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일 한국농어촌공사 ‘경관조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좌측부터 송소현 대리, 이창희 센터장, 안철구 과장, 임현 대리, 이단비 사원, 박초롱 사원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경관 전담 부서’가 생겼다. 지난 8월 1일 공식 문을 연 농어촌공사 기술안전품질원 산하 경관조성센터(센터장 이창희, 이하 경관센터)가 바로 그것. 그간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돼 온 ‘경관’의 개선 및 창조를 통해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센터 창립 배경 및 앞으로의 계획을 듣기 위해 센터를 방문해 이창희 센터장, 송소현 대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농어촌공사에서는 2006년 첫 경관업무가 시작됐다. 기존 설계부가 맡아오던 경관계획 업무가 이번에 경관센터로 독립된 것이다. 농어촌의 ‘경관’도 매우 중요하다는 혁신적인 인식 변화여서 놀랍다.
경관센터를 창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올해 농림부 사업지침에 경관계획이 의무화되면서 “경관 전담 부서를 설치하자”는 이상무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국 117개 시군에서 농산어촌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경관계획 의무화로 이 사업의 수만큼 경관업무가 폭증하게 된 것이다.
경관센터는 현재 센터장을 포함해 7명이며, 내년 정기인사 때 3명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이상무 사장 뿐 아니라 안치호 기술안전품질원장도 센터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서 앞으로 조직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귀띔이다.
현재 센터 직원 중 3명이 조경전공자로 거의 반에 가까우며, 지역본부에서 경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 중 상당수도 조경전공자들로, 농어촌공사에서는 더 많은 조경가들이 ‘농어촌 경관 분야’로 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경관업무가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창희 센터장 : 우리나라는 면적의 80%가 농어촌인데, 청년들이 계속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공동화 현상이 생기게 됐다. 그래서 ‘사람이 찾아오는 농어촌을 만들어야 겠다’는 판단으로 농촌개발사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건물을 짓는 등 하드웨어적인 사업만 하다가 이것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경관업무를 착수한 것은 2006년 본사에서였다. 당시 ‘삶의질법’을 보면 ‘경관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시작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농림부 사업지침에 경관계획이 의무사항으로 들어가면서 센터가 창립됐다. 현재 본사 뿐 아니라 지역본부에서도 경관계획을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경관사업을 센터에서 전체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센터’지만 앞으로의 물량을 볼 때 본사의 ‘경관처’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본부에서 나오는 것은 용역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지양하고, 센터가 경관에 대한 모든 것을 콘트롤하는 타워 역할을 해나가겠다.

지역본부의 경관업무 현황을 좀 더 말해 달라
이창희 센터장 :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포괄보조금’으로 지역이 자체적으로 개발계획을 세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읍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이나 ‘마을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은 자치단체에서 농림부에 허락을 받아서 진행하는데, 사업비가 2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이고 국고 70% 지방비 30%를 확보해서 개발계획을 세우게 된다. 농림부와 최종 협의를 마치는 그 물량들이 117개 시군에서 한 지구씩만 나와도 117개가 되는 셈이며, 경관계획이 의무화됐으므로 그 만큼의 경관업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경관계획을 용역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특색은 있겠지만 이 업무에 배치된 사람이 한두 명이라면 비전이 없을 것이다. 용역을 주더라도 센터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센터가 통합적인 관리를 통해 경관업무 전반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농어촌의 경관계획에서 특이한 점이 있는가?
이창희 센터장 : 도시계획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우리 공사의 경우 ‘특정경관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지구당 약 20∼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지자체에서 볼 때는 큰 사업이지만 시공사나 설계사가 볼 땐 작기 때문에 건축계획이나 조경계획 때 경관과 잘 어울리지 않는 판에 박힌 계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특정경관계획에서 조경 건축 색채 등에 대한 기본설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어촌 경관은 어떤 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송소현 대리 : 우리나라 농촌은 ‘정비되지 않고 무분별하다’고 폄하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물론 100∼200년 잘 가꿔온 유럽과 비교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농촌도 작은 것부터 조금만 정비를 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경관을 갖추고 있다.
농촌은 주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산물들이 남아서 경관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목적물을 만들 때 재료가 저렴하거나 아니면 임시방편적인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샌드위치 판넬 구조에 가장 많이 찍어내는 파란색 지붕으로 지은 창고 등. 이런 걸 해결하는 데는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어촌은 농촌 폐비닐하우스처럼 곳곳에 그물이 벌여있는 것이 문제다. 어패류의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것도 경관상 특징이다. 이곳에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버리면 경관이 나빠지므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어패류의 껍데기를 가지고 오브제를 만드는 계획을 한 적이 있다. 버려지는 것을 재생하는 것도 경관계획의 목표 중 하나다. 어촌은 농촌에서 가질 수 없는 다양한 소재들이 있어서 그것을 재료로 활용하니까 특색도 있고, 주민들도 버려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용을 하니 의미도 있었다.

매력이 잘 발굴되도록 하는 계획이 필요하겠다
송소현 대리 : 어촌은 안에서 생각하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 많이 다른 듯하다. 똑같은 것을 보고 주민들은 늘 버려지는 것이니까 당연히 버려진다고 생각하는데 계획을 위해 찾아간 외부인의 시각은 달랐다. 그래서 그 기회를 통해 마을이 변모할 기회를 가지는 듯했다.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사업은 있는가?
이창희 센터장 : 공사에서는 저수지를 만들고 방조제를 만들고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배수지를 만드는, 주로 물을 빼고 대는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최소한 저수지만큼은 경관을 도입해 기능 위주의 시설물이 아닌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농어촌 경관계획에서 조경가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겠다. 조경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송소현 대리 :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조경가들이 가장 중심에서 여러 부분들을 조정하는 것을 많이 본다. 새삼 조경의 위력을 필드에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경은 LH나 수자원공사 쪽의 포지션이 크니까 조경가들도 그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농어촌공사의 농어촌 경관 분야도 전망있는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길 바란다.
공사가 가진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조경가와 함께 융합을 하면 단순히 농어촌 경관뿐만 아니라 농어촌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조경인들이 한몫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8월 1일 한국농어촌공사 ‘경관조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좌측부터 송소현 대리, 이창희 센터장, 안철구 과장, 임현 대리, 이단비 사원, 박초롱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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