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를 획득하며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금메달 151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본의 금메달 47개를 비교하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는 여러 가지 스토리와 감동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가 만들어낸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IMF 금융위기 때 프로골퍼 박세리가 US여자오픈경기 등에서 우승을 하자 위로를 받았고 미국 프로야구의 박찬호선수가 승리를 할 때마다 자부심과 용기를 얻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키우며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스포츠의 힘은 정치외교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는 현대 외교, 체육사에서 거대한 전환점을 기록했다. 1950년 한국동란 당시 중국이 북한에 군사지원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금지조치를 취하고 국제적으로 고립을 시켰다. 그러던 것이 21년 후에 미국탁구선수단이 북경에 초청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기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오랫동안 적대적으로 대립해 왔던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그동안 ‘죽의 장막’이라는 베일 속에 감춰진 중국이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한 계기가 됐다. 우리에게도 이번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조성된 남북한의 갑작스런 해빙무드는 스포츠가 계기가 된 것이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연휴동안 가벼운 흥분으로 들뜨기도 했다.

엘리트 전문체육이 가져다주는 장점은 너무 많으므로 폄하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처럼 싱겁고 재미없게 게임이 진행된다면 이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참가 선수들이야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혜택을 받아서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사회인 야구팀이 와서 경기를 하고 결승 상대인 대만도 아마추어 야구인이 참가해서 경기를 하여 금메달을 땄다고 무작정 박수쳐줄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이 힘이 없고 능력이 모자라서 우리보다 금메달이 32개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을 매우 잘 맞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처럼 금메달에 연연하고 금메달에 사활을 거는 후진국형 스포츠시대를 벗어난 것이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을 생활체육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생활체육을 하는 사람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왔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각 지역마다 공원과 들판에서 체력을 다지며 건강을 유지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건강한 정신과 체력이 국민의 여가생활을 돕고 국가 생산성과 국민건강에 기여하는바가 크다. 엘리트 전문체육도 생활체육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며칠 전 문체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분야별 지원 현황’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 생활체육에 5920억 원(61.3%), 전문체육에 2915억 원(30.2%), 학교체육에 822억 원(8.5%)을 지원하여 생활체육의 비중이 컸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생활체육(9948억 원·38.9%)과 전문체육(1조4512억 원·56.8%)의 위상이 역전이 되더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생활체육(5178억 원·29.9%)과 전문체육(1조1218억 원·64.7%)에 대한 지원의 차이가 더 커졌다.

생활체육이 없는 엘리트 전문체육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도시공원이 많아야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는데 오로지 전문 체육관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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