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준(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농학박사(환경조경학))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프랑크푸르트·베를린·괴팅겐 대학에서 공부하였고, 지리학·지질학·천문학·생물학·광물학·화학·해양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재능을 발휘했던 독일의 자연과학자이자 지리학자로 괴팅겐대학 재학 중에 하르츠산맥과 라인강 계곡의 현무암(玄武岩) 연구를 발표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1799년부터 중남미의 대탐험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상류와 아마존강 상류를 조사하였고, 에콰도르의 키토 부근의 화산과 안데스 산맥을 조사했으며, 지자기(地磁氣)를 조사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1829년 우랄·알타이·중앙아시아를 여행한 기록은 후에 중앙아시아의 자연지리의 정확한 근간이 되었으며, 저서로는 19세기 전반의 과학을 상세하고 보편적으로 묘사한 ‘코스모스(Kosmos)’가 있다. 페루 앞바다를 북상하는 훔볼트 해류 뿐 아니라, 산·강·만(灣)·대학 등에 그의 이름을 수 없이 남긴, 자연지리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인물로서 우리 조경인들이 한번쯤은 기억하고 멘토로 삼아도 될 만큼의 의미 있는 인물이라 생각되어 몇 가지 사례와 함께 조경인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훔볼트는 페루에 도착한 1802년, 해수온도 측정을 통해 페루를 지나는 해류의 성격을 최초로 규명하였습니다. 또한 이 해류의 변화가 주변지역의 기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으며, 후세 사람들은 이 해류를 ‘훔볼트 해류’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지금도 페루에 세계어획고의 20%를 차지하는 풍부한 어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훔볼트 해류 속에 존재하고 있는 풍부한 플랑크톤 덕분이라고 합니다.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어족이 페루 앞바다로 몰리면 이를 따라 다시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새들이 몰리고 그 새들로 인해 수많은 섬에는 새의 배설물이 쌓입니다. 페루연안의 건조한 기후는 이 배설물을 건조시켜 ‘구아노’를 만들어 냅니다. 훔볼트는 1805년 신비의물질인 구아노의 샘플을 프랑스에 보냈고, 이후 과학자들은 구아노의 영양분이 일반비료의 33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밝혀낸 결과, 구아노를 사용한 유럽농부들은 획기적인 생산량 증가를 체험하였고 그 결과 구아노 붐을 일으키게 되며, 구아노는 19세기 유럽 농업혁명의 기폭제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훔볼트 해류로 부터 유럽의 농업혁명에 이르기까지 훔볼트의 탐험을 통해 자연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관계성을 통해 연결고리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할 것입니다.

다음은 훔볼트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을 탐사할 때의 일화를 소개 할까 합니다. 원주민들이 사냥할 때 ‘쿠라레’라는 독을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쿠라레(식물껍질 속 끈끈한 액체)라 불렸던 그 독은 짐승을 죽일 정도로 강력했지만 원주민들은 이 독으로 잡은 짐승을 불안감 없이 먹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은 훔볼트는 목숨을 건 실험을 강행합니다. 자신이 직접 독을 먹어봄으로써 쿠라레의 인체작용범위와 한계를 밝혀보려 했던 것 입니다. 훔볼트는 자신의 경험과 분석을 기록으로 남겼으며, 이후 유럽으로 전해진 쿠라레는 거듭된 연구를 통해 근이완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고, 1942년부터는 외과수술을 할 때, 근육의 수축방지를 위해 마취제와 근이완제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외과수술을 시술할 수 있게 되었다 합니다. 이는 독을 먹어본 훔볼트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외과수술의 역사를 바꿔놓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후세는 지난 100여 년 간의 의학역사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훔볼트가 1802년 에콰도르 로하에 도착해 당시 보물창고로 알려진 기나나무 숲에서의 일화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당시 유일한 말라리아 치료제로 기나나무의 껍질이 알려지면서 로하에서 수확된 기나나무 껍질은 모두 스페인왕실의 약재창고로 들어갈 정도로 비중이 큰 약재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나나무는 종류도 다양하고 약효도 천차만별이었기에 훔볼트는 이곳에서 기나나무를 약효별, 식생별로 분류하면서 가장 뛰어난 효능을 가진 기나나무를 수집하는데 열중했다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1820년 프랑스에서는 기나나무로 부터 말라리아 치료물질인 ‘키니네’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훔볼트의 기나나무 연구가 바탕이 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린 최초의 말라리아 치료제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자연과학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쿠라레독에서 마취수술시 없어서는 안되는 근이완제를, 기나나무 껍질에서 키니테를 추출하여 말라리아 치료제를, 더 나아가 해류속 풍부한 플랑크톤을 통해 유럽 농업혁명의 기폭제가 된 영양덩어리 비료를 생산하게 하는 등 먹이사슬의 기본틀을 더욱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후세들에게 실로 엄청난 유산을 남겨 주었다 할 것입니다. 브리테니커 사전에서는 “19세기 유럽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나폴레옹이고, 다음가는 사람은 훔볼트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는 것은 위의 세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결코 부풀려져 과장되거나 한 인간을 영웅시하는 미화적인 표현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랑크톤을 먹이로 한 물고기,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새, 새의 배설물을 통해 구아노를 발견하여 일반비료의 33배에 달하는 영양덩어리 비료를 생산함으로써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일련의 탐구·관찰력, 식물의 생리와 토양, 기후와의 관계성을 파악하고자 했던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조경인 모두에게 멘토로서 조경인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기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요?

훔볼트의 개척자정신, 도전정신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틈새시장을 개척하여야 할 것이며, 인접분야와의 기술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조경관련 제도를 법제화함으로써 우리의 후손들이 누릴 근간을 마련하는 데에도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것이 ‘식물’이라고 합니다. 식물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볼 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냉철하게 반성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둘러싼 모든 연결고리는 자연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잘 지키는 것이 이 세상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가장 쉽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임을 우리조경인 모두가 가슴속 깊이 새기며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재준(객원 논설위원·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회장·농학박사(환경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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