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2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보행전용 녹지공원 계획의 첫발을 내딛는 행사가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 속에 개최됐다. 필자도 행사 초청장에 드레스코드가 ‘꽃’이라고 나와서 나름대로 꽃단장(?)을 하고 참석을 했다.

필자의 고가도로에 대한 기억은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청계고가도로가 건설될 때 미꾸라지와 송사리를 잡고 노는 청계천이 없어지는 아쉬움이 컸지만 도로는 국가발전의 혈맥이라는 어른들의 홍보에 그렇게만 알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진 건설현장 견학 차 수차례 일본을 다니면서 동경의 어지러운 고가도로가 괴물처럼 느껴졌지만 잘사는 나라는 이렇게 해서 교통대책을 해소한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 서울 발전의 상징이던 고가도로가 계속 철거되고 있다. 46년 전(1968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설치된 아현고가도로가 그렇고 약수고가도로, 홍제고가도로, 삼일고가도로가 그렇다.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환영할만 하다.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으나 이제는 그 효용이 다해서 철거하는 방법과 존치를 해서 새로운 시대의 도시비전에 적합한 재활용을 강구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역 고가도로의 재활용 가능성을 체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 이번 ‘서울역 고가, 첫 만남-꽃길을 걷다’ 행사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공원조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많다.
첫째, 조경계에서는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의견 조율 기회와 기대를 하고 있지만 고가도로의 공원화 정책 수립과정에서 건축가 위주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에서 이번 사업을 공원이라는 표현 대신 도시재생 개념으로 추진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현상설계공모 지침에 참가자격을 건축가로 제한 한다는 우려의 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행사장 입구인 회현육교 난간에 ‘자동차만 다니던 고가도로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원, 소통의 공간으로!’라는 현수막이 서울시건축사회 명의로 걸려있었다. 물론 조경관련단체에서도 공원조성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있었다.

둘째, 서울역 고가 주변의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공원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행사 당일 약 200여 명의 상인들이 확성기와 현수막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한 상인의 방송사 인터뷰를 들어보니 고가도로가 철거가 안 되고 공원화가 되면 교통대란이 생겨서 시민들이 안 오게 되고 따라서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공원이 생겨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정착될 경우 관광객 및 주변 주민의 유입이 많아져서 주변 상권도 활성화 될 것이므로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는 찬성론자의 얘기와 배치된다. 따라서 교통 영향 평가 등을 통해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겠다.

셋째,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의 벤치마킹이 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상황이 우리와 전혀 다르다. 단시간에 하이라인 파크를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이라인이 개장하기까지는 만 10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에 경제적, 생태적 연구와 설계 디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연간 500만 명이 방문하는 뉴욕의 랜드마크가 됐고 1만2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20억 달러(2조759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2016년까지 380억을 들여서 완료하려 하고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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