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식물은 다른 생명체 생명의 근원이다.
수목을 비롯한 식물은 햇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유기물을 합성하는 1차 생산자(Primary producer)로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영양체이다, 이들이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에너지는 자신의 생명활동을 위해 사용하며 남는 것은 생물질(biomass)로 축적한다.

반면 식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생물과 동물들은 자신의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다른 생물에게서 얻을 수밖에 없는 종속영양체이다. 이들은 1차 생산자인 식물이 축적해놓은 생물질을 직접 사용하는 1차 소비자로부터 2차 소비자, 3차 소비자 등으로 먹이사슬(food chain)을 형성하면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식물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수목과 병해충은 공생관계에 있다.
우리는 수목을 관리할 때 대부분의 시간과 비용을 병해충 방제를 위해 투입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관행은 수목과 병해충 간의 관계를 고려하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목의 피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생물이나 곤충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기주(寄主, host)인 수목의 일부를 직접 섭취할 때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1차 소비자들을 우리는 병원체나 해충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공생관계를 기생(寄生, parasitism)이라고 한다.

이러한 1차 소비자들은 다시 다른 미생물이나 곤충의 에너지원이 되어 먹이사슬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들 2차 소비자를 우리는 길항 미생물, 천적·포식자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1차 소비자인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면, 이들은 물론 2차 소비자인 길항 미생물이나 익충도 같이 제거되기 때문에 병해충 발생을 억제하는 생태계 메커니즘이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농약 살포를 통한 병해충 방제는 그 피해가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삼가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병해충을 관리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특정 병원체나 해충은 특정 수종에만 기생하는 성질인 기주특이성(寄主特異性, host specificity)이 있다는 것이다. ‘송충이가 가랑잎을 먹으면 죽는다’라는 옛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특성은 특정한 기주와 기생체가 장기간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면서 같이 진화(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해오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목은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고, 병해충은 자신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제공하는 수목이 죽지 않을 정도로 공격의 강도를 조절함으로서 공생하는 현명한 전략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병해충은 미관을 부분적으로 해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서둘러 농약을 살포할 필요는 없으며, 적극적인 방제 대책은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듦병 등 몇몇 병해충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수목은 사람이 죽인다.
우리가 수목을 보호하기 위해 병해충 방제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실제로 수목은 사람에 의해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두고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수목을 해치는 최대의 천적으로 등장한 것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인데 이때부터 농경지를 넓히기 위해, 정착에 필요한 주거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목을 벌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훼손활동은 인구가 증가하고, 민족 간 전쟁에 필요한 무기제조를 위한 야금(冶金, metallurgy)에 숯이 사용되면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야금을 위한 숯의 수요는 산업혁명을 앞두고 절정에 달하여 영국의 산림 대부분이 이 때문에 파괴되었으며, 만약 석탄을 이용한 제련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철강수요 때문에 지구 산림은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간의 수목에 대한 의존도는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화전식 농업을 위한 열대우림에 대한 방화와 연료, 건축, 종이 등 다양한 분야의 수요 증가로 세계 산림은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앞선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주변 수목의 대부분도 우리의 신중하지 못한 수종선정과 식재 및 식재 후의 무관심, 수목의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사업과 공사, 무분별한 줄기와 가지 제거 등 인간의 그릇된 관리관행 때문에 죽어가거나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조경을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이식한 1000년 된 느티나무가 고사했다든가, 제초제를 뿌려 강변 조망을 가리고 있는 소나무와 느티나무를 죽였다는 등의 기사는 우리의 무모함과 식재환경을 무시한 수종선정이 초래한 다양한 수목 피해사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연재를 마치면서
이러한 인간의 무책임과 무지 때문에 우리 주변의 수목이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우리의 그릇된 수목관리 관행을 바로잡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2013년 7월부터 시작한 연재가 어느덧 40회를 맞았다.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 연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큰 힘이 되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나무가 받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다.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 된다.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라는 말을 되새기고 다 같이 나무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잊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이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오랫동안 귀한 지면을 할애해 준 한국조경신문사와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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