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5일까지 안성맞춤랜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4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기존 박람회 방식에서 탈피해 전시된 정원을 존치시키는 새로운 개념으로 2010년 옥구공원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정원문화 선도와 정원시장 확장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시련을 맞았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박람회의 갑작스런 연기는 표면적으로 보면 예산문제 때문이다.

정원문화박람회의 핵심인 모델정원은 기업체 후원을 통해 조성했으며, 올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안성맞춤랜드 인근에 있는 금수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안성시는 모든 기업후원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안성시는 모델정원 10개 작품에 대한 조성비(약 4억 원)를 추경예산으로 확보하기로 하고, 모델정원과 실험정원에 대한 공모를 추진했다.

하지만 추경시기가 돌발변수로 작용했다. 5~6월께 편성되던 추경이 세월호 참사에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늦춰졌고, 결국 9월 28일 추경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일정이 확정되면서 행사 개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개막 이틀 전에 예산을 집행해서 행사를 추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안성시는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에 양해를 구하고 행사 연기를 요청 했다.
이후 안성시와 경기도, 재단은 예산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지난 8월 26일 최종적으로 연기를 확정지었다.

한편에서는 박람회 연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예산이 아니라 안성시의 행사 추진 의지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예산이 확보된 실험정원이나 시민정원 등은 정상적인 예산집행을 통해 시공하면 되고, 모델정원의 경우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해 약간의 선급금만 주고, 나머지는 추경이 확정된 후에 지급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모델정원에 참여하는 어느 작가는 “안성시에서 추진의지가 있었다면,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계약금을 좀 적게 주더라도 박람회 준비를 했어야 하며, 이후에 추경이 확정 된 후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며 쓴소리를 했다.

박람회 연기로 인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람회 1년 연기는 그 동안 치러졌던 2차례의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박람회로 우뚝 선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안성시민과 작가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2번의 행사 때 방문하고 참여했던 몇 십만 명의 국민행사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당장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안성시와 경기도,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수원시 장안구청에서 모델정원, 실험정원에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박람회 연기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9월 1일 시공을 불과 몇 일 앞두고 행사 연기를 통보 받았던 작가들의 불만을 터져나왔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재료를 주문하는 등 사전준비에 들어갔던 대부분 작가들은 이미 소요된 기회비용 처리 문제, 내년에 참가 못하는 작가에 대한 문제, 계약금 지급과 협약서 작성 등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내년 행사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걸 신뢰할 수 있도록 답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최측에서는 9월 28일 안성시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협의하에 경기농림진흥재단을 통해 예산이 일정정도 집행하도록 할 계획이며, 이와 함께 협약서 체결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성시 측은 “행여나 추경예산 편성이 안 되면 2015년 본 예산에 추가하겠다”며 “내년에는 꼭 박람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성시의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신뢰를 하지 않은 분위기다. 행사 연기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하고 공사 착공 불과 며칠 전에 통보를 받아 피해를 키웠다는 점과 행사주체에서 소외됐다는 점에서 신뢰에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지속해야 할 사업이다. 예산확보 여부는 안성시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박람회를 함께 준비했거나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내년도 박람회를 어떻게 치를것인지는 그 이후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한편 내년 개최 예정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처럼 10월에 바우덕이 축제와 함께 개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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