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파주 운정신도시에 물 순환시스템 조성공사가 완료됐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나 소규모 지역 단위에서 간이 정수시설을 활용한 물 순환시스템은 있었지만 하천수를 정수해서 도시 전체를 순환하는 대규모시스템은 파주 운정신도시가 국내 최초다.

물의 순환은 순환계 내에서의 물의 총량은 항상 유지되지만 증발, 증산, 응결, 강수, 유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물의 분포는 계속 변화가 된다. 고대 문명은 하나같이 물이 풍부한 강가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물 때문에 전쟁이 많이 발발했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자원 확보와 관리에 국가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물 이용의 70%는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데 인구가 늘어날수록 식량생산에 쓰이는 물도 증가한다. 식량이 부족하면 국가와 문명의 존립도 위태로워진다.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할 때도 물은 필수다. 에너지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물 수요는 예측이 안 되고 대비도 없다. 농업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산업은 물 이용의 20% 정도가 사용된다. 산업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 파괴의 부담이 있고 수질 오염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식수 수요뿐만 아니라 수질 오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 세계 시에서 배출하는 하수 중에서 89%는 별다른 처리 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흔히들 자연보호와 경제개발은 대립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자원이 위치한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물 관리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의 최우선 과제이고 물 관리의 첫 번째는 빗물관리다.
이달 초에 국회에서 빗물관리기본법안(제정법)이 발의됐다. 빗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법률안이므로 환영받을 일이다. 서울시에서도 민간시설에 빗물관리시설을 설치하면 지원을 해주는 ‘서울특별시 물 순환 회복 및 저영향개발 기본조례 시행규칙’이 제정돼서 오늘부터 시행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법률안에는 빗물관리시설을 설치하면 건축법 제42조에 정해진 조경설치면적을 15% 감해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조경학회는 빗물관리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내고 있다. 빗물관리와 관련된 국내외 기법들은 빗물이 내린 바로 그 지점에서 자연토양과 식생을 통해 저류, 침투, 증발산을 유도하여 자연의 물 순환 체계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다. 또한 빗물관리의 주요 기업들은 인공적인 시설보다는 녹지대를 활용하여 빗물을 모으고 활용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빗물관리를 통한 물 순환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녹지확보가 중요한데 빗물관리시설을 설치하면 조경면적을 축소해주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 순환의 핵심공간이 조경면적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발상이라고 한다.

식물은 빗물창고 역할을 한다. 나무가 저장한 물은 천천히 하부로 흘러가게 하거나 증산작용을 통해 다시 빗물을 만들기도 하고 오염된 물을 정수하는 등의 역할이 많다. 그런데 도심의 빗물을 잡아주는 조경면적을 줄여서 빗물관리가 잘 될지 의심스럽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일이 국회에서 생겼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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