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균(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1973년 서울대와 영남대에 조경학 전공이 개설된지 40여년이 지난 현재 43개 대학과 전문대학 그리고 대학원에서 매년 1800여 명의 조경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다. 대부분 조경전공 학생들은 졸업 이후 조경전공분야로 진출하기 보다는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 조경학전공 학생들의 취업률은 대략 60% 정도로 보고되고 있지만 조경분야의 순수 취업률이 40%를 넘지 못한 것을 보면 순수 조경분야 취업률은 24% 이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조경학 전공 후 다른 분야에 취업하여 조경학 지식을 토대로 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조경학을 전공한 학생들 모두가 조경분야에 취업하라는 법은 없지만 조경학 전공학생들의 조경분야 실질 취업률이 낮은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졸업자의 경우 4년 동안 애써서 공부한 전공분야로 진출하지 못할 경우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재교육 받아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인적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실업자 양산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된다.

조경학 전공 학생들이 조경분야로 취업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직업을 전환하는 이유는 조경에 ‘비전이 없다’, ‘어렵다’, ‘적성에 맞지 않다’, ‘작업환경이 열악하다’, ‘작업이 힘들다’ 등 때문이라고 한다.

‘조경에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년에 산업경제의 경기침체와 4대강 개발 여파에 밀려 조경산업 경기위축, 국토해양부의 조경연관법 개악, 다른 분야의 조경분야 잠식 등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 호황과 불황이 조경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분야에나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원한 호경기가 없듯이 영원한 불경기도 없다. 다만 주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불황기 때 미래의 비전을 보고 차분히 준비를 한 사람이 불경기를 극복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취업이나 사업의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다. 불경기 때 미래의 직업에 대한 비전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오랜 시간 경험을 한 성공한 선배들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으로만 호경기나 불경기를 보지 말고 세계의 미래 경제 속에서 조경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의 조경 분야에 대한 비전은 국제적으로 폭을 넓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년에 들어서 우리나라 조경기술이 해외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카자흐스탄, 두바이, 필리핀, 베트남 등에 우리나라 조경기술과 생산품이 수출되거나 시공되고 있는 사례가 많다. 미국 하버드대 조경학과의 경우 미국 내의 조경산업도 중시하지만 해외 조경산업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영국 쉐필드대의 경관학부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 중국,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외국 학생들이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조경분야 직장을 구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의 암울한 국내 경제상황만 갖고 미래의 꿈을 저버린다면 우물 안 개구리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유럽 여러 나라 대학의 조경학과와 조경사례지를 답사하면서 우리나라의 조경기술이 수출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많음을 보았다. 국제적인 경제 감각을 키워 국내외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국내외적인 조경 산업의 흐름과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여 꾸준한 자기계발과 함께 미래의 꿈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하여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그 일을 하는 방법을 모르고 체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체험해 보고 훈련을 받았다면 그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산업현장의 조경기술자들 중 5년 이상의 경력자들은 조경업에 대하여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많은 일들을 쉽게 잘 처리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들은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지더라도 자신감 있게 직무를 완수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조경을 하고 있다는 높은 자긍심과 자기효능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직업이나 쉽고 어려운 일이 상존해 있다. 조경학 전공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조경만이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조경분야의 많은 선배들이 다양한 삶의 조건과 역경 속에서도 조경을 해 왔고, 조경을 삶의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과거에 조경 기술이나 전문 장비가 낙후된 상황 속에서도 이들 선배들은 무난히 그 일들을 해 왔는데 조경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이 현저히 발전된 현시대에 후배들이 이 일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학생들은 아직 조경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미션이 구체적이지 않고, 조경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경험해보고 실무적으로 훈련 받지 않은 일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의 직업에 대한 비전과 체험을 해보지도 않고 몇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조경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미처 체험하지 못한 조경 분야들을 강의와 견학을 통하여 알 수 있다. 특히 직접적인 현장실습 수업으로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들을 반복 훈련을 통하여 숙련하게 되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애써 공부한 전공을 포기한다면 미래의 삶의 가능성 하나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조경학 전공학생들이 생각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은 근무지, 작업조건, 작업환경, 직무보상 등의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조경시공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부분 야외에서 목적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겪는 추위, 더위, 비 등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작업장소가 원거리에 있기 때문에 출퇴근 또는 장기 출장의 어려움이 있다.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 처지에서 볼 때 미래의 직업 환경을 상상하면 조경을 직업으로 선택하기에 장점이 될만한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직접 해보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며, 힘들고 어려운 작업 후 돌아오는 경제적 보상, 남들이 해낼 수 없는 작업 결과나 목적물을 생산해 냈다는 자긍심이나 자기실현감 등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한 것이다. 도대체 이 시대에 어떤 직업, 어떤 직장에 그만한 어려움이 없겠는가?

조경의 세계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할 일이 무한하다. 조경의 세계는 무한한 비전이 있으며, 할 일이 대단히 많고, 누구든 자기의 소질과 능력에 맞게 할 수 있다. 앞에 이야기했듯이 조경학 전공 학생들은 근시안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 속에서만 미래를 내다보지 말고 국제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 세계를 개척하고, 성공한 선배를 많이 만나 조경분야 직업 세계를 파악해보길 바란다.

또한 대학 재학 때 이론학습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인 현장 견학이나 실습을 많이 해보기를 권한다. 현장견학이나 실습을 많이 하면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졸업 이후 산업현장에 쉽게 적응하고, 자신의 직무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게 되었든 기왕에 선택된 길이라면 주어진 기간 동안에 충실하게 현실과 미래를 파악하여 조경을 통하여 자신의 꿈과 역량을 키워 이 세상에 태어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를 기원한다.

김도균(객원 논설위원·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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