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전통조경학회는 6일 오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궁궐 정원의 정체성 확립과 원형 경관 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전통조경학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궁궐 정원이 변질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 문제를 해결해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창덕궁 후원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당시 정밀한 고증 없이 임의로 정비돼 경관이 변질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됐다면서 하루빨리 원형 경관을 복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안계복)는 6일 오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궁궐 정원의 정체성 확립과 원형 경관 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조선 시대 궁궐 중 창덕궁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가 제기됐으며 원형복원 시점과 원형경관 등에 대한 발제가 이뤄졌다.

▲ 정우진 고려대 박사

정우진 고려대 박사는 우선 그동안 궁궐 후원이 유희와 휴식 기능 등 일부분만을 부각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후원은 조선의 통치문화와 왕실문화가 결합해 만들어진 복합체”라며 “그동안 후원을 바라보는 단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조선궁궐 후원의 가치를 높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궁궐이라는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개개 전각의 복원에 초점이 맞춰진 복원은 자칫 궁궐을 역사 테마파크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 박사는 또한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초기 정비과정에서 변질해 버린 경관이 고착되면서 원형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특히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당시 이루어진 두 차례의 ‘창덕궁·비원 보수정화 공사’에서 정밀한 고증에 따라 조경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본래 경관이 훼손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된 것을 지적했다.

정 박사의 설명을 따르면 당시 정비 과정에선 관람 편의를 고려해 지형의 변조를 동반한 공원식 조경이 이뤄졌고 검증 없이 많은 시설물이 철거됐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더 큰 문제는 창덕궁 후원이 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임의로 정비되어 본래 경관을 해쳤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태는 원형복원에 관한 시도 없이 근 40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면서 “조선 궁원의 대표인 창덕궁 후원의 원형경관 회복과 가치회복, 이에 대한 국민 이미지의 고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박사는 창덕궁 후원의 몇 개 영역을 선정해 원형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춘당대는 조선 시대 궁궐 후원 정사의 심장부였고 인재를 등용하는 산실이었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창덕궁과 창경궁 사이에 인위적인 관리용 경계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춘당대가 억지로 분리되어 버렸다”며 “아쉽게도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런 상태는 유지되고 있다. 춘당대의 동쪽 부근에는 창경궁과 경계식재로 소나무 군식지까지 조성됐는데, 향후 조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보단 영역의 발굴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창덕궁·비원 보수 정화 공사에도 대보단은 제외되었으며 그동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래나무를 보호하는 완충공간으로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다”며 “대보단은 창덕궁에 역사적 실체로 존재했던 그리고 조선 후기 시대성을 보여주는 역사문화경관이다. 발굴조사를 통해 남아 있는 지형과 유구를 수습, 정리하는 작업은 문화재 보존과 관리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 안계복 전통조경학회장

안계복 전통조경학회장은 창덕궁 원형 복원과 관련 ▲어느 시간대를 대표적인 원형복원 시점으로 삼을 것인가 ▲어느 것을 대표적인 원형경관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안계복 학회장은 “경복궁이 ‘1395년에 첫 번째 만들어진 원형’보다는 ‘1888년의 가장 좋았던 원형’에 맞추어 복원되는 것과 같이, 창덕궁도 약 500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에 맞추어 원형경관이 복원되어야 한다”면서 “동궐도의 원림 수목은 상상으로 그려졌다기보다는 ‘첫 번째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원형으로 삼아서 원림을 그렸기 때문에 동궐도를 밑바탕으로 창덕궁의 원형경관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랜 시간 속에서 대표적인 원형 공간을 학계 공동의견으로 찾고 그것을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후원에서 일어난 문화활동까지 복원해 진정한 원형경관을 복원하는 일을 학회가 앞서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상철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 교수

진상철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 교수는 우선 궁궐 정원이라는 용어와 관련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상철 교수는 옛 기록에 나타난 정원과 관련된 용어인 정, 원, 포, 유, 원유, 원림, 정원 등을 용례로 구분해 그 쓰임을 설명한 뒤 “정원은 고문헌에서 조선시대 숙종 때까지 그 용례를 찾기 힘들며 통용되어 쓰인 용어로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궁궐 정원이나 별서 정원은 맞지 않은 용어”라며 “담으로 둘러싸인 곳은 궁궐 정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영역을 포괄해서는 궁궐 정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이어 “동궐도 그림의 절반 가량이 후원이다. 동궐도에 그려있는 창덕궁 궁원은 조선 시대 조경문화의 표상이며 우리나라 조경 양식을 대표하고 있다”며 ‘동궐도에 담겨있는 우리나라 조경’을 주제로 ▲조경구성요소의 영역별 고찰 ▲동궐도에 담겨있는 조경요소(식재수법, 지당, 괴석, 화계 등 조경시설물)의 특징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학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심우경 고려대 명예 교수를 좌장으로 오구균 호남대 교수, 조운연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장, 정종수 한국전통문화대 전 교수, 이충현 KTV 기자 등의 토론이 이뤄졌다.

▲ (사)한국전통조경학회는 6일 오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궁궐 정원의 정체성 확립과 원형 경관 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주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정우진 고려대 박사, 진상철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 교수, 오구균 호남대 교수, 조운연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장, 심우경 고려대학교 명예 교수, 정종수 한국전통문화대 전 교수, 이충현 KTV 기자

 

▲ (사)한국전통조경학회는 6일 오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궁궐 정원의 정체성 확립과 원형 경관 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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