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의 이중성

수목은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해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면서 겨울에는 찬 겨울바람을 막아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등 우리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고마운 유기체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익은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이러한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수목을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활력적으로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올바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함부로 다루면 수목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사진 1).

위해란?

▲ [사진1] 태풍 볼라벤으로 쓰러진 가로수에 의해 부서진 차량.

위해(危害, hazard)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 재산, 환경에 위협을 주는 상태’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수목에 의한 위해는 수목으로 인해 인간이 이러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목이 이처럼 위해의 요인이 되려면 ①쉽게 파손될 수 있는 수목의 결함 ②수목이 파손되는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이나 재산 등의 대상물 ③수목의 파손을 부추길 수 있는 태풍이나 폭설 등 극한적인 환경 등 세 가지 요소가 구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해한 수목은 우리 주변에 있는 도시 수목들 중에 존재하게 되며, 파손되더라도 인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지 않는 깊은 산속의 수목은 위해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의 현황

성목으로 자라고 있는 도시수목 : 우리가 도시에 수목을 집중적으로 식재하기 시작한 것은 1986아시안게임과 1988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시미화 운동을 실시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그림 1).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현재 이들 수목의 나이는 식재 당시 수목 나이가 10~20살이였음을 고려하면 40~50살 정도가 된다.

이 정도 나이는 수백 년에 달하는 수목의 수명을 감안하면 아직 유년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크기는 이미 우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고, 자연 환경보다 인위적인 간섭이 많아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도시 환경에서는 중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 [그림1]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게임 직전에 가로수를 비롯한 도시수목이 집중적으로 식재되었다.

결함을 유발하는 관리 관행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수목관리 관행은 신중하지 못한 수목 선정으로부터 큰 나무 이식 선호, 식재 후 방치, 무자비한 두절, 수목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뿌리 절단 등 매우 후진적이다. 이로 인해 우리 주변에는 건전한 수목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수목이 결함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결함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줄기 내부가 부후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풍 등 극한적인 기상 상태가 발생하면 넘어지거나 부러지면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사진 2).

이상 기후 빈발

최근에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0년 9월 초에는 태풍 곤파스로 인해 전국적으로 25만 그루의 수목이 피해를 입었고, 2012년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52m에 달하는 볼라벤을 포함하여 평년(3.1개)보다 많은 5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였으며, 2014년 6월에는 경기도 일산에서 경운기를 들어 올릴 정도의 토네이도(tornado)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우리가 매년 경험하고 있는 태풍 같은 기상현상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여기에 더하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토네이도에 이어 외국에서 겨울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얼음비(freezing rain)나 얼음폭풍(ice storm)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결함을 가진 수목이 수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파손을 부추길 수 있는 이상 기후 발생 빈도도 늘어나고 있어 수목에 의한 위해 수준이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사진2] 수간 내부가 부후되면 평소에는 튼튼해 보이던 수목이 태풍이 불면 쉽게 쓰러져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다.

위해관리 방안

이처럼 현실화되어 있는 수목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 실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에 대한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수목의 위해관리 방안은, 앞서 언급한 위해 구성 요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수목의 결함을 최소화하는데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편의상 단기적인 방안과 장기적인 방안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단기 방안
단기적으로는 현재 식재되어 있는 수목을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육성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정 크기 이상의 도시 수목에 대한 위해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1~2년 마다 주기적으로, 그리고 태풍 등의 이상 기후 발생을 전후하여 추가로, 수목의 구조적인 결함과 줄기의 내부 부후 여부를 점검하고 이들의 위해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다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사진3] 거대한 위해 수목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있는 수목관리 전문가(Arborist).

이들 방안에는 붕괴 위험이 큰 수목의 제거도 포함되어 있는데, 제거 대상 수목은 노거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수목을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는 전문가로 하여금 이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있어서 위해한 수목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있다(사진 3).

다음으로 수목의 안전을 저해하는 관리 작업을 지양하는 것이다. 앞선 연재에서 필자는 공사 중 수목의 뿌리를 보호하는 조치, 크기를 줄일 때에는 두절 대신 축소절단으로, 수목이 유합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만드는 굵은 가지 제거 삼가, 조밀한 가지 솎아주기 등 올바른 수목 관리방안을 수없이 강조한 바 있다.

장기 방안

▲ [사진4] 이식 할 때 절단되어 썩어 들어가고 있는 굵은 가지 주변에 맹아지가 밀생하여 얇은 목질부에 위태롭게 붙어있다.

장기적인 위해관리 방안 역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해당 부지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여 올바르게 식재하는 적지적수(適地適樹, the right plant in the right place)이다. 지금처럼 과도한 관리 작업이 필요하고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식재부지보다 크게 자라는 수목을 식재한 다음 방치했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성목이 되어도 해당 부지의 크기를 초과하지 않는 수목을 식재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또 다른 좋지 못한 관행은 이미 특정 부지에 정착하여 자라고 있는 큰 나무를 이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단되는 굵은 뿌리와 가지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수목이 위해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사진4). 미국의 경우, 지상 30cm에서의 직경이 20cm인 수목을 이식할 때에는 직경의 10배 크기의 근분을 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식재 후에도 30년 동안 전정을 비롯한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계획 수립과 실행은 차치하더라도, 굵은 가지와 줄기가 잘려나간 흉물스런 큰 나무 대신 수형이 좋고 건강한 어린 수목을 식재하여 잘 키우는 관행부터 정착시켜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규화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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