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2014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가 열린다. 지난 봄에 서울광장에서 열려던 행사가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연기된 것이 장소를 바꿔서 열리게 되는 것이다.

서울의 중심인 세종로를 인간 중심의 공간, 보행 네트워크 공간, 자연경관, 조망공간, 역사·문화 체험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광화문 광장은 조성 목적과 달리 각종 행사와 시위 등이 주로 열리는 곳으로 변화되고 있다. 광장 조성은 정부에서 했다지만 정해진 행태가 따로 없으므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엑티비티가 형성된다. 최근에는 세월호 단식농성으로 화제가 돼서 안타까움과 갈등의 현장이 됐다.

지난 주말에 조경문화박람회가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계획을 들은 터라 지나는 길에 한번 돌아보게 됐는데 뭉클한 1인 시위를 목도하게 됐다.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는 관광객과 어린이들 사이로 젊은 청년이 조금은 큰 듯한 소방관 정복 상의를 입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튿날 소방방재신문을 보니 지난 7월 광주에서 발생한 세월호 수색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헬기에서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정성철 소방령의 아들인 정비담 군이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찰이 부착된 소방관 정복을 입고 나선 정비담 군은 생전에 직접 말씀은 안 들었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부친의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라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광화문 광장에 선 것이었다.

일반인들은 공무원의 국가직과 지방직 차이를 잘 모르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예산집행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집행이 되는 것과 지방정부 예산으로 집행되는 것이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각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달라 적은 예산에 처우개선이 어렵다는 얘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면 소방관 부인들이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안전장갑이나 안전모 등을 구입한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소방관들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소방공무원 4만 명 중에 국가직이 300 명이라는 사실도 매우 혼란스럽다. 소방방재청장과 시·도지사의 지휘계통이 이원화 되고 있어서 재난현장에 대한 대처가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작년 2월 대통령 취임식 때 눈이 내리자 소방관 100여명이 4만5000석의 의자를 정리하고 의자를 닦는 모습이 담긴 신문 지면은 소방공무원의 업무체계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재난 사고가 발생했으면 어쩔뻔 했을지 아찔한 마음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 소방관과 미국 소방관의 비교표가 게시되어 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소방 사이렌이 울리면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는 미국 대통령의 말이 우리와 많은 격차를 알려준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중략)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봐주소서... (중략)”은 미국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 일부다. 지난 6월 초에도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화재 진압복을 입고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1인 시위 릴레이를 한 소방관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을 보면 가슴이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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