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과 부후 미생물의 공격과 방어
다양한 외부 충격으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가 발생하고, 여기서 시작된 부후가 자신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자 수목도 이러한 부후에서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방어기작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수목의 방어기작은 수목이 노쇠하여 기력이 쇠잔해질 때까지 작동하게 되는데, 공동을 올바르게 관리하여 수목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후 미생물의 공격과 수목의 방어기작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를 공격하는 미생물은 바뀐다.
수피 또는 목재의 일부까지 찢어지는 상처가 생기면 상처 부위에서 시작한 변색이 점차 수목 전체로 확산된다. 그런데 수목이 이러한 상처를 효과적으로 아물지 못하면 노출된 부위에서 부후가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커다란 공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상처가 발생한 다음 목재가 변색되고 부후로 인해 공동이 생기는 것은 각 단계별로 역할이 다른 미생물이 활동하기 때문인데, 이처럼 상처발생에서 부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공격하는 미생물이 바뀌는 것을 미생물 천이(微生物遷移, microbial succession)라고 부른다.

수목에 상처가 발생하면 초기에는 주변에 있던 세균, 곰팡이류와 함께 상처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이용하기 위해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몰려드는데, 오래지 않아 생명체의 종류가 점차 감소하여 주로 세균과 곰팡이류만 남게 된다. 이때부터 미생물과 수목의 치열한 공방이 시작되는데, 수목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성 미생물들은 목재를 변색시키기 위해 각각 관련 물질과 효소를 생산함으로서 상처 표면에서부터 목재의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변색단계를 거친 후에도 상처가 계속 노출되어 있으면, 목재부후균이 이 부위를 우점하면서 미세한 균사를 뻗어 수목이 만들어 놓은 방어벽을 뚫고 목재 내부로 침투하게 되고, 부후균의 활동이 지속되면 공동은 서서히 커지게 된다.

부후 곰팡이는 호기성(好氣性)이다.
이처럼 목재를 분해하는 대표적인 부후균은 우리가 버섯의 형태로 인식할 수 있는 담자균류(Basidiomyces)로서, 이들 목재부후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상처발생 초기에 활동하는 다른 미생물보다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상처가 개방되어 있으면 목재부후균의 활동에 필요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에 공동은 계속 확대되지만, 상처가 완전히 유합되어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활동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더 이상 목재의 변색과 부후가 진행되지 않게 된다(사진 1).

▲ [사진1] 상처가 완전히 유합되면 부후와 변색이 중단된다.
▲ [사진2] CODIT 모델. 수목은 4개의 차단벽을 구축하여 부후 확산을 저지한다. (Shigo, 1989)



























수목은 상처발생 당시의 목재를 포기한다.
수목의 부후에 대한 방어기작은 CODIT(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로 앞선 연재 25회 ‘전정의 기초지식’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는 상처 부위를 건전한 목재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수목이 앞뒤, 전후, 좌우에 걸쳐 차단벽을 구축하는 기작이다(사진 2).

그러나 Wall 1, 2, 3은 부후균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가 개방되어 있으면 부후는 계속 확산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후도 상처발생 당시에 형성층이 구축해 놓은 강력한 방어벽인 Wall 4는 파괴하지 못하는데, 이 때문에 공동은 상하 원통 형태로 발달하게 된다.

이처럼 수목이 상처 발생 당시까지 만든 목재를 모두 포기하면서 상처 이후에 만들어지는 목재를 부후에서 보호하는 것은 오래 살기 위해 개발한 기작으로, 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의 전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획화 기작은 수목에 상처가 발생할 때마다 작동하는데, 이를 통해 수목은 삶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따라서 수목이 어리고 건강할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노쇠하면 상처를 구획화할 힘이 없기 때문에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부후를 초래하여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공동 충전의 한계와 문제점
공동 충전을 통해 목재가 부후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충전물이 부후 곰팡이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공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충전작업이 20세기 초반까지는 충전자재로 시멘트나 모래 등을 사용하여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접착력이 좋은 우레탄이나 에폭시 수지를 사용함으로서 공기가 부후 중인 목재에 접촉하는 것을 상당 수준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노거수에 발생한 공동은 일반적으로 지면에서 상단까지 관통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접착력을 가진 충전재를 사용하여 철저하게 시공한다 하더라도 토양과 접촉하는 부위와 상단에 대한 공기접촉까지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부위에서의 부후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 충전의 또 다른 문제는 작업과정에서 새로운 상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널리 시행되고 있는 충전 방법은 유합조직이 충전 후의 표면 위로 자랄 수 있도록 수피를 제거하여 형성층을 노출시키는 것이다(그림 1). 이러한 수피제거는 수목에게 새로운 상처가 되고 이를 아물지 못하면 지금까지 형성된 목재가 모두 부후균의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활력이 떨어진 노거수에게는 치명적이어서 수명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부후된 부분을 제거할 때 수목의 방어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분적인 손상은 피할 수 없는데, 이는 형성층 노출로 인한 상처와 함께 노거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공동 충전 과정에서 충전재와 목재가 완전히 밀착하지 못하면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혐기성(嫌氣性, anaerobic) 세균이 활동하면서 습도가 높고 악취가 나는 습재(濕材, wet wood)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목재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공기에 노출되면 부후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공동 충전의 효용

▲ [그림1] 준성숙목의 수간에 발생한 공동을 올바르게 충전하면 효과적으로 유합되기 때문에 수목 생육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동 충전을 올바르게 실시하면 수목 생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상처를 효율적으로 유합할 수 있는 활력이 좋은 준성숙목에서
○ 공동이 수간 내부에 한정되어 있어서 유합이 완료되면 공기 접촉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는 경우

이러한 공동은 상처가 완전히 유합되기 전에 상처부위 목재가 부후하여 생기는데, 이를 올바르게 충전한 다음 충전 마감재 표면 위쪽에서 형성층을 노출시켜주면 노출 부위가 빠르게 유합되어 건강하게 자라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그림 1).

▲ [사진3] 수목의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동을 충전할 수도 있다.

공동 충전의 또 다른 기능은 수목의 미관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보호할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들 중에는 수간이 부후되어 커다란 공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공동을 원래 형태와 유사하도록 메워주면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사진 3).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때에는 수목에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충전 자재의 노후화로 인한 미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보수 또는 재시공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부후균의 특성과 수목의 방어기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동을 메우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러한 과학적인 원리에 바탕을 두고 보다 수목의 생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동을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공동을 충전할 때에는 작업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여 수목에 불필요한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규화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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