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표한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워낙 많이 알려져서 굳이 직접 감상을 하지 않았어도 줄거리를 대충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할 때 문과생들은 법대로 입학해서 판검사가 되는 것이 로망이고 이과생들은 의대로 진학하여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 많았다. 누구나 갈수 없는 곳이기에 두 집단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로서 대접을 받고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소유하는 직업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존경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 사람들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아프고 병든 자들을 치료해주는 고품격 직업인이다. 그러나 이들 중 소설처럼 낮에는 존경받는 지킬박사의 위치에 있다가 밤에는 하이드로 변화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실망은 일반인 보다 크고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된다.

툭하면 터지는 검사 스캔들이 그렇다. 근래의 경우 차명계좌와 다단계 사기범의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검사는 징역 7년을 선고 받았고 여성 피의자를 조사실로 불러 성관계를 한 검사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자신이 구속 기소했던 연예인을 수술한 성형외과 원장에게 치료비를 돌려주고 공짜 재수술을 해주도록 압력행사를 한 검사도 있다. 고위직 검사로는 슬롯머신업계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 대전고검장,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와 향응을 받은 의혹이 오늘까지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전임 법무부 차관, 공연음란협의로 피소된 전 제주지검장의 사건은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리베이트 욕심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 대구의 한 병원의 의사 3명은 의료기기인 인공관절 사용의 댓가로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각각 징역 2년, 10월, 6월을 선고 받았다. 동일한 리베이트로 17명의 의사가 32억을 추징당했는데 환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으로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약회사가 리베이트에 연루돼서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된 배경에는 의사들이 존재한다. 어제 더 충격적인 리베이트 사건이 발표됐다. 비상자기장 소거장치 등이 없어 안전성에 취약한 불량 MRI 등 중고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했는데 판매업자는 의사들과 의료기기 매매계약을 하면서 대금을 부풀려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수수했다. 이런 장비는 수술 등으로 몸에 금속 물질이 있는 환자가 사용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17명의 의사는 11억여 원의 리베이트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사회 지도층에 있으면서 신망과 존경을 한 몸으로 받고 있는 직업인이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 악의 구렁텅이로 가는 것을 불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한쪽에 치우친 성장과정사에 기인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구속하여 고시공부를 하고 힘든 의학공부를 하면서 목적에만 편향된 시간만 보낸 사람은 스트레스 조절과 선악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질 가능이 크다. 생각이 편향됐다는 이야기는 정신상태가 바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없었다면 그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음공부가 되는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공원은 많을수록 좋은데 공원 조성 예산은 점점 없어지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 바르게 살자는 구호만 넘친다.
이러다가 한국판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더 많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키워드
#조경 #김부식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