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물에 수목을 끌어들인 퍼걸러

“2015년 콘셉트는 캐주얼이다”
패션업계의 동향이 아니다. 조경시설물 디자인업계의 트렌드다. 환경시설물디자인그룹 (주)자인(대표 박주현)은 2015년도 시설물디자인 콘셉트로 ‘캐주얼’을 제안했다. 편안하고,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캐주얼을 도시 속 정적인 요소인 휴게시설물에 접목시킨 것이다. 패션과 조경의 결합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해 가는 자인은 해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하며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런칭한지 3년째를 맞은 놀이시설 브랜드 ‘키젯’ 역시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글시리즈’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한층 성숙해졌다. 조경시설물과 놀이시설을 앞세워 새로움을 창조해 가고 있는 환경조경시설물디자인그룹 자인디자인팀을 찾아갔다.

자인은 해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하며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 자인에서 제안한 콘셉트는 ‘캐주얼’이다. 시설물의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부여했다. 회색도시에 무채색계열의 무감각한 디자인이 아닌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통해 도심 속 공간의 오브제 역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캐주얼은 패션의 컬러와 패턴을 시설물의 편의성에 조합한 것으로, 패션과 시설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2014년에는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적 느낌을 결합한 ‘한-스토리’와 시설물에 녹지를 끌어들인 ‘더 스타일 오브 포레스트’를 적용했다. 한 스토리의 경우 조각보, 옷고름, 처마의 라인 등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감각에 접목시켜 세련미를 더했다.

또한 2013년에는 절제된 선과 구성의 테크니컬이 결합되어 심플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아티-젠’을 제안했으며, 2012년에는 포인트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한 ‘더 스타일’, 2011년에는 아이티와 에코가 결합된 친환경적 설계를 통해 그린솔루션을 구현한 ‘IT+에코’을 출시하는 등 해마다 다른 콘셉트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2008년 자인에 입사해 어느새 디자인팀을 책임지고 있는 구민건 책임디자이너는 “콘셉트는 누구의 지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패션, 건축, 가구,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트렌드 및 시장 조사 그리고 지속적인 토의를 통해 잡아간다”고 말한다. 다만 철저한 사전조사 과정에서 같은 업종의 디자인은 참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올해 콘셉트로 제안한 ‘캐주얼’ 역시 조경과는 거리가 먼 패션에서 가져왔다.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칼라를 시설물에 접목시킨 것이다.

캐주얼이 접목된 퍼걸러를 보면 지붕과 기둥의 기하학적 구조의 안정감속에 초록색 기둥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지붕과 하늘이 투영되는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ㅅ자 주택의 지붕형태를 통해 안정감을 주면서 초록색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칼라를 통해 포인트를 준 점이 특징이다.

자인은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한다. 시설물업체라면 디자인만큼 영업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는게 당연하겠지만, 자인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최고의 디자인과 품질이 최고의 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 출신인 박주현 대표의 성향 때문이다. 그런 탓에 자인의 디자인은 업계를 리드해 가고 있다.

자인이 업계를 리드해 가는 것은 디자인을 핵심가치로 지향하는 바도 있지만, 30년 이상 목수경력을 가진 직원이 장인정신을 갖고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최고의 디자인에 장인의 손길이 합쳐진데다, 디자인부터 제작 그리고 시공까지 일체화 되어 있는 시스템이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김범회 본부장은 “사실 디자인을 아무리 잘해도 제작과정에서 장인정신이 없다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인 제품은 디자인에서 제작과정까지 디자인너가 직접 관여하고, 30년 경력의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며 디자인부터 제작과정까지 일체화된 시스템의 강점을 설명했다.

제품을 외주를 줘서 도면 1장으로 끝나는 일반적인 업체와 달리 자인은 기본적인 도면 1장 외에도 볼트구멍 크기에서부터 유리두께까지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도면을 수십 장 그린다. 이후 공장으로 보내기 전 제작도면과 공장을 관리하는 담당자인 백인경 책임디자이너 손에서 디자인팀과 공장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오류를 잡아 낸다. 백 책임디자이너의 역할이 카달로그 속 이미지와 제품과의 오차를 최소화 하는 비결이며, 이게 바로 품질로 연결된다.

실제로 자인제품은 카달로그의 이미지와 현장에 설치된 제품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업체에서 CG를 가져오면 안 믿는다. 하지만 자인에서 가져오면 믿는다고 지자체 담당자의 말한다”고 강조하는 김범회 본부장의 표정에 뿌듯함이 묻어난다.

해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며 트렌드를 리딩해 가는 자인의 디자인팀 구성원은 자부심이 상당하다.
구민건 책임디자이너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내 손을 거쳐 간 모든 제품에 애정이 간다”며 “2008년 입사한 이후 초창기에 디자인한 제품이 있는데 반응이 없어서 안 나가나 했다. 그런데 카달로그에 실린지 5년 만에 팔려나가는 걸 보면서 뿌듯함 밀려왔다”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설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기 마련이다. 안양 평촌 허브공원에 설치된 벌집파고라가 그것이다. 김 본부장은 “평촌 학원가 부근에 있는 공원의 전체적인 컨셉트가 쉼이었다. 그래서 쉼에 맞는 디자인으로 벌집파고라가 나왔다. 그런데 디자인보다 제작과 설치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면서 육각형 모양의 조각 여러개를 붙여서 지붕을 만드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각도까지 감안하느라 매우 힘들게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자인 디자인팀은 2016년도 디자인 콘셉트를 잡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매주 금요일 그 주에 서치하고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고 다른 디자인 혹은 설계업체처럼 야근을 하지도 않는다. 카달로그 제작할 때만 하는 야근도 9시면 퇴근한다는 게 디자이너들의 설명이다.

입사 1년차 디자이너는 팀원간 소통에 만족감을 느낀다. 김서연 디자이너는 “컨셉트를 잡아가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발표와 토론하는 것도 그렇고 사적인 대화를 나눌때도 팀원간 커뮤니티가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디자인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우리처럼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우리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강조하며, 회사에 있는 커피머신과 유부남인 남직원들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점도 자인의 장점(?)으로 뽑았다.

삶의 여유와 쉼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인’과 새로운 놀이세상을 꿈꾸고 있는 ‘키젯’이 환경디자인그룹 자인이 지향하는 가치다. 특히 조경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패션, 가구, 건축, 푸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비전을 제시한다.

구민건 책임디자이너는 “자인은 끊임없이 디자인의 다양성에 무게를 두고 매번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실험하고 있다”며 새로움을 향한 디자인적 욕심을 내비친다.

“자인은 외부환경시설물 디자인 분야에서 부드러움과 독특함으로 우뚝선다는 의미로 ‘자연&인간’을 생각한 휴머니즘적 디자인을 추구합니다”라고 사무실 벽에 적혀 있는 글귀처럼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휴머니즘적 디자인’을 향한 자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 환경시설물디자인그룹 (주)자인 부설 디자인연구소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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