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청주대 교수·조경기술사)

최근 들어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다양한 삶을 모색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면이 아니며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각자가 주체적이면서도 함께 작업을 하는 행위들 속의 즐거움을 찾거나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직접 참여하여 신규 직업이나 제품들, 취미들이 생산되기도 한다. 그 과정들에 가치와 결과적 산물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가능하도록 발전시켜가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국토와 조경, 도시발전의 유형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는 (전)국토해양부의 국책연구과제인 ‘도시재생사업단’이 2006년부터 약 7년간의 연구와 실천적 제안을 마련하였다. 과거의 도시개발에 있어 전면재개발 방식은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사업을 어렵게 하고 지연시키는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반해 근간에는 현장중심의 협력적 운영체계와 공통의 목표를 실천해야하는 주민참여의 다양한 개선사업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기존의 인적, 사회적, 물적 토대를 이끌어 갈 이해관계자간의 참여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해당사자의 동의와 주도 없는 참여형 사업의 성취란 기대할 수 없으며, 도시재생사업단의 연구결과에서는 능동적 파트너십과 소통은 지속가능한 사업의 유지와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이라 규정하였다.

제인 제이콥스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발표한 1961년 이후 약 50여년이 흐르면서 세계의 여러 도시들은 그가 주장한 도시적 삶의 문제점들을 실제로 겪어왔으며 이제는 회복을 위한 재생에 기치를 가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안전과 사람들 간 친밀한 접촉이 연동됨을 인지하였고, 오래된 것과 작은 것들의 필요성을 통한 집중 속의 다양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삶속의 자연 친화도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조경계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실천적 참여의 재생사업에 얼마나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되짚어 볼 때이다. 조경의 대상인 영역을 가장 큰 대상지인 공원과 광장, 여타 오픈스페이스에서 이제는 이들을 연결하는 길과 삶이 있는 단지, 그리고 깊숙이 들어간 마을들로 확장시켜야 한다. 10여년 전의 공원재생에서 크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신규개발과 생태복원이라는 양극을 확대시켰다면 이제는 삶의 중심인 시간을 담은 장소와 문화가 존재해왔던 기존 주거지에 다가가야 한다. 그 장소의 주인들과 소통을 통해 함께 조성해가야 할 것이다.

이미 도시계획과 설계분야의 도시재생사업은 국가와 지자체의 행정적 기반을 통해 중심사업으로 선도되고 있는 것에 반해 조경은 연구와 사업의 대상인 지역재생에 핵심적 역할로서 필요함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여타 조경대상지와 비교하여 단순히 사업의 규모와 사업성, 공정의 복잡성 등을 통한 근시한적 판단으로 조경이 해야 할 또 하나의 범주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도시재생과 마을재생, 마을만들기가 이루어진지 10여년 만에 다양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극단적인 삶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속 소통으로 삶의 회복을 이루어가고 있다.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모습니다.

마을재생사업 혹은 마을만들기는 일차적으로 낙후된 혹은 소외된 마을의 물리적 환경개선 못지않게 커뮤니티의 참여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선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전문가 역할이 중요하며 조경가들은 전문가로서 촉진자 역할을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지 주인인 마을주민의 이해를 넘어선 소통과 참여가 함께 하며, 여러 연구가들과 전문가는 촉진자로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전문가들이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그룹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주도적이거나 공격적인 개인들을 조정,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질문하기, 확고한 입장에 대한 재평가, 수동적인 개인들을 최대한 이끌어내기’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보다 나은 계획 과정이 되도록 도우면서 무엇이 성취되어야 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갈등을 조절하는 역할도 촉진의 역할로 보았다. 촉진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다루는 주제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비슷한 환경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촉진 방식을 훈련받아야 한다.

둘째, 이러한 참여사업과 조경을 위해서는 섬세한 계획과 설계, 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인 계획과 설계과정 후의 시공이 불가하다. 과정 속의 참여에 따라 설계와 시공이 반복적으로 교차하여 이루어지며 새로운 주민들의 제안이나 요구에 적정한 발현을 위한 숙련된 대응이 나타나야 한다. 다양하고 작은 삶의 환경 속을 디테일하게 다가감과 동시에 장소적 조화 또한 놓치지 않아야하니 더욱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한 개인의 정원과 공공의 공원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 불리는 사회시스템을 해석하고 만들어가기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회적 실천 작업을 하지 않았던 조경계에 참으로 난해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비단 조경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융합과 소통, 교류와 대화의 실천이 활발해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와 연계된 분야에서 나타나는 사업모형이라 보여 진다.

셋째, 새로운 사업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 정립이 함께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물리적 환경개선의 건설분야의 접근과 주민과의 참여를 통한 실천사업이라는 사회적 개선분야의 접목에 뒤따르는 사업성과 용역유형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이러한 시스템이 완벽히 정리되지 않음으로 섣부르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들이나 불협화음들을 볼 수 있다.

한해 두해 실천사업들의 사례가 늘어가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마을만들기 연구와 사업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조경 또한 이러한 분야에 함께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루는 조경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장소, 도시와 자연, 역사와 문화적 삶이 녹아있는 대상지, 즉 조경의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여타 전문분야에 의해 우리 대상지가 장소성과 자연, 사람과 문화를 놓치고 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말과 글로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의 삶, 있어야할 것이 있는 조경공간으로 회복되는 마을만들기가 적정한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애란(객원 논설위원·청주대 교수·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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