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서울 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사)한국원예학회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주최하는 ‘남북한 원예 교류 및 발전 전략’에서 북한 농업과 원예 연구분야 한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북한의 종자산업 현황, 필수적인 정보가 너무나 빈약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정보를 얻기 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원예작물육종학의 대가인 박효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는 북한 종자산업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필수적인 현황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고 했다.

지난 달 26일 서울 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사)한국원예학회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주최하는 ‘남북한 원예 교류 및 발전 전략’에서 북한 농업과 원예 연구분야에 관한 한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남북한 원예를 통한 교류를 위해 북한의 농업 현황을 파악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북한의 농업 현황을 쉽게 알 수 없기에 이번 토론회는 정보교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북한종자산업 침체…희망주는 개방 정책 필요

이날 북한 종자산업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발표를 위해 박효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이 지난 2001년부터 주관해 온 ‘남북농학과학심포지엄’과 총 4번의 ‘북한 채소 육종․채종 연수단’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박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농업성 아래로 농업과학원이 종자육종과 공급까지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농업연구 능력이 단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농업과학원은 34개 직할 연구소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사실에 참석자들은 놀라워 했다.

또한 벼는 남한 최하위 품종 수준이지만 옥수수나 감자는 중진국 수준으로 봤다. 특히 옥수수 품종인 화성1호는 수량성면에서 남한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화훼육종과 관련해 북한 호텔에 쓰이는 고급 꽃 장식도 김일성과 김정일 꽃 증식사업을 제외하고 거의 100% 중국산 조화일 정도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채소(남새) 육종도 신품종 유전자원을 중국에서 받는 수준이다. 박효근 교수는 “이런 육종사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종자 증식은 원종장과 채종 농장에 관한 정보가 다소 있지만 거의 없다. 국제옥수수재단이 강냉이 종자 가공 공장 건설에 지원한 바는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종자산업에 대해 그는 중국식 개방정책으로 북한 현실에 알맞은 청사진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주량 많은 과수분야…환경고려한 자력발전 유도

한편 북한의 과수분야는 기술력에 있어서 식량작물보다는 나은 편이다. 북한 과수분야 현황에 대해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생육에 유리한 기온 조건을 가진 사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지난 1970년대에 산지과수원을 조성하기 시작, 80년대에는 왜성사과대목과 단과지형 품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조사를 내놨다.

특히 북한의 키 낮은 사과재배단지는 북한 과일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약 7900㏊ 면적에 사과단지를 조성했지만 김정일, 김정은 치적을 위한 밀어부치기식 개원으로 기상 및 토양 환경을 고려치 않아 결주량이 매우 높다. 특히 대동강 과수종합단지에서만 100만 그루가 고사했다고 말했다.

윤태명 교수는 “사과의 경우 기상환경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지만 재배수준은 떨어진다. 지구 온난화로 다른 과종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주산지 및 과종별 전국에 걸쳐 품종 및 농자재와 재배기술을 지원하고, 준집약적인 환경친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미한 채소 공급량…남북한 연구교류 필요

북한의 채소 분야와 관련해 이용범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곡류생산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채소 연구 인력이 부족하니 품종개발과 생산기술 연구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연간 채소 공급량은 30~80㎏ 수준이다. 이 수치는 중소도시 노동자는 FAO 권장량 이하다.

특히 주요 품목으로 배추, 무, 양배추, 고추, 가지 등이고 1대 잡종화로 품질과 생산면에서 다소 좋아졌다. 단 품종 육성은 무와 배추로 한정됐고, 과채류 교배 육종 및 채종 기술은 낮다고 했다. 이용범 교수는 원인에 대해 “비료와 농약, 농기계 등 농자재 등이 낙후되고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관개시설, 저장시설 등의 농업생산기반이 미흡하다. 아울러 농업분야 제도와 정책의 개혁성 및 생산증대에 대한 동기가 부족한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농업생산기술협력 20년 평가에 대해 “남북한 농업협력은 만족할 수준으로 교역분야가 긍정적이지만 경영기술협력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북한의 자생력이 낮은 상태에서 지원위주로 추진되어 협력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엽채류, 과채류, 양념류 등은 조생종 중심으로 ▲채소품종 다양화와 생산증대 위한 기술 협력 ▲태양열하우스, 비가림 시설 등 온실 채소 생산기술 협력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등 채소 생산용 농자재 지원 등을 교류협력 방안으로 내놨다.

이밖에도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북한농업정책의 변화와 전망 발표에서 농업 생산구조와 요소, 기반의 부실화를 지적하고 정부, 공공사업단, NGO, 민간기업 등이 복합농촌단지 협력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김정은 정권이 농업과 원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4명의 발표자가 같은 결과를 내놨다. 또한 대북 농업협력을 통해 북한의 농업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