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조경계는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제도’를 두고 ‘불안’과 ‘불감’ 사이에서 혼란한 모습을 보였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조경설계업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 토목 기계 분야 특급기술자중 1인을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는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제도’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조경분야에 충격을 준 가운데, 조경설계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반면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일부 여론도 존재했다.
이에 이슈가 되고 있는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제도’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 및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현재 건진법 시행령 상 ‘건설기술용역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문분야 구분 없이 통합적으로 업역을 규정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계 등 용역업’ 등록기준에 건축 토목 기계 분야의 특급기술자 1인을 필수 요건으로 했다는 점이다.

‘전문분야 구분 없는 통합적인 업역 규정’은 정부 정책인 ‘통합’과 ‘규제완화’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며, 몇 년 전 건진법 전부개정안 논의 당시 엔지니어링협회가 ‘반대’ 의견을 내며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엔지니어링협회는 사실상 ‘건설기술용역업’ 자체를 반대했다. 엔지니어링업에는 조선,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점차 건설분야 업체들이 비건설분야로 확장해 가고 IT 등과도 융합해 가는 추세에서 굳이 개별 부처마다 업등록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문제제기였다. 또한 ‘전문분야 구분 없는 통합적 업역 규정’은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시장 질서를 해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지가 너무 강해 결국 ‘건설기술용역업’을 포함한 건진법이 지난해 5월 23일 공표되고 올해 5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통합적 업역 규정’이라는 큰 틀을 되돌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등록기준’은 개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건설기술용역업의 ‘등록기준’은 건설기술진흥법의 ‘시행령’에 담긴 것으로, 시행령은 지난해 건진법이 확정 공표된 이후 관련 부서에서 제정해 시행규칙과 함께 올해 5월 23일 공포했으며 내년 5월 23일까지 시행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기술관련 용역에서 건축, 토목, 기계 분야가 80%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를 주요 공종으로 통합해 규제를 완화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 조항(등록기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시행 유예기간이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담당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했고, 실제 개정까지는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 앞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고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내년 5월 23일 이후 건설기술용역사업이 본격 시행되면 LH, 도공, 수공 등 국토부 산하 기관에서 발주되는 설계용역 입찰자격은 ‘건설기술용역업법에 의한 등록 업체’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엔지니어링법과 기술사법상 사업자가 대상이었지만, 국토부가 건설관련 용역을 ‘건설기술용역업’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혼용될 가능성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우는 건진법과 함께 엔지니어링법, 기술사법 등 3가지 법을 병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건설기술용역업’으로 일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고, 엔지니어링법이 건설부문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 한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어쨌든 이상은 ‘건설기술용역업 제도’ 자체가 폐지되지 않는 한 피해가기 힘든 시나리오다.

여기에 ‘등록기준’을 놓고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시행령 상 건설기술용역업 등록기준이 ‘현안대로 유지되는 경우’와 ‘개정되는 경우’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 등록기준이 유지되는 경우’다. 위에서 언급했듯 공공부문에서 ‘건설기술용역업’으로 단일 발주하는 물량이 점차 확대되면 조경설계업체들은 건축 토목 기계 분야의 특급기술자를 새로 채용해야 한다. 영세한 업체들에겐 현실적으로 힘든 일로 공공부문 용역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하청업으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다.
파급까지 생각하면 더 심각할 수 있다. 조경설계를 위해 조경기술사나 조경기사를 획득할 필요가 없게 된다. 어차피 조경기술사가 없어도 민간부문 설계는 가능하며, 장기적으로 건축이나 토목에서 조경설계업을 대체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마찬가지로 조경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조경학을 전공할 필요성도 낮아진다. 지난 일주간 특히 조경학과 학생들의 동요가 컸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건설기술용역업 논란은 공공부문에 한정됐고, 그 중에서도 국토부 사업으로 한정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문제 없다’는 식의 ‘불감증’과 다를 바 없다.

두 번째는 ‘등록기준이 변경’되는 경우다. ‘문제에 공감하니 바꾸겠다’는 국토부 담당자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며, 또한 조경분야로서도 마지노선에 해당한다. 즉 건축, 토목, 기계로 한정했던 특급기술자 요건을 업역 제한 없는 ‘건설분야 특급기술자’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경분야 기술자만으로도 업 등록이 가능해진다. 적어도 조경기술자의 지위 보장은 받는 셈이다.

하지만 이상 두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이 됐든 전문분야간 장벽을 없앤 통합적 업역 규정으로 설계 용역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심하게는 용역시장이 빅뱅에 돌입할 것이라고도 한다. 조경설계 시장에 건축이나 토목업체가 들어올 수 있고, 건축설계 시장에 조경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게 돼 경쟁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이는 ‘조경이 건축이나 토목보다 잘 하면 된다’는 비교적 관대한 주장과 함께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현실 가능성과 별개로 ‘기존 엔지니어링 업역 체계로 되돌리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므로 기존 두 가지 시나리오에 하나를 더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진법 시행령도 관계기관 회람이 가능했다. 엔지니어링 협회는 당시 업 등록기준을 ‘7인’에서 ‘5인’으로 낮춰달라는 요구해 반영된 바 있다. 조경단체에도 의견 개진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곧 조경단체들이 모여 요구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요구사항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협단체들의 구멍난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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