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전에 나선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배’라도 있었다.

2014년 한국의 조경은 그보다 훨씬 적은 배만 가지고 있지만 그 마저도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1척의 배마저 국토교통부는 내놓으라고 하는 실로 위중한 국면 앞에 섰다. ‘조경면적 폐지’가 바로 그 현실이다.

조경계가 배수진을 치고 그렇게 반대해왔던 ‘주택건설기준’은 28일 공포돼 시행되고 말았다. 이로써 앞으로 공동주택 건축 때 의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조성하게 돼 있는 조경면적이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토부는 주택건설기준이 폐지되더라도 건축법상 ‘조경기준’을 적용하면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공포를 며칠 앞둔 22일 ‘조경면적 폐지’를 담은 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지난 5월 시행된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인해 향후 조경기술사와 조경엔지니어링의 존재감이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연이은 국토부의 침탈은 조경인들에게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조경산업말살 정책을 주도한 최근의 국토교통부 담당부서를 살펴보면 ▲조경기준 폐지=건축정책과 ▲주택건설기준 내 조경면적 폐지=주택건설공급과 ▲조경엔지니어링 무력화=기술기준과 등이다. 어쩌면 이렇게 국토부 전방위적으로 조경산업말살에 나서고 있는지, 그 절차를 담은 기본계획이라도 비밀리에 짜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서승환 국토부장관은 아는가? 현행법령상 조경의 실효적 범위를 담고 있는 것은 ‘조경기준’이 유일하다는 것을···. 법도 아니요, 법령도 아니요, 고작 기준 따위 하나 남아 있을 뿐이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등장하는 ‘조경’은 모두가 기능적인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는 것을··· .

올초부터 조경기준 폐지를 추진해 온 건축정책과는 “국토부가 조경기준을 고시해 놓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를 그대로 조례에 적용해 지역마다 조경이 획일화되고 있다”며 지역의 다양한 조경을 위해서 조경면적 폐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진심인가? 진정으로 조경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 국가 건축정책의 방향이 맞는가? 그렇다면 건축관련 법령들을 먼저 폐지하는 게 도리요 순리다. 건축법, 건축기본법,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주택건설기준 등등의 온갖 건축관련 기준과 규제로 인해 지자체 건축이 다양할 수 없으니, 그 논리대로라면 이 또한 없애고 지자체에 자율성을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건축직과 토목직이 장악한 국토교통부의 행패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수천 수만 척을 보유한 이들이 고작 폐선으로 남아있는 조경의 마지막 배마저 뺏으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통곡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최종결재권자인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분명하게 견해를 밝혀주기 바란다. 왜 이런 조경산업말살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 끝은 어디인지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너무도 참담하고 답답한 우리들은 묻고 싶다. 정녕 국토교통부가 조경의 주무부처가 맞는가? 이 또한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답해 주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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