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대한민국 조경계에 ‘정원’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됐다. 시대적 변화와 요구라는 말도 있지만 해마다 조금씩 작아지는 조경시장에 새로운 먹을거리가 필요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 관련 행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가드닝 교육을 앞 다투어 진행하고 있고 성남시에서는 내년도 경기도정원문화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한 토론회 ‘성남. 정원을 꿈꾸다’를 마련했다.

어느새 조경업의 중심에 들어온 정원분야에 대한 관심은 최근 2주 사이에 두 개의 심포지엄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 ‘정원의 가치와 확산을 위한 원예와 조경의 역할’이 주제가 된 두 세미나에는 많은 청중들이 모여들었고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띤 토론까지 이어졌다.

지난 봄에는 정원문화의 다양한 양상에 대하여 논의를 하면서 개인정원부터 공공공간에 이르는 생활 속의 정원공간을 이야기하고 정원문화의 가능성과 새로운 실천방안을 모색하였고 이번에는 정원에 대한 이론, 실천, 시스템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정원학의 미래 지형을 조망해봤다. 또한 정원의 대중화를 위한 원예와 조경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이 됐다.

올해 개최된 여러 심포지엄을 지켜보면서 정원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고객들은 아직 정원에 대한 구매의사나 결심을 하지 않고 있는데 내 물건이 좋다고 홍보하는 상인들처럼 조경계는 아직 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시장 접근방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출범한 정원문화협회와 정원문화포럼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정원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소화해주지 못하고 있고 각 지자체의 관 주도의 정원 관련 행사가 자칫하면 재능기부의 주 타킷이 되는 양상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다.

정원이 취미와 재능 기부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영역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챙겨볼 일이 있다.
첫째, 대학의 커리큘럼을 조정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새롭게 가르쳐야 되는 직업세계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는 원예 전공자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은 보조인력도 못돼서 선배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하는 애물단지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적응을 못하면 서비스업같은 다른 분야로 전직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학부 때에 미래 직업에 소요가 되는 학문과 실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대학의 커리큘럼은 책상머리 교육에 비중이 더 큰 것 같다.

둘째, 조경인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나 프랑스의 쇼몽 가든쇼 등이 저절로 세계 최고가 되지 않았다. 행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출품하고 참여해서 정원의 두께를 부풀려야 한다. 조금만 나이를 먹으면 체면치레인지 몰라도 나서기를 꺼려하는 풍토는 정원산업 성장에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일본의 가드닝월드컵을 보면 그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 이번에 열린 2014조경문화박람회를 보고서 공무원에게 첼시 플라워쇼를 벤치마킹해서 그와 같이 하라는 웃기는 지시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우선 저변 확대를 위한 리딩 그룹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정책도 따라오고 예산도 수립된다.

셋쩨, 조경, 원예, 미술, 음악, 문학, 요리 등의 분야가 융합이 되어야 한다. 정원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행태의 모든 영역을 흡수해주는 공간이 된다. 정원에서 담소하고, 먹고, 보고, 듣고, 거니는 문화가 정착이 되면 비로소 정원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모처럼 불어오는 정원의 훈풍을 잘 살려서 정원이 국민복지의 한 축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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