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거짓말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거짓말의 시조는 이브에게 사과를 따 먹으라고 한 뱀이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가 될 것 같다. 헤르메스는 형 아폴론의 소를 훔쳐가면서 소에게 발자국이 거꾸로 된 신발을 신겨서 상대방을 속이고 훔쳐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동화에 나오는 피노키오 이야기와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어린이에게 주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거짓말을 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먹고 싶어도 체면 때문에 먹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하고 부끄러운 상태를 애써 모면하려고 은연중에 나오는 것이 거짓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3대 거짓말은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노인의 말과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 시집 안 간다는 노처녀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이런 애교스런 거짓말은 알고도 넘어가는 것이 센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엄청난 거짓말의 회오리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특히 공직자나 언론의 거짓말은 국민을 분노와 공황 상태로 빠뜨린다.

세월호 참사 때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보도나 현장의 TV리포터가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긴박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과 해경은 조명탄과 서치라이트를 밝히고…“를 읽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현장의 가족들이 거짓말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뚜렷이 전파를 함께 타고 있어도 방송은 그대로 나갔다. 부친을 잃은 한 조경인의 SNS가 다시 떠오른다. ”현장 상황과 언론 보도가 너무 다르다. 진실이 아니다”는 글에서 느낀 것은 언론이 거짓말로 피해자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를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더욱 분노한 것은 해경 123정의 무능한 대처와 “세월호 400m 전방에서 승객 탈출 안내방송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과 이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기존 함정일지를 없애고 새로 쓰는 조작까지 했다는 것이다.

대여섯 명의 국회의원들이 갖가지 비리행위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와 방탄국회 소집의 와중에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국민은 없을 듯하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정치인이나 사기꾼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불행히도 가슴에 닿는다.

바바리맨 같은 공연음란죄 의심을 받고 있는 전 제주지검장의 진실여부는 법에서 판단해 주겠지만 애당초 유치장에 들어갈 때 동생의 신분으로 위장한 것 자체도 거짓이고 보면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는가보다.

인기 연예인의 세금 포탈도 그렇다. 그동안 여러 연예인이 탈세 의혹을 받으며 논란에 휘말릴 때 한결같이 “몰랐다”고 발뺌을 하는데 이번에 25억 원의 탈세 혐의를 받은 S양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정말 몰랐을까? 인기 연예인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공인인데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것이다.

실패한 화가의 마지막 걸작이 된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같은 선의의 거짓말이 그립다. 거짓말은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위기에서 모면할 수 있는 신비의 기술이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신뢰를 잃는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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