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안전·창의’ 양면을 잡아라
놀이터 ‘안전·창의’ 양면을 잡아라
  • 배석희 기자
  • 승인 2009.02.19
  • 호수 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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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규제 비판...모험시설 위한 ‘안전등급제 도입’ 필요

▲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

지난 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획일적인 규제로 인해 창의성과 모험심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시설의 발전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획일화된 규제를 차별화할 수 있는 ‘안전등급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관리법 규제가 획일적으로 계량화 돼 있어서 창의성과 모험심을 길러줄 수 있는 놀이시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즉 제품인증, 설치검사 등의 기준을 모든 제품에 동일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참신하고 창의성, 모험성을 요구하는 제품 개발에는 등한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어린이 놀이시설에는 ‘안전’을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령대와 이용자 특성에 따라 창의성과 모험심을 길러줄 수 있는 놀이시설에 대한 규제(검사)는 ‘다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월27일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안전관리법)’이 지난 달 21일 개정되면서, 제조부문(안전인증검사)은 지식경제부 소관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 적용을 받게 되었고, 설치 및 유지관리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되었다.

‘안전관리법의 출현’은 그동안 안전사고 증가와, 설치장소 등에 따라 적용받는 14개 법령의 혼재, 그리고 법령마다 안전관리 내용이 상이하고 체계성・실효성 부족 등으로 인해 통합의 필요성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관리법 제정 및 시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감으로 사랑받던 ‘모래놀이’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상어린이공원 사업도 90% 이상이 고무매트 등 탄성포장재가 그 자리를 대신해 나가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많은 어린이공원 신설 및 리모델링 사업에서 설치․검사․관리 상의 이유를 들어 ‘무난한 선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래를 교체하고 소독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 말 녹색소비자연대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위탁을 받아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2,093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관리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곳이 42.6%(886곳)로 나타났으며,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수칙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44%(923곳), 안전수칙이 심하게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곳까지 포함하면 68.9% (1,44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놀이기구의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함께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관리주체 부재 그리고 안전관리의 제도적 미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자는 2년에 1회 이상 안전검사기관으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며, 월 1회 이상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2년에 1회 이상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며, 보험가입 의무화 등을 명시했다.

안전인증과 설치검사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관리법의 시행(2008년 1월 27일) 이전에 만들어진 기존 어린이공원은 4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설치검사를 받도록 명시했다.

문제는 노후화로 인해 당장 교체수리가 필요한 놀이시설은 4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 반면, 안전검사를 받고 최근에 설치된 놀이시설도 다시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어린이공원에 대한 설치검사를 하게 되면 많은 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청 이은국 어린이공원 담당자는 “기존 어린이공원은 4년 내에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관내 71개 중 많은 곳이 불합격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산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합격 처리되어 사용하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신속한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아이들이 어린이공원에서 놀고 있다.


제품인증과 설치검사의 중복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윤영관 사무국장은 “제품에 대한 안전인증을 받았음에도 시공 이후 다시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 중복절차가 진행돼 금전적 시간적으로 낭비되고 있다”며 인증받은 제품에 대한 설치검사의 완화 또는 삭제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또, 제품인증 검사 이후 1년 후에 정기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체계 개선방향’이라는 연구용역을 수행한 순천대 조경학과 이상석 교수는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도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고, 또 정기검사 대상이 된다"며 "최초 인증검사를 받은 제품은 정기검사 실시 기간을 2-3년으로 늦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검사 기관의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안전검사 기관이 2곳뿐이다 보니 공사일정에 맞춰 검사를 받기보다는 검사기관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공정에 큰 차질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사)한국조경사회 이유경 회장은 “큰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메뉴얼에만 의존하다보니 융통성이 부족하다”며 “준공검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검사기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놀이시설은 안전과 모험・창의성 이라는 이분법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중요한 건 경제적인 기준과 가치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놀이터는 생활공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안전등급제 도입’ 등으로 모험심과 창의성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적 대안을 찾아나서는 게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 어린이공원 내 놀이기구에 설치검사합격증이 부착되어 있다.

배석희 기자
배석희 기자 bsh4184@latimes.kr 배석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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