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노란 리본의 정원’은 사라졌지만…
[김부식 칼럼] ‘노란 리본의 정원’은 사라졌지만…
  • 발행인 김부식
  • 승인 2014.11.27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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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참이 됐다.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지만 진도 팽목항의 실종자 수색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도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어린 생명들의 희생이 너무 많아서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이 한반도를 적셨다.

(사)한국조경사회에서 서울시청 앞 광장 세월호 분향소 인근에 ‘노란 리본의 정원’을 설치했다. 280㎡의 면적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추모를 위한 ‘눈물’의 의미와 각박하게 달려만 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춤이 필요한 ‘쉼표’의 의미 그리고 호흡할 때 들숨날숨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책을 읽을 때도 필요한 ‘숨표’의 의미를 형상화하여 스텐레스 봉과 촛불을 설치하고 이후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란리본에 추모의 글을 써서 달아 놓은 것이 쌓여서 생긴 조형물이 있는 정원이 조성됐다.

매일 저녁 해가 지면 노란 리본의 정원에는 촛불이 켜지고 실종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며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갔다. (사)한국조경사회가 중심이 된 조경인들이 성금 기부와 정원 돌보미 역할이 이어져서 200일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최근에 실종자 수색 중단의 결정이 내려지자 시청 앞 광장 분향소가 시청 도서관 내부로 옮겨지고 노란 리본의 정원도 막을 내렸다.

“언니 오빠들 하늘나라에서도 좋은 곳으로 가.”
“꽃다운 해맑은 너희들의 믿음과 웃음을 지켜주지 못한 부끄러운 어른들, 그런 어른들의 이기심과 부패가 사라지고 안전하고 희망을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오기를...”
“May You Rest !!! Friend From Cambodia..."

위의 말들이 적힌 노란리본은 지난 11월 24일 ‘노란리본의 정원’이란 정원 팻말과 함께 ‘서울특별시 기록관’ 박스에 담겨져서 서울시청 도서관에 보관됐다. 묶인 리본을 풀어서 박스에 담으며 읽어본 사연은 실종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애잔한 글과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자숙하는 글들로 가득 찼다.
우리 사회는 이번 세월호 참사로 잃은 것이 너무 많고 새롭게 노출된 비리도 너무 많다. 유가족들의 정신적 치유, 진실규명과 보상대책이 진보 보수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속에서도 계속 유지되는 안전대책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망각이라도 한 것처럼 터지는 안전사고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아직 우리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를 못하니 어린이들도 생각없이 위험 속에서 놀고 있는 광경을 지난주에 목격을 했다.

잠실 재건축 아파트는 준공된 지 얼마 안 되는 최신형 아파트인데 그 곳에 설치된 놀이시설물이 안전에 문제가 생겨서 ‘사용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위험’이라는 글씨가 있는 비닐테이프가 두 줄로 감겨 있다. 그러나 그곳 어린이들은 비닐테이프 밑을 통과하며 아무 거리낌 없이 놀고 있었다.

커다란 시설의 안전만 안전이 아니고 작은 안전부터 챙겨볼 일이다.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이 생긴 동기는 부산의 어린이놀이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놀이시설 사고는 10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노란 리본의 정원은 사라졌지만 또 그런 정원이 생길까봐 두렵기만 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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