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4대강 살리기'가 생태복원 전문가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회장 정동양)는 지난 6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4대강 살리기 생태공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토해양부는 5월말에 마스터플랜 발표를 예고하고 있어서, 시간은 촉박하지만 ‘친환경·친생태 사업’으로 물길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토해양부 권도엽 1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는 “(4대강 살리기는)우리가 주관해야 할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보니까 주변에서는 아무도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동안 일방통행식 추진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생태공학적 접근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에 취약한 하천구조를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바꾸고, 문화 선양과 함께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며 “이 세미나에서 좋은 정보와 의견을 제시하면 마스터플랜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에서 주최한 '4대강 살리기 생태공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세미나가 지난 6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환경복원기술학회 정동양 회장(한국교원대 기술교육학과 교수)은 인사말에서 “오늘 특별세미나는 사업추진 당국이 사업추진 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제언과 토론을 통해 지속가능한 강 살리기에 보탬이 되는 장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기획단 홍덕환 사무관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추진현황 및 계획’을, ICLEE(국제경관생태공학회) 김귀곤 회장(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이 ‘4대강 살리기의 생태복원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하였다. 김귀곤 ICLEE회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생태복원전문가 참여가 꼭 필요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시켜서 계획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주제발표에서는 정동양 회장이 ‘유럽의 강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강 살리기 전략’을, 심상렬 교수(청주대 환경조경학과)는 하천 호안 녹화를 위한 생태복원에 사용되는 ‘장섬유보강토공법’ 등 다양한 시공사례를 소개했다. 또 (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손영목 회장(전 서원대 과학교육과 교수)은 “하천 개발 때 유수역을 정수역으로 바꾸는 작업을 최소화해야 어류 종 다양성과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구본학 교수(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한강습지를 중심으로 생태복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어진 지정토론회에서는 더 구체적인 문제점 지적과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사)한국조경사회 김경윤 차기 회장은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조사분석과 계획과정을 거쳐서 개발이 이뤄져야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4대강은 자원의 우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더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김재근 교수는 “작은 집수역부터 점점 큰 집수역으로 강 전체를 바라볼 때 홍수문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고 “문화적으로 어떤 시설들이 들어서야 좋을지 개념 정립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연구위원은 “지난 달 탐사팀들이 낙동강을 조사해 봤더니 생태 건강성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4대강이 죽었다’고 말하며 대규모 개발을 하고 있는데, 정작 문제는 소하천이고, 도시와 공장에서 방출되는 오염원의 제거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윤재석 논설위원은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4대강 살리기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왜 ‘죽도록’ 방치해 두었는지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이제야 ‘4대강 살리기’ 키워드가 나온 이유를 따져 물었다.

단국대 환경조경학과 김남춘 교수는 “지역주민과 생태복원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범국민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환경계획조성협회 안계동 회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조금은 덜 환경적인 구조로 추진돼 일부분은 자연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단계별 추진을 위한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또 “이미 100여명의 자연환경관리기술사가 배출돼 있으니 적극적인 활용이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복원기술협회 한현구 고문은 “환경복원은 ‘기술’이므로, 그냥 콘크리트로 찍어낸 일반 제품만 고집하지 말고, 우수한 친환경 자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린마이스터 김연술 대표는 호안블럭, 매트공법, 돌망태 등 자사의 환경식생공법에 대해 소개했다.

객석 자유발언에서 호남대 조경학과 박원규 교수는 “우리는 소하천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대하천은 경험도 많지 않고 결과 검증도 안되어 있으니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해서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의견 교환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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