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이
임을 향한
단심(丹心)을 연주하고 있다

소리 없이 조율하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곱디고운 무지개 수채화

주홍빛 복자기나무가
고고한 트럼펫이 되어
온 숲이 정열의 음색을 드러내고

진홍빛 단풍나무가
속삭이는 색소폰이 되어
임의 가슴을 절절이 물들이고

쥐라기 은행나무가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이 되어
천추의 샛노란 원형질을 연주하는

소리 없이 음조하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곱디고운 가을의 교향시
 

※ 가을 숲이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드는 원리는 기온이 점차 내려가고 일조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엽록소의 광합성 기능이 저하되어 잎자루에 수분공급을 차단하는 이층(離層)이 형성되면서 엽록소인 클로로필은 분해되고 잠복해 있던 붉은색소인 안토시안과 노란 색소인 카로틴이나 크산토필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단풍의 심미성은 감상하는 이의 시각에 따라 그 감흥이 미묘하게 느껴짐으로 자연과학적인 원리에 문학이나 음악적 감성을 접목시킨 융합예술의 견지에서 구성하여 보았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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