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농경시대와 함께 시작된 수목관리
수목관리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약 1만 년 전에 인류의 생활이 농경생활로 전환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수렵/채취 생활을 할 때에 찾아다니던 과수를 이제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옮겨 심고 가꾸어야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농업혁명으로  잉여생산물이 발생하여 부가 축적되고, 공동체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권력층이 나타남에 따라 이들 부자와 권력층은 자신들의 주변에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수목을 심기 시작했다.

일찍이 수목관리의 기초를 정립한 이집트인들은 이미 5000년 전에 흙과 함께 근분을 제작하여 수목을 이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600년께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자신의 왕비를 위해 건설했다는 공중정원도 그 동안 축적된 수목관리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수목관리 발전을 촉진한 활발한 국제교류
다양한 국제 교류 중에서 수목관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정복전쟁이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로마의 소아시아 진출은 유럽에서 페르시아풍 정원이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특히 2세기께에는 식량생산을 위한 농경지가 위협받을 정도로 성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원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로마에서는 토피아리우스(topiarius)라고 불리는 전문 정원사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로마 멸망 후 중세의 암흑기 동안 수도자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계승된 후, 15세기 말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로 인해 촉발된 식민지개척 활동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 부자들과 권력층 사이에는 튤립으로 대표되는 식민지의 이국적인 식물을 경쟁적으로 수집하는 열풍이 불었으며, 이들을 생육환경이 다른 유럽지역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배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목관리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으며, 1578년 영국의 Lyte는 처음으로 지금의 수목관리전문가를 뜻하는 arborist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19세기 중엽까지 이 분야는 원예나 임업의 일부로 여겨졌다.

수목관리 영역의 독립
수목관리 분야의 본격적인 발전은 19세기 초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주된 작업은 노거수의 공동 충전, 이식, 상처에 대한 도포 처리 등이었다. 특히 공동충전은 BC300년께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us)의 저서에도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당시 부자들을 위한 공동충전은 수목관리 업자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이는 수목관리 분야가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수목관리 분야 발전에 전기를 마련한 사건은 치명적인 병해충의 대발생이다. 교통의 발달로 많은 병해충들이 천적이 없고 수목의 저항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함에 따라 크게 번성하여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경우, 1869년 유럽에서 들여온 짚시나방(gypsy moth), 1900년께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밤나무줄기마름병(chestnut blight), 1928년 첫 발생이 보고된 느릅나무시듦병(Dutch elm disease) 등이다. 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자 수목보호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이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수목관리의 주된 분야가 공동충전과 병해충방제에 집중되면서 수목관리자도 Tree Doctor 또는 Tree Surgeon이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호칭은 병해충 방제의 비중이 높은 1930년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 사진은 (사)한국조경수협회에서 실시한 '가로수전정 시연회' 모습

수목관리 분야의 확대
이후 수목관리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1930년대부터는 공동충전 무용론이 확산되었고, 근대 수목관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Shigo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1977년 CODIT (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 이론을 발표함으로서 수목관리 분야에 대한 이론적인 기초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취급분야도 수종 선정, 식재, 전정, 위험목 관리 등 수목에 대한 사전관리 전반으로 확대되고, 송전선 식생관리가 중요한 사업 분야로 새로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수목관리 전문가를 1930년 이후에는 주로 Arborist라고 부르기 시작하였고, 공동충전이나 병해충 방제를 연상시키는 Tree Surgeon이라는 용어는 1950년께에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은 수목관리 기술자를 Arborist/Arboriculturist, Tree expert 등으로, 작업자를 Tree care operator, Tree worker 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예외적으로 수목관리사업체를 Tree Surgeon이라고 부르고 있다.

새로운 접근
이후 수목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가시적인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개별 방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함으로서 수목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관리해왔다. 그런데 이처럼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에 대처하면 눈에 보이는 증상을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이를 훨씬 초과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별 방법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보다 다각적인 수목관리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1970년대에 농업생산에 뿌리를 둔 종합적병해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처음에는 도시 수목에 대한 농약처리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병해충에 의한 피해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조경수목 관리에 IPM을 적용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국제수목관리학회(ISA)를 중심으로 수목건강관리(PHC, Plant Health Care)라는 수목관리에 관한 보다 선구적인 접근방법이 제시되었다. PHC 개념의 핵심은 수목을 상호의존적인 기능을 가진 여러 조직이 결합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과거에 개별적으로 수행되던 전정, 시비, 병해충 방제 등의 수목관리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종합적으로 접근함으로서 수목을 건강하게 키우고, 이를 통해 기상변화나 병해충 공격 등의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수목의 저항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수목관리는 사전관리를 중시하고 발생한 문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
우리나라 수목관리 분야는 수종 선정과 식재, 전정 등 사전관리 분야는 주로 조경회사가, 공동충전이나 병해충방제 등 사후관리 분야는 주로 나무병원이 담당하는 등 양분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들 두 분야의 발전 정도도 차이가 큰데, 병해충 방제 분야는 작물에 적용되고 있는 방법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조경업계가 담당하고 있는 수종 선정, 식재, 전정 등 사전관리 분야는 해방 이후 선진 기술의 유입이 차단되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연구도 전무하여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렇게 뒤떨어진 사전관리 분야를 이른 시일 안에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이 앞선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하루 빨리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1960~70년대 경제개발 초기에 선진국을 모방해 기술수준을 빠르게 향상시킨 것과 같은 전략이다.

그리고 우리의 수목관리도 사전과 사후를 통합하여 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분야가 서로 상대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통합의 출발점은 구분되어 있는 용어를 단일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사전관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를 ‘조경기사’, 이들 업체를 ‘조경회사’로,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를 ‘수목보호기술자’, 이들 업체를 ‘나무병원’으로 각각 부르고 있다. 따라서 수목관리가 올바른 식재 수종선정에서 시작되는 사전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조경업과 나무병원업의 경계를 허물고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영어의 Arborist에 상당하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나무의사라는 용어는 일본의 수목의(樹木醫)와 동일한데, 이는 미국이 사후관리에 치중하던 1900년대 초반에 사용하던 Tree Doctor나 Tree Surgeon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새로운 용어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현재 우리의 수목관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앞으로 수종 선정 등을 포함한 사전관리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향상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처럼 이들 수단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수목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수목관리 분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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