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열린‘2015 공동총회 및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전통정원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방지원도와 화계를 한국전통정원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삼고 있는 기존 이론을 부정하고, 누정과 주변 자연경관을 포함한 ‘누정원’이 한국전통정원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내용이 발표돼 향후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 없는 개인적인 이론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도전적인 가설에 대한 검증과 한국전통정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한국조경학회·한국전통조경학회 공동총회 및 춘계학술대회’에서 김성균 한국조경학회장은 ‘한국전통정원의 정체성’에 대한 발제를 통해 방지원도로 대변하는 한국전통정원을 부정하고, 누정원을 한국전통정원이라고 주장했다.

김성균 회장은 “방지원도, 화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즐긴다는 한국전통정원 특징이 지금도 유효하냐라는 의문에서 연구가 시작됐다”며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궁궐 속에 있는 ‘방지원도’를 한국전통정원을 대표하는 특성으로 말하기 곤란하며, 경사면 처리를 위한 방식을 ‘화계’라는 이름으로 한국전통정원의 양식으로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즐긴다는 한국전통정원의 특징 역시 소쇄원이나 부용정에서도 확인했듯이 이용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 것으로 이 역시 한국전통정원의 특징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누정 즉 정자는 전국에 4000여 개가 있으며, 그 안에 우리 문화가 녹아 있다. 누정과 그 주변 자연경관을 포함한 ‘누정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정원이다”고 강조했다.

누정원은 ▲뚜렷한 장소성 ▲정자는 특정인이 담겨있으며 ▲마을주민이 공유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기점 ▲건축물이 없으면 대, 바위라고 칭해서 경관을 즐겼다는 특징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우리 조상은 만들어서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정신적인 즐거움으로 경관을 즐겼다. 특히 정자에서 시를 쓰는 게 한국 문화다”며 “문학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한국정원은 지속 가능한 정원이다”라며 한국정원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우경 고려대 교수는 “한국전통조경학회에서 35년 동안 발표된 1100여 편의 연구결과를 뒤집는 내용이며, 기존이론을 뒤집으려면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방지원도는 중국과 일본 정원에는 거의 없으며 한국정원에만 나타나는 대표적인 한국전통정원의 특징이며, 화계에 대한 사례는 많이 등장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자연을 훼손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창덕궁 후원 10만 평 중에 사람이 이용하는 최소한의 범위로 5% 정도를 개발했는데 이를 훼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되물었다.

이어 심 교수는 “정원문화는 내원과 외원이 있다. 누정은 외부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한 외원 중 하나일 뿐 한국전통정원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균 회장이 제안한 누정원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한국전통정원에 대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가설을 던졌는데, 이에 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며 두 학회 내 위원회급 조직을 신설해 검증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조 교수는 “우리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해 한국정원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두 학회가 협력해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계복 한국전통조경학회장이 ‘정원의 정체성, 과거와 미래’에 대한 발제를 통해 불국사, 창덕궁, 경복궁 등의 복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원형경관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진상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담장, 연못, 누정 등 전통정원 요소를 설계할 때 조경에서 하지 못하고 건축에서 설계하게 되어있는 문화재수리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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