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불가피한 공동 발생
수목은 생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지가 고사하거나, 태풍을 포함한 다양한 악천후로 인해 줄기나 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상처가 발생하게 되는데, 어릴 때에는 이를 성공적으로 유합할 수 있지만 성숙기를 지나 노쇠기에 접어들면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처에서 시작된 부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커다란 공동으로 발달하게 된다(사진 1).

이처럼 목재가 부후하여 공동이 발생하는 것은 수목이 발아하여 생장한 다음 노쇠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물질순환과정의 일환이며,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나타나기 전부터 수억 년 동안 반복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공동관리의 필요성
우리는 역사적, 학술적, 문화적, 관상적 가치가 높은 수목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동종의 다른 수목보다 수령이 오래되고 몸집이 클 뿐만 아니라 치유하지 못한 상처로 인해 수간에 커다란 공동을 가지고 있다(사진 1, 2). 이러한 노거수들은 원형을 유지하면서 오래 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는데, 이때 거론되어온 보호조치 중 하나가 수간에 있는 공동을 치료해주는 것이었다.

수목의 공동은 이렇게 보호가 필요한 중요한 노거수뿐만 아니라 성장과정에 있는 수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어린 수목에 발생한 공동을 올바르게 치료해 줄 수만 있다면 구조적으로 튼튼한 수목으로 자라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사진1] 수령이 1,000년 이상 된 녹나무의 수간에 커다란 공동이 생겼는데, 일본은 이러한 공동을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공동관리의 역사
수목의 공동 충전에 관한 첫 기록은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Theophrastus가 BC300년께 저술한 Enquiry into Plants에 나타나 있다. 근대에 와서는 1598년 Lawson이 ‘A New Orchard and Garden’에서 공동충전을 비롯한 수목관리 작업 전반을 다룬 바 있으며, 영국 Charles II의 요청을 받은 Evelyn은 1664년 그의 저서에서 공동을 석유나 타르로 처리할 것을 처음으로 권고하였다.

수목의 외과수술을 과학화한 사람은 George Ⅲ의 정원사였던 Forsythe인데, 그는 1790년 그의 저서에서 공동을 완전히 청소한 다음 그가 고안한 소똥, 석회, 나무 재, 모래를 배합한 자재로 충전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러한 방법은 100년 이상 시행되었다.

이후 충전재가 콘크리트로 바뀌었지만 공동 충전작업은 1930년께까지 수목관리 작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이었으며, 이에 따라 수목관리 작업도 Tree Surgery(수목 외과수술)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수목의 공동을, 충치로 인해 손상된 치아를 치료하는 것처럼, 부후된 부위와 건강한 조직의 일부를 제거한 다음 단단한 물질로 채워 상처를 밀폐하면 부후 곰팡이로 인한 공동의 부후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공동충전은 수목관리자의 부를 축적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이렇게 축적된 부는 미국의 수목관리가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당시의 상황을 근대 수목관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A.L. Shigo박사는 미국의 수목관리가 부자들을 위한 공동 충전에서 출발했다고 한 마디로 정리하였다.

그러나 1930년을 전후하여 그때까지 시행된 충전방식의 공동 부후 저지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공동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민간 수목관리전문가 4명과 미국농무부(USDA) 산림병리학자 1명이 합동으로 공동충전의 유효성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를 1935년 전국녹음수회의(NSTC)에서 발표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공동충전이 심재부후를 근절하거나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사진 3).

▲ [사진2]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수목들은 크기가 엄청나게 클 뿐만 아니라 수령이 오래되어 취약한 부위가 많다(용문사 은행나무).
▲ [사진3] 공동을 충전하는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후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후 곰팡이의 자실체(버섯)가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의 공동관리 현황
미국의 경우, 공동 충전작업은 1935년의 평가 결과, 우레탄 폼을 비롯한 다양한 충전재 개발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부후 저지 실패,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수목관리에 대한 관심 저하 등으로 급격하게 쇠퇴하였고, 1977년 Shigo 박사 팀에 의해 CODIT(수목의 부후 구획화, 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 개념이 정립되면서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00년을 전후하여 수목관리작업의 95%를 차지했던 공동충전은 1940년대에는 5%로 급감하였으며, 지금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미국의 수목관리 관련 국가표준에는 이와 관련된 별도의 표준이 없으며, 전정 관련 표준에 수목조직을 손상시키는 상처치료제 사용을 금지하고, 상처를 조사할 때에는 푸석푸석하고 손상된 조직만 제거하도록 권고하는 규정 정도만 있을 뿐이다.

영국은, 수목관리 관련 국가표준인 BS 3998(2010 개정판)에서 공동이 건조한 경우 다른 작업을 위해 푸석푸석한 지저깨비나 부후한 목재 정도는 제거할 수도 있지만, 수목의 자연적인 방어벽을 파괴할 수 있는 건전한 목재의 절단이나 노출은 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물로 채워진 공동은 그 상태가 부후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배수를 위해 구멍을 뚫으면 수목의 방어벽을 파괴하여 부후가 다른 건전한 목재로 확산되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개방된 공동이 방화나 기타 인간의 고의적인 파괴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람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한 울타리 설치 정도는 무방하며, 만약 충전이 유일한 효과적인 장애물인 경우에는 무독성 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공동관리 관행이 충전에서 개방으로 넘어가고 있는 전환기인 것으로 판단된다. 크기가 작은 공동은 충전을 하되 수목이나 작업자에게 유독하지 않는 자재(예: 유리섬유로 된 모르타르)를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규모가 큰 공동인 경우에는 개방된 상태에서 내부가 건조하게 유지되도록 눈이나 비의 유입을 방지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사진 1).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충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목의 공동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충전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된 상태에서 공동 관리에 대한 방향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 회에서는 수목의 공동 관리와 관련된 기초이론을 살펴본 다음 바람직한 공동 관리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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