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가 또 나타났다.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물수능’이란 신조어를 낳았고 수험생들의 대학진학 전략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게다가 출제 오류로 ‘대국민사과’까지 하는 해프닝을 보면 ‘물출제’라는 얘기도 나올만하다. 전년도에 잘못을 하고도 또 반복된 것이다. 수능 출제 문제로 학부모와 수험생만 곤란을 당하고 있다.

조경도 여러 경로로 곤란을 당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추진하고 완성된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가 수질악화, 생태계 교란, 습지 파괴 등의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22조 원이 넘게 투입되어 예산 낭비가 됐으며 앞으로도 수질정화비용과 균열 누수 등에 대한 유지비도 막대하다고 한다. 또한 공사 수주를 위한 기업들의 수주활동과 공사추진에 비리가 연루가 된 것은 납세의무를 다한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다. 아직 환경복원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더 큰 문제로 비쳐진다. 그 와중에 4대강을 따라 설치된 수변 시설 중 공원을 비롯한 조경시설물들이 설치 목적과 다르게 방치되고 있어서 조경이 잘못했다고 해서 조경계가 비판을 받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조경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허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가지고 조경계가 물을 먹고 있는 셈이다.

조경계의 숙원 중에 하나인 조경법안을 만들어서 관련 업계와 조율을 했다. 건축을 전공한 어느 국회의원이 조경법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건축 관련법에 집어넣어 거꾸로 이용한 적이 있다. 조경법에 대한 동의와 지원을 요청하러 갔다가 반대의견을 듣게 돼서 곤란했는데 법안 내용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셈이 됐다. 조경법은 이렇게 물 먹은 적이 있다.

올해에 조경산업진흥법안이 발의되어 진행 중에 있다. 이번에는 대한건설협회가 의외의 복병으로 나선 적이 있다. 조경산업진흥법의 관계기관 의견 조율과정에서 대한건설협회가 조경산업진흥법안과 비슷한 이름으로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서 조경계를 당황케 한 적이 있다. 그들도 전자의 국회의원과 똑같이 조경산업진흥법안을 기초로 많은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발췌하여 준비를 한 것이다. 조경업이 건설업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새겨보면 대한건설협회의 행태는 적반하장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기분은 필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조경 관련 법률안과 개정안이 속출하고 있다. 눈과 귀를 세우지 않으면 언제 어느 때 조경이 물을 먹게 될지 모르겠다.

‘건축법 개정령안’에서 조경기준 폐지를 들고 나오고 지난 열흘 사이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노후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4개의 법률안에 조경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이어서 나온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나무의사 선발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 모든 법률안에 대응하려면 조경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사업에 바쁘다고,그런 일에는 관심 없다고 모두 외면하면 조경은 물만 먹다가 사라진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조경인의 참여와 관심이 집중이 결합된 힘이 필요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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