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준(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농학박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개인별 구성 뿐 아니라, 셀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구성체들이 유기적인 조화와 화합, 경쟁을 통해 진화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세포들이 시시각각 새롭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반복의 과정을 거쳐 완전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구성요소별, 각 분야별 미래를 예측하는 예지력을 갖추고 이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변신과 진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만이 그 구성요소가 생명력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존속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이는 집단을 이끌어가는 리더그룹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존속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일 것입니다.

‘조경’이라는 용어가 도입되고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조경인 들은 조경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구성요소 중의 하나로서 자리매김을 하였다고 자부해 왔고 또 짧은 시간에 이만큼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자긍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그러한 환상에 깊게 동의를 했음을 인정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나타나는 각종 사회 현상들을 볼 때, 우리 조경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조경의 위상과 비조경인들이 조경을 바라보는 시각과의 괴리감에서 기인하고 있다 생각되며 이러한 사회현상들은 조경의 정체성 뿐 아니라 지난 40여년 동안 이룩해 놓은 우리의 수많은 전리품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져 사라져버릴 만큼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우리에게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산업계의 경우,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분야에 속했었고 우리가 버젓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인접분야에서는 관리 감독하는 정책을 담을 법률의 제·개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관련 제도를 도입하거나 관련정책을 새로이 시도하는 등 끝도 없는 업역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림분야에서 조경분야로의 진입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산림조합법을 개정하여 산림조합에서 조경식재공사업 등록을 할 수 있게 하였고, 산림의 범위를 도심지까지 확대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신설된 산림사업법인의 경우, 대부분 조경건설업과의 업무가 중복됨에 따라 업역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엔지니어링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5월 건설기술관리법이 건설기술진흥법으로 개정되면서 조경분야의 중요한 핵심업무 분야의 하나인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술등급 산정기준에서 학력점수 산정 때 조경학과는 관련학과에 포함되지 못함에 따라 자연환경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특급기술지가 될 수 없는 불이익을 그대로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학문분야 또한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수요의 감소, 인구의 변화에 따라 각 대학의 조경학과가 인접학과와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산림자원학과와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심지어 애완동식물학과와 통합이 예정인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금까지 땀과 열정으로 이룩해온 조경학과에 대한 사회적 위상에 대한 염려가 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위와 같은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요인은 조경에 대한 정책지원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매우 가슴 아픈 현실에 처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조경인들은 지난 40여년을 조경분야에 종사하면서 실로 많은 부분에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어 냈다고 자부합니다. 척박한 토양을 비옥한 옥토로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그동안 가꾸어 온 옥토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여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위기를 잘 극복하고 나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오늘의 현실을 위기상황으로 인정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지난 40여년의 시간을 냉정하게 판단함으로써 오만과 방임에 대한 반성과 우리가 간과 했던 것들에 대한 미래의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첫째, 조경정책을 다룰 수 있는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입법을 추진하다 실패를 경험 했던 ‘조경기본법’이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조경산업진흥법’ 등 조경정책을 담을 수 있는 법을 제정하고 조경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부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학문분야, 산업분야 모두 조경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경은 디자인이 반영된 공학이며, 과학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는 종합예술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실증적으로 수치화가 가능하고 과학적 증명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인식의 전환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산업분야에 있어서 그동안 조경에 대한 기술수준은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고 평가받아 왔습니다. 건축이나 토목분야 등에 부대기술 분야로 인식되어 왔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우리 조경인들이 조경설계 및 시공과 관련하여 수준 높은 기술을 개발하고 노하우를 축적하여 조경분야만의 독창성을 접목하지 못한 데에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시대와 초기 지방지치시대 조경사업의 활성화가 화두였던 시절이 조경산업 분야는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바 있습니다. 그때에 조경정책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조경분야에 대한 독립성을 미리 확보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산업이 활성화되고 전문분야로서의 입지가 굳건해 질수록 조경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이는 우수인력의 용이한 확보를 통해 활발한 연구활동이 가능하게 되며, 최근에 진행되는 대학별 학과 통합에도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조경분야 전체의 동반성장을 이룩하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수많은 집단과 그 집단의 구성원이 존재하고 있고, 집단간의 상호 관계성을 통해 오늘의 사회가 유지되고 있고, 진화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조경분야 라는 생명체가 왕성한 세포분열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경인 여러분 다함께 노력합시다. 조경인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왕성한 세포분열의 원동력이며 우리 조경분야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김재준(객원 논설위원·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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