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광주 옹벽붕괴사고는 자연이 주는 경고
[김부식 칼럼] 광주 옹벽붕괴사고는 자연이 주는 경고
  • 김부식
  • 승인 2015.02.12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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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발생하더니 이제는 아파트 옹벽이 붕괴되어 차량 수십 대가 콘크리트와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사고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지만 놀란 주민들과 국민들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발생한 옹벽붕괴 사고는 해빙기에 따른 토사 불안정 상태를 첫째 원인으로 꼽고 있어서 다른 곳에도 봄철 해빙기 붕괴사고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다.

불안정 상태에서의 해빙기 토사 붕괴는 매년 반복되는 현상으로 산간 도로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주변에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토사의 자연적 붕괴는 자연 현상의 일종으로 오랜 세월 동안 지구의 형태와 지형을 유지하게 해주고 나름대로 자연복원을 하고 있어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파트에 인간이 조성한 탐욕은 첫째, 급경사지에 수직으로 높이 15m, 길이 188m의 옹벽을 설치하여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 했다. 이곳은 무리한 설계와 시공으로 문제를 제시했던 곳이라고 한다. 안전진단업체와 원인을 검토한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m 높이의 옹벽을 쌓을 때는 2단으로 쌓는 게 기본인데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는 기본을 망각한 탐욕이 가져온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아파트 신축 인허가를 할 때는 반드시 안전에 대해 고려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과 사업자의 수익 위주의 계획이다. 옹벽 높이가 아파트 6층을 넘는 높이라면 육안으로도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다. 엄청난 위압감이 상존하는 장소를 주민들이 매일 지나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심리적 불안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동물들도 이렇게 무모한 보금자리는 만들지 않는다. 수익 위주의 아파트 가구 수 욱여넣기와 이를 방조한 행정의 무책임이 부른 인재다.

셋째, 해당 옹벽 주변은 평소에도 물기가 많은 지역이며 작년 7~8월쯤 옹벽 주변의 빗물을 모아 배출하는 배수관이 노후돼 빗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주민들이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급경사지 시설물 점검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안전 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산을 마구 파헤쳐 건축해놓은 아파트 단지가 매우 많다. 경관을 생각하지 않는 느슨한 규정 때문에 산지 도처에 콘크리트 괴물을 만들어 놓고 있다. 기차를 타고 한적한 시골을 지나다가도 갑자기 나타난 ‘나 홀로 아파트’를 보고선 서글픈 마음과 그것을 짓도록 허가해준 행정에 화가 난적이 있다. 투기 광풍이 불 때는 “갓바위 위에 아파트를 지어도 완전히 분양된다”는 말은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 경관에 대한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20여 년 전 서울 남산의 경관을 오랫동안 가리고 있던 ‘남산 외인아파트’를 폭파 철거한 적이 있다. 입주민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주고 큰 비용을 들여서 철거했어도 아직 이전의 원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건축에 대하여 후대가 감당해야 하는 대가는 엄청나게 크다.

그러나 동물들의 집짓기는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꿀벌의 육각형 방이나 비버의 댐과 오두막, 오소리의 땅속 집은 생존과 번식에 알맞은 경이로운 건축술이다. 반면 인간의 자연환경에 적응 못 하는 인공구조물이 인간을 해치고 있다. 이번 옹벽 붕괴 사고는 자연이 인간의 탐욕에 주는 준엄한 경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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