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 네거리

11월 11일은
도심이 속 시원히 뻥 뚫려
차량과의 전쟁에서 해방되는 날

쇠 당나귀와 쇠 노새를
마구간에 매어두고
활개 치며 걷는 보행자의 날

11월 11일은
농업인이 천하의 대본이 되는 날
보행자가 도로의 대본이 되는 날

가로수도 너울너울
보행자도 덩실덩실
아이들도 깡충깡충
도심이 보행자의 왕국이 되는 날

느티나무 길은 생각하는 길
회화나무 길은 발견하는 길
은행나무 길은 창조하는 길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된 날.

※ 인류의 도로문명은 마을의 좁은 곡선 길에서 시작하여 도시간의 직선화된 넓은 속도문명으로 발전하여 주변의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는 초고속의 모토피아시대를 향하고 있다. 더욱이 회색도심의 길은 질주하는 차량으로 보행자에겐 흉기나 다를 바 없다. 이에 ‘11월 11일’은 그 숫자의 형상처럼 도로가 텅 빈 ‘보행자의 날’과 ‘농업인의 날’로 정한 듯하다. 또한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1918)’이 끝난 역사적 의미도 있기에 차 없는 날에 도심을 걸으며 ‘나는 걷는다, 고로 생존 한다’는 데카르트의 존재론을 적용하여 도심의 보행자 왕국을 진작하는 뜻에서 구성하였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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