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지난 여름
작달비를 그렇게 맞고도
언제 내가 그랬냐는 듯
숲 땅은 온통 김 삿갓 세상

소나무가 열반한 송이 삿갓
참나무가 열반한 표고 우산 갓
박달나무가 열반한 능이 부채 갓
싸리나무가 열반한 싸리 빗자루 갓
물푸레나무가 열반한 목이 귓불 갓
뽕나무가 열반한 상황 갓
바위가 열반한 석이 귓불 갓
노목이 열반한 영지 구름 갓

모두들 한 생애를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가장 낮은 곳으로 회귀하여
끈끈한 하얀 인연의 실을 자아내어
환희의 보살로 환생한 만다라 세상!

새벽, 이슬비 내리고
아침 안개 승천하듯 거치면
숲 땅은 마음 비운 산객을 맞아
김 삿갓이 윤회의 시를 읊고 있다.
 

 

※ 가을 숲 땅에 소리 없이 피어난 각종 버섯류는 민꽃의 하등식물계가 존재하는 또 다른 소우주이다. 각종의 나무와 낙엽이 숲 땅으로 귀환하여 부식되어 소멸하는 듯 보이지만 균사(菌絲)와 균사체 그리고 자실체를 형성하고 수많은 포자를 확산하여 가장 깨끗하고 안정된 최적의 조건을 구비한 숲 땅에서만 버섯류(箘蕈類)가 형성된다. 이는 마치 불가에서 말하는 열반과 환생-윤회의 끈끈한 인연의 실을 연상케 하고 또한 그 모양이 삿갓을 쓴 것 같기에 방랑시인 김 삿갓을 연관시켜 구성하였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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