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준(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농학박사(환경조경학))

지구상에 500만여 종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원시 지구환경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이 유기물에서 자기복제기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하였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결국 동물과 식물은 하나의 유기물에서 탄생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숨 쉬고 있는 모든 동·식물들은 주변 환경과 맞서 싸우며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이겨냄으로써 종족을 보존하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BBC의 프로그램 ‘원 라이프’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크게 감명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눈에는 실로 하찮게만 보이는 벌레나 곤충, 눈에도 띄지 않는 미생물 또한 하나의 삶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사랑하며 자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과는 삶의 방식이 확연히 다르면서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똑같다는 공통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커피나무는 동물에게서 자신의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만드는데 그 독성물질이 카페인이고 이 카페인은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물질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선호하는 것은 커피가 갖고 있는 유전자의 50%정도가 사람의 유전자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도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사람이 커피열매를 섭취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에너지가 증폭되어 영국의 산업혁명을 비롯한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조경은 높은 인구밀도와 콘크리트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회색도시에 자연을 끌어 들여 숲과 호수를 조성하고 곤충과 새들을 불러 모으고 물고기들을 유입시켜 도심 내에 작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통해 생활환경은 물론 녹지공간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며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여 웰빙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효과를 마련하는 것이 조경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르러 이러한 조경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산림청, 환경부 등 인접분야에서의 시도들이 있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국토교통부 관련 업무에서까지도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가세하여 더 높은 강도와 더 많은 횟수로 우리 조경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제정, 건축심의기준(안) 제정, 빗물관리 기본법안,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고, 산림청 관련 법률 중 산림보호법 개정법률안이 현재 발의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 법안들이 당초의 의도대로 개정될 경우, 조경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만큼 현저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든 조경인들은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상황변화에 예의 주시함은 물론, 이런 사안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하며, 조경분야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첫째,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동식물들이 종족을 보존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맞서 싸우며 끊임없는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조경인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로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예지력을 가짐으로써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는 경쟁에서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 세대를 화려하게 지내다가 멸종되어 버린 수많은 동·식물들의 경우처럼 조경산업의 미래는 오늘날 우리 조경인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결정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접분야와 동반자로서 관계성 회복에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과거의 경우처럼 한사람의 리더가 주도하던 시대를 넘어 컨버전스를 통한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간의 결합 또는 융합을 통해 사회가 움직이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소한 영역다툼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인접분야와의 관계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경과 건축, 조경과 환경, 조경과 산림은 우리의 삶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인류가 존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발전하고 또 진화할 것입니다. 진화와 발전을 위한 인접분야와 동반자로서 관계성을 주인 입장에서 할 것인지, 아니면 손님 입장에서 주인의 안내를 받을 것인지는 우리 조경인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건축, 환경, 산림이라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손님이 내 집에 방문하고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손님으로 맞이할까요? 돌려보낼까요? 못 들은 척 내버려 둘까요? ‘경청’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여 듣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은 적게 하고 대신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 듣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조경, 건축, 환경, 산림 분야가 서로에게 귀기울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우리의 역량을 총집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모두를 살리는 창조적 공존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과 손님! 조경인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김재준(객원 논설위원·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농학박사(환경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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