장 화재로 인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국민들은 언론매체에서 뿐만 아니라 현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사고영상을 접하면서 전기전열기구 과열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벌어진 충격적인 인명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 펜션 바베큐장 화재사건으로 전남 모 대학 동아리 졸업생과 재학생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5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런 대형 인명사고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이런 안전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결국 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허술한 사회의식과 시스템부재로 국민안전이 위협당하는 수준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야영장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사설 캠핑장의 경우 자신이 소유한 산지, 계곡, 하천 등에 무등록 임의시설로 설치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만약의 일어날지 모를 산사태나 하천범람, 무분별한 전열 또는 취사기구 사용 등 재난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이런 열악한 시설과 운영시스템으로는 안전은 고사하고 언제 터질지 모를 사고에 두려움을 넘어 국민안전이 대단히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또한 이런 안전사각지대에 방치된 시설과 운영으로는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보상뿐만 아니라 안전대책은 현재로선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오토캠핑장의 경우 자동차 한 대당 텐트를 칠 수 있는 50㎡이상 용지와 상하수도시설, 화장실, 전기시설이 구비돼야 하고, 일반 야영장은 15㎡이상 부지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글램핑의 경우 야영장비 일체를 갖추고 인화성이 높은 텐트 속에 TV, 컴퓨터, 침구류, 전열기구 등 전기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어 화재 등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30.5%가 캠핑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캠핑인구 400만 시대를 외치며 레져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분야로 정착하여 점차 확산일로로 가는데 반해 정부의 대응은 안타깝게도 시대의 정서를 따르지 못하는 형국이다.

연이은 화재 안전사고가 국민을 불안케 하고 비난 여론이 들끓게 되자 비로소 정부의 사후약방문식의 후속 조치가 최근에서야 내려졌다. 전국에 산재한 약 1800여 개 캠핑장 모두를 전수조사해 미등록 시설은 다른 업종 전환 또는 폐쇄조치키로 결정한 것이다.

캠핑문화가 국민의 여가생활로 매우 중요하게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여기에 부합하는 제반 법령이나 시설기준이 미흡해 규제 사각지대로 남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캠핑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600여 개의 민간 사설캠핑장은 물론이고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캠핑장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안전 관리법령이나 시설기준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필자가 지난 3월에 독일 캠핑 관련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전시회에서 느낀 점은 유럽의 캠핑 관련 산업이 일반 국민들에게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일상이고, 그러한 레져활동이 국민 여가 정서와 행복지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캬라반(캠핑캐리어 또는 캠핑차량)시장 규모는 전시장 10개의 전시관 중 2개의 대형 로열전시관을 모두 차지할 정도의 엄청난 규모였다.
유럽인에게 캬라반은 레져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캠핑문화의 중심에 있었고, 캐리어 형태의 소형저가에서부터 대형버스리무진 고가 캠핑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전시품을 관람 할 수 있었다. 이런 캬라반 캠핑문화가 일반화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긴 휴가문화와 유럽 각지에 드넓게 조성된 오토캠핑장이라는 인프라가 있기에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동초소나 농막시장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데, 유럽에선 모빌하우스라는 장르로 현대주택으로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높은 품질의 다양한 형태의 전시품을 볼 수 있었고, 그 밖의 천막 텐트류에서 캠핑용품까지 그동안 보았던 어떤 전시회 보다 규모면이나 내용면에서도 새로운 정보와 상품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던 좋은 전시회였다.

유럽 캠핑레져 문화가 이렇게 훌륭하게 발전되고 정착되기까지는 그곳에서도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캠핑레져 문화의 성장통(?)을 겪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 외국의 캠핑레져문화가 성장해온 안전사례를 면밀히 조사해 안전기준에 적합한 국민레져문화를 준비하고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2000년 이후 아웃도어 관련 시장 성장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등등하다. 상위 그룹 몇몇 업체들은 연매출 5000억에서 8000억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경쟁하고 있다.

억지일지 모르겠지만 캠핑시장과 아웃도어용품 시장 그리고 조경시장은 매우 연관성이 높아보인다. 캠핑은 기본적으로 자연경관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우리 조경산업도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성장해왔으며, 도시 속에서 어떻게든 조경을 통해 자연경관을 지키려고 고군분투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엔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들이 운영관리하고 있는 공원을 캠핑장으로 개방하거나 조성해 레저문화를 즐기려는 시민과 캠퍼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조경인들이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보다 능동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 이끄는 위치에 하루속히 서길 간절히 바란다. 그 이유는 어떤 다른 분야 업계 보다 조경업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김요섭(객원 논설위원·(사)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키워드
#조경 #김요섭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