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은 조경의 날이다. 그간 조경계에서는 십수 년간 ‘조경주간’ ‘조경문화제’ 등의 행사를 하면서 조경의 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날짜를 정해서 공표했다. 신라 왕궁의 후원으로 삼국통일을 전후로 조성하기 시작하여 674년에 완성한 안압지 축조에 대한 기록 중에 3월 3일이 나와 있으며, 1967년 3월 3일에 공원법이 제정되어서 조경의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기에 많은 조경인들이 설문조사에서 조경의 날로 선택한 것이다.

3월은 봄이 시작하는 시기이고 식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따라서 조경의 날과 새봄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계기도 된다. 현재 식목일인 4월 5일은 기후변화로 더 이상 식재적기가 아니다. 엊그제 보도를 보니 북한에서도 3월 2일이 식수절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이 군부대를 방문하여 기념식수를 하는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3이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가 좋아서 선호했을 수도 있다. 단군신화를 보면 옛날에 하느님(환인)의 아들 환웅이 나라를 다스리고 싶어 하여 인간세상을 자주 내려다보다가 하늘에서 지상세계로 내려올 때 천부인 3개를 가져와서 다스리게 하였다고 했다. 숫자 3의 의미가 있다.

조선 고종 때 축조된 원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단(祭天壇)인데 땅을 상징하는 네모난 3층 석조담장을 쌓고, 그 위에 둥근 하늘을 상징하는 우람한 원추형 3층 황금색 건물을 축조했으며, 그 뒤 단지 내에 화강암으로 된 기단 위에 3층 팔각지붕의 황궁우를 건축하였다. 원구단 3동은 천지인 3신 일체를 의미한다. 우리민족은 천·지·인의 조화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져 있으며 이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깊숙한 사상의 뿌리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또한 3이라는 숫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3이라는 숫자는 수리학 상으로 모든 것의 가장 으뜸이 되는 수로 나온다. 도덕경에서 도(道)는 1을 낳고, 1은 3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만물을 낳는다고 말한다. 회남자(淮南子)에서도 3에서 만물이 생(生)한다고 보고 있다. 3은 홀수이고 중간자이기 때문에 가장 으뜸이 된다. 오늘날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 1과 2가 대립되는 개념의 수라면 3은 1과 2의 대립과 갈등을 무마시키는 상징적인 숫자라서 둘이서 타투다가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갈등무마가 된다.

3이라는 숫자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 살펴보면 위의 단군신화 말고도 인류가 하늘에 바라 보는 해·달·별이 3개고 3이라는 숫자의 기본이 상중하, 대중소, 고중저, 가위바위보, 의식주, 아침·점심·저녁이 있어서 우리는 3이라는 숫자를 하루의 완성으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을 보면 헤겔의 삼각형은 정반합으로 완성되고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의 책 세권으로 압축했고 아퀴나스는 법의 3단계를 실정법 자연법 영원법으로 보았다. 가톨릭교회의 성부·성자·성령과 불교의 불·법·승 3보도 있고 도가의 3보는 자비·검소·겸손을 말한다. 심지어 올림픽 메달도 금·은·동으로 인간은 3이라는 숫자에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친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장황하게 3을 설명하는 것은 그간에 조경의 날을 제정할 때 여러 자리에서 난상토론이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기왕 좋은 숫자로 정했고 안압지와 공원법이 연관되어 있어 상징적 의미도 부여가 되니 이제는 조경의 축제일로 승화를 시키자는 말이다. 건축의 날(9월 25일)도 경복궁 창건일로 한 것도 상징성 의미다. 건축계에서도 2005년에서야 비로소 건축의 날을 정했다.

이번 조경의 날에 참석한 산림청 김용하 차장의 축사에서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조경의 날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는 표현은 조경인에게 여러모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기왕에 기념을 하려면 조경인의 축제가 되도록 정부의 훈·포장과 표창이 많아야 할 것이며 정관계인사와 조경가, 대학교수, 조경종사자 등이 함께 모여서 대한민국 조경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데 국민과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침묵하는 조경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조경인의 직무에 대한 직무유기자가 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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