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지난 회의 축소절단에 이어 절단의 세 번째 유형인 두절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다. 두절(頭切, Heading cut)
두절은, 인접한 측지의 위치, 제거될 줄기나 가지의 굵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줄기나 가지의 길이를 축소하는 절단방법이다. 이러한 절단 방법은 신초 또는 1~2년 생 줄기나 가지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그 이상 오래된 가지나 줄기에 적용하면 수목의 구조와 건강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그릇된 두절이 성행하는 이유
이처럼 두절은 가지나 눈이 없는 곳에서 절단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나 굵기가 어느 정도 이상 된 가지나 줄기에 적용하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강전정이라는 이름으로 굵은 가지나 줄기에 대한 두절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사유에 기인한다.

첫째, 농장에서 출하시기를 놓친 수목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수목이 적시에 출하되지 못하면 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식하거나 이를 제거한 다음 크기가 작은 묘목을 새로이 식재하여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거나 지금까지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농장에서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일정한 높이에서 수간을 절단하여 키와 수관을 대폭적으로 축소하는 두절을 실시하는 편법을 실시하고 있다(사진 1). 이렇게 두절된 수목은 절단된 지점으로부터 부후가 시작되기 때문에 결함을 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그릇된 관행은 농장의 이해와 맞물려 널리 자행되고 있으며, 이렇게 키운 수목을 절두목(截頭木) 또는 두절목이라고 하여 거부감 없이 식재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 [사진1]소위 절두목은 절단된 부위에서 시작된 부후가 수간의 내부까지 확산되어 있는 결함이 내재된 수목이므로 생산/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두절은 생활림 관리에서도 널리 성행하고 있는데 이는 부지보다 크게 자라는 수종을 식재한 다음 방치했기 때문이다. 수종 선정은 해당 수종의 수목이 성목이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우리는 식재 당시의 크기를 기준으로 식재부지와 비교하여 결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식재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주변 시설물과 수목이 충돌하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절을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무자비한 두절을 실시하는 이유는 ‘수목의 크기를,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현저하게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 2). 이러한 절단방법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두절의 편의성 때문에 수목관리 관계자 모두가 선호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릇된 두절의 폐해
두절은 수목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한다. 먼저 농장에서 실시하는 두절의 문제는 결함을 가진 수목을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하여 식재하기 때문에 비용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인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목을 광범위하게 식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비용 측면에서는, 수목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규격 중의 하나가 근원경인데, 절두목은 수고나 수관폭이 비슷한 정상적인 수목에 비해 근원경이 월등히 굵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절된 부위는 수목이 스스로 유합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부후가 시작되고 이는 수간 깊숙이 침투한다.(사진 1). 여기에 추가적인 상처가 발생하면 부후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는 위해한 수목으로 발전하게 된다.
 

▲ [사진2] 두절을 실시하면 손쉽게 수목의 크기를 줄일 수 있지만,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생활림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범위하고 가혹한 두절은 수목 생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두절로 수목은 생존의 기로에 서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줄기와 굵은 가지를 일시에 제거하는 두절을 실시하면 수목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잎과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목질부를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사진 2). 이렇게 되면 수목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쉬고 있는 잠아가 움직이도록 자극하여 새로운 가지 발생을 극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탈진한 수목은 활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에 병해충이나 가뭄, 혹한 등 다른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사진 3).

둘째, 두절된 수목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위해한 수목이 된다. 두절은 상처로 인한 부후를 방어하는 물질이 집적되어 있지 않은 마디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처부위가 쉽게 부후하고, 절단되는 줄기나 가지는 너무 굵어 해당 줄기나 가지가 유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절단 상처부위에서 시작된 부후는 계속해서 줄기 내부로 확산된다.
이러한 수목의 수간은 외관상 튼튼하게 보여도 내부는 비어있어서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렵고, 이러한 수간에서 발생하여 자라고 있는 가지 또한 수간의 가장자리에 약하게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찢어지기 된다(사진 4). 따라서 이러한 수목은 강한 바람이나 외부의 가벼운 충격에 쉽게 파손되어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게 된다. 그리고 수관이 제거되면 지금까지 수관이 만드는 그늘에 의해 보호되고 있던 수간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서 수피가 타들어가는 피소(皮燒, sunscald)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이러한 피해가 누적되면 수간의 지지력이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셋째, 수관이 큰 폭으로 축소되면 수목으로서 기능도 현저하게 저하된다. 두절로 파괴된 수형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우리는 매일매일 보기 흉한 수목을 보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목으로 구성된 도시숲은 우리가 기대하는 편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도시녹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유용한 척도로 수관피복률(canopy coverage)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항공사진을 통해 도시 면적 중에서 수목의 수관이 덮고 있는 면적을 측정하여 계산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직사광선에 노출된 면적이 적어서 여름철 도심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녹지축이 다각도로 연결되어 생태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등 도시숲에서 다양한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두절을 실시하면 일시에 수관이 사라지면서 수관피복률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도시숲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다.

마지막으로, 두절은 비용 비효율적이다. 두절된 수목은 맹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가지 몇 개를 제외하고 솎아주는 전정을 실시한 다음 지속적으로 구조 약화를 예방하는 전정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절된 수목은 넘어지거나 가지가 파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한 엄청난 보상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만약 강전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사한다면 다시 이를 제거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사진 3), 이는 강전정을 실시하지 않고 바로 제거했더라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그리고 강전정으로 수형이 훼손되어 전반적인 경관이 악화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주변 주택가격의 하락 등 간접적인 손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해결 방안

▲ [사진3] 과도하게 두절된 수목은 죽을 수도 있으므로, 이처럼 대폭적인 축소가 필요한 경우에는 완전히 제거한 다음 적합한 수종으로 대체 식재하는 것이 좋다.
▲ [사진4] 두절로 내부가 부후된 수간에서 발생한 가지는 바깥의 가장자리에 약하게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찢어진다. (Shigo, 1989)

 

 

 

 

 

 

 

 

 

 

 

 

 

 

 

 

 

 

 

 

 

 

 


이처럼 두절로 인한 부작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더 이상 두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상정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릇된 절단방법인 두절 대신 올바른 절단방법인 ‘축소절단’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자행되고 있는 두절의 주된 목적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란 수목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수목의 크기를 줄이는 데 적용할 수 있는 올바른 절단방법으로 지난 회에 소개한 축소절단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축소절단은 제거되는 줄기 직경의 1/3 이상 되는 가지가 있는 곳에서 줄기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가는 가지가 있는 곳에서 절단하면 다시 두절이 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수목을 관리하지 않고 너무 오래 방치하여 이러한 축소절단으로는 원하는 크기로 수목을 축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두절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절로 인한 폐해를 고려하면 두절이 필요한 시기에 해당 수목 전체를 제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대대적인 두절이 필요한 수목을 제거한 후 대체 식재를 하거나 새로운 부지의 경관조성을 위해 수목을 신규로 식재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두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절을 초래하는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식재부지보다 크게 자라는 수종을 식재한 다음 수관을 대폭적으로 축소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까지 장기간 방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성목 크기를 기준으로 식재부지 공간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여 식재하는 ‘적지적수(適地適樹, the right plant for the right place)'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식재 부지에 부합하는 수종을 선정하여 식재하면 두절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다른 관리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수목관리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도원리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크게 자라는 교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식재부지보다 크게 자라는 수종을 식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소 큰 수종을 식재한 경우에는 식재된 수목이 통제 불능한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식재할 때부터 계획을 수립하여 어려서부터 크기를 축소하는 전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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