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법과 같은 인식이며 인간이 만들지만 때로는 규제 때문에 인간이 불편하다. 규제가 없으면 혼란이 야기되므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규제가 심하면 발전이 없게 된다. 따라서 적정한 규제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십 차례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그만큼 규제라는 것이 다루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도 규제완화, 규제개혁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이나 정부도 만족이 안 되나 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암 덩어리 같다는 규제를 단두대로 보내 단칼에 정리하자는 다소 섬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규제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나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정해놓은 규제는 정의롭고 공평하며 안전하기 때문에 모두가 지키고 있으며 국민을 편안하게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면서 오래된 규제는 변화와 혁신의 대상에서 재탄생을 하게 된다.

지금 정부의 각 부처에서는 불필요하고 불편부당한 규제를 없앤다고 동분서주를 하고 있고 마치 규제개혁의 숫자 경쟁으로 비쳐질 정도로 규제개혁에 관한 업무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을 많이 한 시기는 규제가 별로 없던 때라고 생각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환경보존은 잠시 접어놓은 적도 있었고 인권마저도 유보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왔고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40년 이상을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무너져 내린 환경을 뒤늦게나마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규제가 자꾸 생겨났다. 그런 규제 덕분에 헐벗었던 산이 다시 푸르게 됐고 4급수로 전락한 강이 다시 깨끗하게 회복됐다. “공장의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뻗어가는 것을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울산공업단지 낙성식 연설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공장의 검은 연기는 가장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됐다.

조경면적도 규제가 생겨서 녹색환경 조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건축법’에서의 대지 안의 조경 규정 등이 있어서 쾌적한 환경조성을 조경이 해온 것이다.

그러던 조경이 규제개혁과 규제완화라는 정책에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건축법 시행규칙’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주택법 개정으로 가구 수가 15%까지 증가해도 대지 안의 조경에 대한 건축기준을 완화해주었다. 종전의 10%에서 완화된 것이다.

건축법 완화조치가 시발이 된 것인지 몰라도 근래에 조경면적 완화 및 축소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개발사업 때 ‘광장, 공공공지, 저수지, 유원지, 하천, 옥상녹화’를 하면 도시공원이 대체될 수 있는 식의 표현이 되고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에서 실시계획을 변경할시 조경설계도서가 생략될 수 있는 경우도 생길 우려가 높다. 제로에너지빌딩을 건축하면 조경면적을 축소해주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일부개정안’이 또 입법예고 됐다.

우리 주거와 생활환경이 회복단계에 들어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조경면적 규제를 완화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정해진 규정보다 더 많은 조경을 하려는 선진국을 보면 녹색복지의 중요성을 잘 인식 할만도 한데 건축분야의 규제완화 실적을 올리는데 만만한 것이 조경인지 되묻고 싶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