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역사상 최대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비스마야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메마른 사막 위에 21세기형 오아시스를 건설하는 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한 건설업체다. 한국의 한 건설업체는 여의도 면적 6배에 달하는 땅에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80억 달러(약 8조 원)를 쏟아붓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30년이 넘는 전쟁으로 도시 기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 비스마야 지역은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지금도 크고 작은 폭탄테러 때문에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외국 기업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건설업체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사업의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프로젝트에 2012년 착수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건설업체는 비스마야 지역 1830㏊(550만 평)에 10만 가구의 주택과 도로·상하수 관로를 포함한 기반시설을 건설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분당 신도시급 규모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우리나라 국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총 공사금액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공사금액 증액(Escalation) 조항을 포함해 총 80억 달러에 달한다. 공사 기간은 7년이며 설계·조달·시공을 한 회사가 모두 진행하는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제한된 시간과 비용에 맞추기 위해 PC(Precast Concrete) 플랜트에서 모든 콘크리트 건축 부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PC공법을 통해 진행된다. PC공장에서는 매일 80가구, 연간 2만 가구에 해당하는 슬래브와 벽체를 동시에 생산하게 된다. 하루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양만 6400톤에 달한다.
 
지난 20일 KBS 1TV는 이 건설 프로젝트를 자세히 다룬 ‘사막 위 기적은 계속된다’를 방송했다. 방송에선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라크 국가 재건 프로젝트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을 지키는 한국인들의 땀과 노력을 다루고 이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찾는 이라크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 건설업체가 진출한 지 3년. 내전 상태의 이라크가 변화하고 있다. 황무지 땅에 한국 건설업체가 들어와서 건물을 올리면서 이라크는 재건을 꿈꾸고 있다. 이른 새벽 현장에 출근하는 수천 명의 근로자가 탄 수백 대의 버스 행렬이 나타나는 것으로 방송은 시작한다.

쌀쌀한 사막의 새벽, 현장에 도착한 근로자들은 함성과 함께 우리의 국민체조를 하기 시작한다. 현장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70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한국 건설인도 600여 명에 달한다.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이라크 재건의 첫 사업이자 핵심이며 이라크 역사상 최대규모 사업이다. 이라크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재건을 꿈꾸고 있다.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은 방송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은 이라크의 상징입니다. 이라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건설사업이죠. 한국과 이라크 두 국가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나라 모두 전쟁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은 스스로 재건하고 결국 성공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라크 역시 한국처럼 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신도시를 건설할 뜻도 밝혔다.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은 특히 어려워서 한국 건설업체는 특별한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현장에서 나무를 직접 키우는 것이다. 한국 건설업체는 농장을 만들어 묘목을 최대한 들이고 아파트 주변에 심고 있다.

고립된 생활과 혹독한 기후조건.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장 간절한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방송에서 그려진 한국 건설업체 직원들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자부심을 알리기도 했다. 한 직원은 “엔지니어로 와서 기술력을 전파하고 한국 건설사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다는 게 자부심이 많이 생긴다”고 밝혔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주변엔 아직도 테러가 빈번하고 긴장감이 팽배하다. IS나 과격분자의 테러가 지속해 일어나고 캠프 외곽 7번 도로 밖에서는 폭발물이 터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설현장 내에서는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는 장갑차로 무장한 이라크 군경 500여 명과 자이툰 부대 출신으로 구성된 업체 자체 보안팀의 경호 아래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방송은 1970년대부터 중동 건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우리 업체들의 흔적도 다루고 있다. 지난 1973년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며 중동 건설 물꼬를 텄고 이후 한 해 많게는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낯선 땅으로 떠났다.
 
지난 1970년대부터 중동 사막 바람에 맞선 한국인들의 그 땀과 노력이 지금 재건되고 있다. 중동으로 떠나는 이들 중 단순 노무직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관리직과 기술직 비중이 높다. 한국 건설의 중동진출 42년, 지도를 바꿀 대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