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요섭 (사)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쓰며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주목받았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정당한 비판도 있었으나 과도한 비난이 더해지면서 축구계에는 한바탕 광풍이 휘몰아쳤다.

대한축구협회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기술위원장 자리에 앉히며 '키'를 맡겼다. 새 수장을 고르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한국 축구의 체질까지 개선할 지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 발탁은 분명 한국 축구의 차선책이었다. 이 위원장은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열정’과 ‘헌신’을 꼽았다.

화려했던 선수 경력과 비교하면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슈틸리케 감독에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지, 인생을 건 ‘반등의 기회’ 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홀대받았던 중동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표팀에 대거 불러들이고 이동국, 차두리, 기성용, 곽태휘, 손홍민, 박주호 등 베테랑을 복귀시켰다. 보다 공격적인 점유율 축구를 전개하며 팬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첫 시험대인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코앞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뒤 불과 4개 월 만에 대륙선수권대회에서 팬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가혹한 상황이었다.

아시안컵은 4강이라는 성적을 내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회다. 게다가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력이 기대에 못미치면 웃는 법이 없었다. 현재의 결과에 목을 매지 않고 냉철하게 분석하며 대표팀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또 발품을 팔아 K리그 경기를 보러 다니며 흙 속의 진주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뽑은 이정협은 이번 대회 고비마다 골을 넣으며 결승 진출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대회가 시작되고서도 계속된 난관이 슈틸리케호의 발목을 잡았다.

이동국과 김신욱, 박주영 등 스트라이커 선수들이 부상과 기량 저하로 선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자철, 이청용이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 조별리그에서는 주전 선수 5명이 감기 몸살 증상을 보여 전열 구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적 기대와 관심도 없는 위기 속에서 맞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 태극전사들은 수세에 몰리면서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호주의 맹공을 막아내고 이정협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쟁취, 슈틸리케 감독의 열정에 화답했다.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어느새 급반전됐다. 국민들이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가면서 기대가 커가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는 잠자고 있던 에이스 손흥민의 발끝이 불을 뿜으며 연장 접전 끝에 2-0 승리를 따냈고 그 기세는 이라크와 4강전(2-0승)에서도 이어졌다.

팬들은 계속되는 아슬아슬한 무실점 승리에 ‘늪 축구’ ‘실학 축구’ 등의 별명을 붙이며 열광했으나 슈틸리케 감독은 “우승해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해야 한다”며 냉철한 자세를 유지했다.

일방적인 홈 팬들 응원과도 맞서야 했던 대망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다시 대면한 호주와 경기를 앞두고는 국민들 기대가 55년만에 첫 우승이라는 욕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국민들 기대감을 아는 듯 선수들 역시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었다. 원정에서 치러지는 결승전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개최국 호주를 몰아쳤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추가시간에는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55년의 한(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31일 저녁 대한민국은 축구로 하나가 됐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사회분위기가 가라앉아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단합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국축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호주와 경기에서 성적으로는 팬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나 대표팀을 향한 팬들 시선에 어린 감정은 ‘실망’에서 ‘기대’로 바뀌었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루며 팬들 마음을 돌려세운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이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난세의 영웅이 된 그가 한국 축구를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한국축구가 기대된다.

우리 조경계도 이러한 ‘난세의 영웅’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러한 상상은 실현 불가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모든 엄연한 현실 속에서 조경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필살기를 갖추어야만 살아남을수 있을 것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마치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는 산업계와는 다른(경쟁과는 좀 달라보이는)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시대 흐름에 따라 선호학과가 달라지며 때론 흡수 통합되거나 폐과라는 쓴 고배도 각오해야 할지모른다.

최근들어 조경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구동성 하는 말이 있다.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으려면 신기술개발과 해외진출, 이업종과의 융합, 가격경쟁력 확보 등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엔 만만치 않은 험난한 높은 장벽을 느낀다.

한국 KD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신생기업이 창업해서 1년 생존률이 5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창업 후 절반 이상 기업이 1년도 못 넘기고 도산한다는 얘기다, 10년 생존률 또한 13%정도라 하니 기업경영이야 말로 설상가상 어렵고도 힘든 일임이 틀림이 없다.

10개 창업기업 중에 1개 남짓 정도 살아남는 생존률도 그렇겠지만 지금과 같은 힘든 여건에서도 고군분투 불철주야 노력하며 생존을 위해 뛰는 조경업계 여러분 들이야 말로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 확신한다. 한국 축구 지도자 선정의 원칙이던, ‘열정’과 ‘헌신’의 덕목을 가슴에 새기면서 우리 모두 조경계의 슈틸리케가 되길 기대한다.
모두 함께 힘냅시다. 조경인 여러분!

김요섭(객원 논설위원·(사)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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