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푸른색이다”라는 말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올랐다가 1시간 48분 동안 우주에 체류하고 귀환한 뒤 밝힌 말이다. 지구가 푸른색을 띄는 것은 지구표면의 3/4가 물이기 때문이란다. 최근 NASA와 지구로부터 370km 상공에 있는 우주정거장이 촬영한 위성사진의 영상은 천둥번개도 보이고 지구의 대기가 발산하는 에메랄드빛 대기광과 지구로 떨어지는 혜성의 섬광까지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수많은 별 중에 푸른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지구별이다.

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에서처럼 지구별은 아름답다. 삶의 과정이 좋은 소풍이었건 힘든 소풍이었건 그 소풍길이 멈추면 누구나 무덤으로 돌아간다. 고 천상병 시인도 의정부 시립묘지에 부인 고 목순옥 여사와 함께 잠들어 있다. 시인은 자식이 없어서 세월이 지나면 무연고 묘지로 흔적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후면 추석인데 성묘 오는 사람이 없을 듯 하고 황량한 공원묘지는 평소에도 주위엔 무덤들만 덩그러니 있을 뿐 적막하다.

2003년 판교신도시 개발계획에 근거하여 시설된 판교 자연장지는 국토부와 LH가 358억 원을 들여서 2009년에 조성이 완료됐다. 1만6464㎡ 규모의 시설로 동판교 낙생대공원에서 산을 넘어서 건너오는 자연장지로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여 주거단지에서는 안 보이는 먼 곳이다. 이곳은 조경수목과 잔디 아래 종이나 한지에 싼 유분을 두는 3200개의 납골공간(40×40㎝)을 만들고 바로 위 지상에는 높이 15㎝ 이하의 대리석 표지석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의 자연장지는 주민들의 강렬한 반대로 개장하지 못하고 5년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고 그 사이 조경수 고사목이 많이 발생했다.

세종시에 가면 은하수공원이 있다. 이곳은 근래 장의문화로 자리 잡은 화장장례식장인데 유골을 보관하는 유택동산, 봉안당과 봉안담, 자연장지로는 잔디장, 수목장, 화초장이 시설로 되어 있다. 이곳은 SK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이 우리나라의 묘지 사용관습으로 세계 유례없이 산야가 온통 무덤으로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친환경 화장장 시설을 건설 기부하라는 유언에 따라 당초에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외곽에 설치하려 하였으나 그곳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차선으로 500억 원을 들여서 만든 화장장이다.
은하수공원 인근에 2592세대의 푸르지오 아파트가 있는데 녹지(산)로 구분되어 있고 공원화가 되어 있어서 주민들이 문제를 삼고 있지 않을뿐더러 아파트 매매가에도 영향이 없다. 대전의 도안신도시에는 오래된 화장장이 있어도 아파트 분양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중대공원은 1957년에 조성된 공동묘지인데 당시 외곽에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 중심에 위치하게 됐는데 광주시의 노력으로 1800기 이상의 묘지 봉분들이 모두 사라지고 잔디밭으로 바뀌었다. 매장하는 장묘 형식을 자연장으로 바꾼 것이다. 공동묘지 관리소를 리모델링하여 ‘씨밀레(영원한 친구)’라는 카페를 만들어 베이커리 및 커피 등을 판매한다. 이곳은 대한노인회에 위탁운영을 하는데 공원청소 및 조경 및 시설물관리까지 하고 있다. 공원관리 뿐만 아니라 제과·제빵 문화강좌 등 노인, 여성, 아동을 위한 지역문화복지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제 묘지가 혐오시설이 아닌 도시공원의 기능으로 시민들의 휴식 및 여가공간의 제공과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되는 좋은 사례가 나왔다. 지구별 소풍이 끝나면 이런 환경 속에 묻히는 것이 황량한 공원묘지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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