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국립 DMZ 자생식물원<사진제공 국립수목원>

6·25 전쟁 휴전 협정 이후 남과 북에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가 설치됐다.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씩을 DMZ로 지정, DMZ 일원은 현재 한반도 휴전의 상징 지역이며 휴전 확보의 중요한 구실을 수행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휴전의 상징 지역인 것 외에도 자연 생태계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평화적 이용 대상으로서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DMZ는 분단 이후 50여 년간 민간인 접근이 통제·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DMZ 및 북방계 식물 자원을 탐색하고 수집하여 보전 및 활용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알리고자 2009년부터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일대에 국립 DMZ 자생식물원 조성 사업을 진행해왔다.

DMZ 일대의 생물자원과 희귀식물 현황
DMZ 일원의 자연 생태계는 현재 어떻게 파악되고 있을까. 한반도의 DMZ 지역은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해 및 섬지역인 강화도 갯벌과 임진강 및 한강하구 습지 지역은 희귀 조류의 집단서식지 및 휴식처의 구실을 하고 있다. 중부지역인 장단반도는 임진강의 배후습지로 다양한 습지식물과 함께 양서·파충류의 서식지 구실을 하고 있다.

동부지역인 향로봉 지역은 설악산국립공원과 금강산을 잇는 생태통로 구실을 하는 곳으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곳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야생식물인 가시오갈피나무, 한계령풀, 개느삼, 기생꽃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한국 특산 식물인 삼지구엽초, 금강애기나리, 금강초롱 등이 자라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현재 비무장지대 및 이웃 지역 생물은 식물 2237종, 어류 106종, 양서·파충류 29종, 조류 201종, 포유류 52종 등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 안에는 더욱 다양한 동·식물이 존재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현재 DMZ 일대 자생식물 및 북방계식물 625분류군 총 6만3000여 개체를 확보·관리 중이며 증식온실과 현지 외 보전원을 통해 보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DMZ일원 식물상 현황 <자료제공 국립수목원>

분류군/분류체계

아종 변종 품종 잡종
양치식물 15 41 118   6 1  
나자식물 6 14 29   3 2  
피자식물 138 684 1838 11 297 74 3
쌍자엽식물 116 520 1374 10 236 61 2
단자엽식물 22 164 464 1 61 13 1

 

DMZ일원 희귀식물 현황 <자료제공 국립수목원>

등급/분류 양치식물 나자식물 피자식물
쌍자엽식물 단자엽식물
CR(멸종위기종) 3      1 26 12
EN(위기종) 3 1 35 6
VU(취약종) 6 4 38 14
LC(약관심종) 2 2 38 12
DD(자료부족종) 3 0 31 14
17 8 168 58

 

▲ DMZ 일대 자생식물. (왼쪽부터 시계방향) 진범, 금마타리, 두루미천남성, 쥐방울덩굴, 삼지구엽초 <사진제공 국립수목원>

국립 DMZ 자생식물원의 조성 과정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DMZ 일원의 북방계 산림식물자원의 수집·보존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비한 산림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연구와 기후변화에 취약한 희귀, 특산식물의 보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DMZ 자생식물원을 지난 2009년부터 조성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당시 조성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실시 설계를 마친뒤 2010년 토지보상과 토목공사를 진행해 2011년 7월 21일 착공식을 열었고 올해 2월 10일 준공식을 가졌다. 국립수목원은 2016년 5월 DMZ 자생식물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DMZ 자생식물원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 광릉수목원의 분원 형태다. 현재까지 조성비용으로 약 113억 원 국고가 투입됐다.

식물원은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일대에 총 18만㎡의 면적에 조성됐다. 대상 지역인 강원도 양구는 지리·역사적 상징성이 높고 약 80%에 이르는 산림자원과 천혜의 청정 환경을 자랑하며 산림생태교육·연구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쉬운 지역이다.

▲ 국립수목원은 2015년 2월 10일 국립 DMZ 자생식물원 준공식을 개최했다.

DMZ 자생식물원, 크게 5개 전시원으로 구분
DMZ 자생식물원은 크게 ▲고산식물원 ▲DMZ 보전원 ▲DMZ 기억의 숲 ▲고층습지원 ▲저층습지원 등 5개 전시원으로 구성된다.

고산식물원은 DMZ와 북방계식물 중 고산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식물을 보전하기 위한 곳이다. 대상 부지는 북부 해발 552~632m에 있는 산악지형으로 고산지대 식물 자생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곳이다. 고산식물의 특징인 암석원이 조성되고 고산식물이 자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DMZ 보전원은 DMZ 지역 식물을 수집, 보전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이 일대 자생 수종을 전시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DMZ 권역별 자생식물의 종 다양성 확보를 위한 원형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위도상에 있는 식물 생태계의 지역별 특성(서부, 중부, 동부)을 전시, 온대 북부 지역에 있는 식물에 대해 교육·학습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DMZ 기억의 숲에는 DMZ의 모습과 전쟁의 흔적 등을 전시하는 War Garden이 조성될 예정이다. 60여 년 전 전쟁의 포성이 끊이지 않았던 곳에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이 땅에서 남북으로 자유롭게 오고 가는 식물, 동물 등을 반영하는 공간이 조성된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회상하는 회상의 정원, 전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침묵의 정원 및 통일의 염원을 바라는 희망의 정원으로 스토리텔링화했다.

고층습지원은 대암산 용늪 등을 보전하기 위한 공간이다. 170일의 안개와 150일 영하 날씨가 빚어낸 고층습지의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여 조성하고 DMZ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층습지 지역의 다양한 식물을 수집할 예정이다. 토양은 습원의 특징인 강한 산성의 이탄층으로 구성하고 고층습원의 환경 조성을 위해 수계 시설을 도입함과 아울러 관찰 데크를 도입하여 관찰 및 체험을 함께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저층습지원은 DMZ 서부평야지역의 습지, 임진강, 한강의 저층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공간이다. 고층습지와는 달리 적정 습도가 지속해서 유지되어야 하며, 개방수면과 수초, 천이지역, 수중섬 등의 다양한 군락 변화 환경을 보여주고, DMZ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저층습지지역의 다양한 식물들을 수집, 보전하는 곳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 DMZ 자생식물원 전시원 배치도 <자료제공 국립수목원>

DMZ 지역 산림생태계 국제연구기지 역할 수행할 것
현재 DMZ 자생식물원의 전시원은 일부 완성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기반 조성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채집된 것을 심어 조성하는 다른 식물원과는 달리 DMZ 자생식물원은 DMZ 일대에서 채집되는 것만으로 전시원을 조성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속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수목원은 올 한 해 동안 DMZ 자생전시원의 식재 기반 공사를 완료함과 동시에 식재를 진행, 개원 후에도 점진적으로 전시원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원 후에도 1~2년간은 무료로 개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DMZ 자생식물원이 완성되면 DMZ 지역의 산림생태계에 대한 국제연구기지의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자생식물원은 비무장지대의 산림생물 종에 대한 생태교육과 체험,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어 지역사회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내년 5월 개원을 앞두고 국립수목원은 비무장지대 산림생물자원 및 북방계 식물 보전 인식확산을 위해 오는 7월 초 식물원·수목원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개원과 동시에 접경지역보전을 위한 국제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DMZ 인문자연환경에 대한 연구 자료를 정리한 ‘DMZ 인문자연환경백서’를 지난해 말 출간했으며 DMZ 일대의 생물자원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에 대해 국민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DMZ 생태문화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