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호(부산시 공원운영과장)

 푸른양을 의미하는 을미년 새해 우리 조경인들에게 의미있고 뜻깊은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논설위원으로 위촉되어 처음 글을 쓰게 되어 무한한 영광과 함께 굉장히 조심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평소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볼까 한다.

잘 아시다시피 조경이란 광의의 의미에서는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예술. 즉 조경은 예술이자 기술이고 사회적 수요의 산물이며 심미성 및 기능성과 공공성은 조경의 기본적 특성이자 조경이 지향해야할 이념이라 할 수 있다. 협의의 의미에서는 조경식재와 조경시설물 그리고 환경과 자연을 조화롭게 연결시켜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조경식재는 잘 관리되고 잘 양묘된 고품격의 조경수를 기본으로 하여 놀라운 기술의 발달과 선진기법 도입 및 높은 관심도 등으로 날로 발전된 모습을 볼 때마다 조경인의 한사람으로서 흐뭇하고 가슴 뿌듯함을 느껴보곤 한다. 아울러 조경 시설물도 눈부신 기술력과 창의성을 가지고 개발된 다양한 종류의 시설물과 친환경적인 자재 등으로 조경계의 혁신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고, 그 수요 시장도 날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경시설물이 너무 편중되어가는 안타까운 경향이 있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조경시설물 업체와 관계자 등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라고 항변을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데크시설이 도입된 게 10년 남짓한데 이제 가히 데크 공화국이 된 느낌이다. 공원·유원지와 등산로 등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데크로 도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순천만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데크나 계곡을 연결하는 데크, 공개공지 등의 편의시설용 데크, 장애우를 위한 데크 시설 등은 꼭 필요하고도 유용한 시설이라 하겠다. 특히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데크는 바다의 웅장함과 절경을 즐길 수 있고 마음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름난 공원·유원지는 물론 도심지 내 야산의 등산로, 차량통행이 빈번한 대로변 등에 보행개선을 위하여 설치된 데크 등은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아시다시피 데크는 천연 목재데크와 합성 목재데크로 구별되고 있으며 그 장단점 또한 종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데크의 내구성에 대하여도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업체의 영업전략에 따라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결국 썩는다는 것에 있다. 천연 목재나 합성 목재나 둘 다 관리정도에 따라 다소차이가 있으나 일정기간이 되면 교체를 해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환경 친화적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과연 환경 친화적 제품인지 썩고 부패된 데크는 어떻게 처리 되어야 할지를 냉철하게 생각을 해봐야 하겠다. 토목·건축 분야는 데크 사용이 불가피 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조경분야에서 만큼은 적재적소에 적정량을 설치하는 지혜와 묘미가 있어야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들어 등산로 정비는 군데군데 위험요소가 있는 곳은 안전용 데크를 설치하여야 하지만 그 외의등산로는 자연석으로 정비하고 오히려 등산로마다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부여 하는 게 한층 아름답지 않겠는가. 특히 공원·유원지의 진입로 변과 넓은 광장이나 공연장 등도 예외없이 데크로 마감되어 있는데 흙을 밟고 잔디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포장 자재에 대하여도 한마디 남기고자 한다. 이제는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가 매우 발전하여 품질이 우수한 자재가 속속 나오고 탄성포장 KS표준이 도입 되었고 무늬만 환경친화적인 자재보다 웰빙이 가미된 양심 있는 업체가 대우받은 그런 날이 곧 오겠지만 그래도 아직 국적불명, 원재료 불명의 일부 황토포장·탄성포장 등이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포장 재료가 친환경적이려면 최대한 시멘트 사용을 적게 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멘트나 석회성분이 10% 이내로 들어 가야하고 황토색을 내기위한 색소 사용 등은 엄격하게 규제 되어야 한다. 옛날의 시골길은 다소 울퉁불퉁하고 빗물도 튀기는 그런 정감 있는 길이 많고 좋았는데 지금은 이런 것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게 나만의 고민이고 문제일까 생각을 해보면서 옛 조상님들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생각하게 된다.

앞서 얘기한 데크재나 포장재에 대한 생각은 순수한 저의 사견임과 동시에 우리 조경인이 한 번쯤은곱씹어 봐야하지 않나 싶었고 혹여나 데크재나 포장재에 관여하시는 분들에게 가슴 아프게 했다면용서바란다.

요즘 영화계 최고 화두는 국제시장인 것 같다. 우리시대의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명대사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최인호(객원 논설위원·부산시 공원운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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