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을 찾는다. 동물병원은 애완동물의 증가세와 맞물려 도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무가 아프면 어떻게 할까? ‘나무병원’에 가면 된다. 나무가 아프면 나무의사가 치료해 준다. 하지만 나무병원은 일반인에 익숙하지 않다. 수요가 적다보니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나무병원이 동네병원 격이라면 수목진단센터는 종합병원 격이다. 수목진단센터에서 진단해주면 나무병원에서 치료해 주는 시스템이다. 나무가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를 진단해 주는 업무를 주로 하는 수목진단센터는 산림청 지정으로 전국에 7곳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대 수목진단센터(원장 이용환)’를 찾아가 센터에서 하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피해받은 보리수나무
▲ 살아난 보리수나무


















 

몇 년 전 아파트 복도 한쪽에 잎이 노랗게 변해있는 보리수나무 사진과 17년간 키우던 보리수나무가 죽어가는 것 같다며 서울대 수목진단센터 홈페이지에 컨설팅을 의뢰한 사례가 있다. 이후 사진을 살펴보고 전화 통화를 한 후 진단과 처방을 제공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그 의뢰인의 글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보리수나무 황엽현상 때문에 전화드렸었습니다. 17년간 키우던 보리수 나무가 죽어가는 것 같아 어머니께서 상심하셨는데, 처방해 주신대로 조치했더니 바로 새잎이 나오면서 지금을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매우 기쁜 마음에 사진을 올립니다”며 “전화까지 직접해주시는 세심한 배려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었다.

이 내용과 사진은 서울대 수목진단센터내 한쪽 벽에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있다.

‘서울대 수목진단센터’는 생각과 다르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용환 서울대 수목진단센터 원장은 “우리 누리집에 수목에 대해 의뢰가 들어오면 진단해주고 처방을 해준다. 사진과 함께 증상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혹은 증상이 발생한 수목의 시료를 직접 보내주기도 한다. 그러면, 병해충 및 생리적장애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처방을 해주는데, 누구나 의뢰 할 수 있다”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대 수목진단센터에는 연중 150여 건의 일반인 의뢰가 들어오면, 진단과 처방을 해주는데, 무료라는게 핵심이다. 수목진단센터 내 냉장고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수목시료가 이를 증명해 준다.

▲ 접수된 수목시료
▲ 접수된 수목시료











서울대 수목진단센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목진단 및 처방은 물론이고, 조사연구, 전문 교육프로그램, 홍보자료 발간 등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기관으로 수목진단센터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조경수관리교육’을 연 2회 실시하고 있다. 조경수와 관련되어 있거나 관심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조경수관리교육’은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2324명의 교육생을 배출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조경수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아파트 관리소장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택지개발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조경수 고사로 발주처와 시공사간 문제도 공공성과 전문성을 근거로 원인과 진단을 해주기도 한다.

‘서울대 수목진단센터’는 전국 7개 국립대에 지정된 수목진단센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99년 농업생명과학대 내 ‘수목병원’으로 개원한 후 2005년 ‘식물병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후 2012년에는 산림청과 서울시에서 ‘수목진단센터’로 지정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수목진단센터는 이용환 원장(농생명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10명의 서울대 교수와 4명의 외래임상의로 구성됐으며 기초진단부, 임상병리부, 수목해충부, 수목관리부, 환경생리부 등 5개 부서로 구분되어 있다.

서울대 수목진단센터는 생활권 수목에 발생하는 병해충 비염성 피해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올바른 관리방법을 조사 연구하고 전문적인 진료시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어 교육프로그램, 진단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무병원과 함께 수목진단센터는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사회적 무관심은 정부나 학교에서 지원 정책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 이용환 서울대 수목진단센터 원장

이용환 원장은 “수목진단센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나무병원의 인식은 많이 떨어진다. 가로수 혹은 아파트 조경수 등이 당장 우리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인 무관심은 정부나 대학의 지원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사회적으로 인식되지 못한 수목진단센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관심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면서 “수목진단을 산업이나 문화의 섹터로 만들어야 하며, 이는 서울대 수목진단센터의 역할 중 하나다”라며 수목진단의 산업화 및 문화화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수목은 병해충 그리고 생리적문제로 고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목의 고사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게 무엇일까. 대답은 예상외였다.

이규화 외래임상의는 “수목 고사의 원인 제공자는 대부분은 사람이다. 특히 생활권 수목의 경우 생리적인 문제로 고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식으로 인해 체질적으로 약해지면서 병해충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데다가, 관리미흡까지 겹치면서 고사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모든게 자연에 있는 나무를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도심 속으로 이식해오면서 생긴 문제다.”라며 수목의 고사 원인은 사람의 간섭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조경인의 역할론을 강조한다. 지역에 맞는 수종 선정, 이식할 때 나무 규격에 맞게 분을 뜨고, 제대로 된 식재 그리고 식재 후 유지관리에 신경을 쓰면 수목고사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후 유지관리 문제는 가장 중요하면서 시급한 사안임을 강조한다.

생활권 수목의 대형화에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이규화 외래임상의는 “생활권 수목이 커지면서 자칫 관리 소홀로 인해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 그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수목의 안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제 공공수목에 대해 지자체, 공공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수목관리에 대한 관심이 민간영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며 생활수목의 안전관리 문제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관심을 주문했다.
 

▲ 현미경 검경
▲ 서울대수목진단센터 현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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