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길 훼손을 반대하는 시민들이‘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기본설계 중간보고회’가 열리는 곳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사진제공 (사)푸른길>

광주시민의 염원과 정성이 깃들여 있는 ‘푸른길공원’이 훼손될 처지에 놓이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에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의 일부 구간이 푸른길(백운광장~조선대 정문) 2.8km 구간과 겹치면서 공사 시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푸른길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푸른길공원 훼손은 물론 저심도방식의 안전성, 하부 구조물과의 충돌문제 등을 제기하며 현재 기본계획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10여 년간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조성해 관리하고 있는 푸른길공원에 대한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토목사업에 힘없이 짓밟혀야 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열린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기본설계 중간보고회’에서 (사)푸른길 관계자 및 시민 20여명은 중간보고회를 거부하며, 행사장 복도에서 기본설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광주의 최대 현안사업 ‘도시철도 2호선’

윤장현 광주시장이 취임 한 후 지난해 8월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해 재정부담과 수요예측 문제를 거론하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1월 윤 시장은 도시철도2호선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시철도 2호선은 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을 순환하는 총 연장 41.9km 규모로, 총 사업비 1조9053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이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지하 저심도 경전철 공법으로 시공되는 도시철도 2호선은 2016년 착공해 2024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건설할 계획이다. 정거장 44곳이 조성되며, 푸른길 구간에 설치되는 5곳의 정거장 중 3곳은 푸른길공원 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1단계 구간은 시청~백운광장~광주역 까지이며, 오는 5월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실시설계를 통해 2016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푸른길공원 훼손 문제는 저심도 공법과 맞닿아 있다. 기존 지하철공사는 지하 15~20m에 터널을 뚫고 공사를 하기 때문에 상부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반면, 저심도공법은 지하 5~7미터 정도를 상부에서부터 파고 내려가는 방식이어서 상부에 있는 푸른길공원의 훼손이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푸른길에서는 푸른길 구간 만큼이라도 기존 지하철공사 방식인 고심도 공법 혹은 도로상부에 전차를 설치할 것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저심도 공법은 최소 굴착으로 인해 사업비 최적화와 최소접근 동선으로 이용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시는 주장한다. 특히 지하 1층에서 탑승할 수 있는 이용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심도 경전철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운행 안전성 문제, 소음공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중간보고회 그리고 성명서 발표

푸른길공원을 지켜러는 시민들을 의식한 듯 지난달 24일 열린 중간보고회에서는 푸른길공원 구간에 대해 비중 있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른면 공사구간과 푸른길공원이 겹치는 구간은 총 2.8km(3만 542㎡)이며, 이중 공사 중에 점유하게 될 구간은 1.5km(1만838㎡)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공사 이후에도 점유를 하게 되는 구간은 출입구 3개소에 478㎡정도로 언급하고 있다.

공사 중 점유하게 될 1.5km 구간은 굴착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두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며, 공사 이후에 다시 흙으로 복토한 후 공원을 복원하게 된다. 그 중 일부인 478㎡는 출입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푸른길공원 구간(2.8km)에 총 5개의 정거장이 설치될 예정이다. 그 중 2곳의 정거장은 푸른길을 피해서 공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기본설계가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곳의 정거장은 그대로 푸른길공원을 파헤쳐 공사하게 된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사)푸른길과 광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푸른길과 도시철도2호선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백운지하차도 하부노선 설치 ▲남광주고가 좌우측으로 노선 분리 등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안을 적용하면 전체 공사비의 2%가 증액된다는 이유로 원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른길공원 가치 지켜갈 것”
특히 이들 단체는 24일 중간보고회 직후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안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거대 토목공사 앞에서 푸른길에서 걷고, 휴식하며,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정이 광주시가 표방하는 더불어 사는 광주인지 되묻는다”며 “과거 토건주의의 망령이 21세기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를 흔드는 현실에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5가지 입장을 밝힌다.

이들은 ▲도시철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토론 그리고 참여 전제 필요성 ▲소통과 참여 배제된 중간보고회는 무효 ▲푸른길공원 훼손과 단절 전제로 한 기본계획 폐기 ▲푸른길에서 시민이 걷고, 휴식하며, 문화 및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 보장 ▲푸른길공원에 대한 올바른 평가 실행 등 5가지를 요구 했다.

(사)푸른길 관계자는 “푸른길의 훼손은 십수 년간 시민들이 만들고 가꿔온 광주의 공동체 정신은 물론 푸른길의 가치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뒤 “대안으로 고심도방식, 정거장 위치 변경, 지상개발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예산 증액을 이유로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어 그는 “앞으로 우리는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시의회 및 전문가와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푸른길공원의 가치를 알리고 지켜내기 위해 적극적인 시민홍보에 나설 계획이다”며 푸른길공원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아나설 뜻을 비쳤다.

한편 푸른길공원은 광주도심을 가로지르던 도심철도 폐선부지에 조성된 선형공원이다. 총 길이 7.9km의 푸른길공원은 계획, 설계단계부터 조성, 관리까지 시민이 참여한 시민참여형 공원으로 조성 및 관리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에서는 푸른길공원을 녹지·생태축 거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푸른길을 통해 원도심 재생 및 활성화사업 등을 통한 도시재생의 축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 ‘푸른길을 살려주세요’ 홍보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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