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2일에 개최된 서울역 고가도로 걷기 행사에 참여를 했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철거 대상으로 지정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한 여론 수렴 및 차량이 다니던 고가도로를 걷는 길로 이용하는 시범 행사가 궁금했다. 또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를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아서 사람 중심의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서울시의 구상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근래에 조경 관련 프로젝트인 ‘마포석유비축기지 프로젝트’ 등에서 보여준 서울시의 조경 홀대 양상이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에도 우려가 된다는 조경계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라서 확인도 하고 싶었다. 행사장 입구인 회현동 육교에 조경단체와 건축단체가 함께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를 환영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것이 두 단체의 힘겨루기처럼 보였다.

당시 행사장인 고가도로 입구의 양 옆에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공원화 반대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통해서 농성을 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가도로가 보행공간으로 명소화 되면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서 고가공원을 거닐다가 남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터인데 잘 모르고 데모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날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기존의 계획대로 철거가 되면 상인과 주민들이 제일 불편해지고 동선의 단절로 인하여 상권이 위축되지만 공원이 조성되면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쪽의 남대문시장, 남대문, 남산공원을 잇는 관광명소가 연결되고 서쪽으로 중림동, 서계동, 약현성당이 연결되는 장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12월 8일에 ‘서울역 고가 공원화 시민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논리는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첫째, 서울역 고가도로를 원래 계획대로 철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둘째, 서울시의 의도대로 보행중심의 공원으로 재탄생시키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셋째는 고가를 철거하고 버스가 다닐 수 있는 고가도로를 다시 세워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장 객석에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주위의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공원화는 반대한다는 토론 의견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끝났다. 서울시 담당관이 교통대책을 세울 것이며 공원계획이 상인과 주민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과 성급하게 공원화 계획이 부각되어 발표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과를 하는 것을 보고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1월 12일에는 ‘서울역 고가도로 활용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참석한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이 교통대책에 대한 대안이 없으면 생존권이 무너진다며 토론장 단상을 점거하고 한 시간 동안 농성을 하는 바람에 토론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토론회 자료에 나타난 여러 가지 논지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위의 세 가지 행사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소통의 부재가 감정을 일으키고 그것이 커지자 다시 소통이 막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어차피 지금은 기능이 정지된 고가도로가 존재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따라서 상인들과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교통대책과 보행공원이 가져다주는 상권 및 지역발전의 효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협의하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럴 때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