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됐던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현재 모습. 시민정원 ‘온세미로정원’과 안내푯말


<2012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열렸던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을 가다>

2012년 10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화려함을 간직했던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7월 17일 공원을 다시 찾았다. 평일 오전이어서인지 이용하는 시민 몇 명만 눈에 띌 뿐 공원은 한가했다.

공원 입구에서 처음 마주한 ‘쉬어가는 정원’을 보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2010년 시흥 옥구공원에서 열린 경기정원박람회 이후 관리부실로 엉망이 된 정원을 봤던 탓에 걱정과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사실 ‘쉬어가는 정원’은 화려한 초화 중심의 정원이 아니라 콘크리트벽돌로 만들 시설물과 윤노리 그리고 그라스류 등을 식재해 관리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정원은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경시설을 작동하지 않은 것만 빼면 공원에 잘 묻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쉬어가는 정원’을 통해 가졌던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원을 하나 하나 볼수록 기대감은 아쉬움으로 변해갔다.

공원 내 조성된 모델정원, 실험정원, 시민정원 그리고 재활용정원, 야생화정원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초화 또는 잔디가 식재된 공간에 토끼풀, 개망초 등 잡풀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정원을 장식했던 소품, 장식품, 화분 등은 흔적없이 사라진 곳이 많았다. 심지어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운 정원도 눈에 들어왔다.

모델정원의 경우 ‘도시의 눈동자’는 벽면녹화가 휑하게 변해 있고, 깔끔하고 화려한 타일로 만든 폰드는 자갈과 돌로 채워 있다. 자작나무 몇 십그루가 식재됐던 ‘자작나무숲 정원’은 박람회 이후 고사해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작나무 대신 초화를 식재했지만, 풀인지 초화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곡우정’의 경우 고여 있는 물에 이끼가 껴 초록색 물로 변한지 오래고, 안개분수로 아름다움을 발산 하던 ‘빛의 메타포’정원은 박람회가 끝난 이후 안개분수의 작동이 멈췄다.

실험정원이나 시민정원의 부실한 관리도 매 한 가지다. 텃밭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사고 팔수 있는 정원을 지향했던 ‘가드너스마켓’은 망가진 판매대만 여기저기 흩어진 채 놓여 있다. ‘허준의 정원’ 바닥에는 엣지가 훤하게 드러난 채 발에 걸리기 일쑤였고, 뒤편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1평 남짓 공간에 조성했던 시민정원은 푯말을 통해 이곳이 정원이었음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외형적으로는 계단식 플랜트 박스 위는 텃밭으로 사용하면서 플랜트 박스 안에서 닭을 키우던 ‘공간창조’정원은 올 초 철거 되어 푯말만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했던 ‘재활용정원’은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인지 잡초만 무성히 자란 공간으로 그대로 놓여있고, 바로 옆 야생화 정원 역시 야생화인지 잡초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방치되어 있다.
 

▲ ‘2012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됐던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2년전 모습. 모델정원 '자작나무 정원'
▲ ‘2012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됐던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현재 모습. 모델정원 '자작나무 정원' 수십주의 자작나무는 모두 고사했다. 이후 초화를 식재했지만, 잡초와 구분이 안된다

 

 

 

 

 

 

 

 

 

 

 

 

 

 

▲ 모델정원 ‘도시의 눈동자’ 2년 전 모습.

 

 

 

 

 

 

 

 

 

 

 

 

 

 

▲ 모델정원 ‘도시의 눈동자’ 현재 모습. 화려했던 폰드에 자갈과 돌로 가득 메워져 있다

 

 

 

 

 

 

 

 

 

 

 


물론, 27개 정원 모두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저 관리형으로 조성된 정원들은 나름 분위기 있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철근을 활용해 만든 ‘둥지채원’에는 덩굴식물이 철근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고, 텃밭에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작가 의도가 충분이 반영되고 있다. ‘쉬어가는정원’이나 ‘인생길정원’ 등도 큰 훼손없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참여정원인 ‘이노원’ ‘어린이정원’ ‘행복한 도시농부’ 등도 공원의 일부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초 프로그램 운영과 정원관리가 수원그린트러스트에 넘어오면서 공원 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지난 6월 공원전체에 대한 관리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수원그린트러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공원관리의 진일보된 점임에는 틀림없다. 이는 관리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현재 청소년문화공원의 정원에 대한 관리상태를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리주체 결정 못하고 보낸 1년 공백
사실 박람회를 계획하면서 시흥 옥구공원의 시행착오를 다시 밟지 않기 위해 관리시스템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는 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수원그린트러스트의 경험 및 전문가 부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던 참여작가 모임의 한계, 시에서 관리했던 지난 1년간의 공백 등으로 정리된다.

박람회가 끝난 시점인 2012년 12월께로 돌아가보자, 수원시는 관리방안을 놓고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시민참여형 관리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공감했지만, 공원관리 주체 선정을 놓고 경기농림진흥재단, 수원시, 수원그린트러스트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재단에서 관리시스템을 확립시킨 후 민간단체에 넘기자는 의견 이었고, 수원그린트러스트는 참여작가와 지역주민의 참여 의지가 충만해 있어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수원시는 수원그린트러스트가 경험이 없다는 점을,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시민참여와 역행한다는 점에서 관리주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대안으로 관리협의체를 구성해 관리주체로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이 또한 명확하기 결정하지 못했다.

이런 논의과정에서 시간은 흘러가면서, 지난 1년은 수원시에서 관리를 담당했다. 그리고 올해 초 수원그린트러스트에 프로그램과 정원관리를 위탁했고, 지난 6월에는 청소년문화공원 전체의 운영 및 유지관리를 위탁하는 민간위탁 계약을 통해 수원그린트러스트에서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청소년문화공원의 민간위탁이 1년여 늦어진 이유에 대해 수원시는 도시공원녹지 조례 개정을 통한 법적근거 마련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주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그린트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례에 그린트러스트를 육성 발전시킨다는 내용은 담았지만, 도시공원녹지 조례에 공원시설 관리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5월말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법제도 마련으로 인해 시간이 소요됐음을 언급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보면 수원그린트러스트의 공원관리 경험부족과 전문가 부재도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원그린트러스트는 경기정원박람회가 열리기 3달 전쯤 공식 출범했다. 특히 정원전문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정원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는 단체에 관리를 넘겨야 하는 시 처지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경기농림진흥재단에서는 수원그린트러스트의 비전문성에 대해 언급한다. 재단 관계자는 “수원그린트러스트는 전문가 없이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정원을 관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전문가가 정원에 대한 콘셉트를 잡은 후에 관리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부분이 취약하다”며 수원그린트러스트의 취약점을 지적했다.

수원그린트러스트는 경험부족과 전문가 부재라는 취약점을 인식해 참여작가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고자 했다. 지금도 그 방안이 진행 중이다.

실제적으로 참여작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몇 번 진행했다. 하지만 참여 작가의 참석률이 높지 않아 기대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실험정원‘가드너스마켓’2년 전 모습.

 

 

▲ 실험정원 ‘가드너스마켓’현재 모습. 망가진 판대가만 방치되어 있다

 

 

 

 

 

 

 

 

 

 

 

 


시민정원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박람회가 끝난 이듬해 봄에 수원그린트러스트에서 보식을 위한 식물리스트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다. 그리고 이후에 가보니 전혀 다른 식물이 일괄적으로 식재되어 있었다. 이는 작가의 의중 보다 자체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동 가능한 허브 혹은 초화류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앞으로 시민정원 조성시 이런부분은 전문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작나무숲 정원’을 조성했던 정주현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는 “자작나무를 가을에 식재하다보니 하자가 발생한 것 같다. 지난 번 작가모임 때 자작나무 식재를 요청했는데, 예산부족을 핑계로 식재를 안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정 대표는 “정원박람회에서 가장 중요한건 유지관리다. 그래서 박람회 계획단계에서 유지관리 계획까지 명확하게 수립해야하며, 행사 이후에는 유지관리 프로그램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경기도에서 유지관리비를 일정정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정원관리를 맡아오고 있는 수원그린트러스트는 지난 1년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유문종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올해 초부터 시민봉사자 중심으로 정원관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박람회가 끝난 이후 시에서 관리한 1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1년의 공백이 관리에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아직 관리해야 할 곳이 많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나갈 계획이다. 훼손된 정원은 작가와 시 협조를 통해 단계적으로 보수해 나갈 것이며, 훼손 상태가 큰 정원은 논의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활용방안도 고민할 것”이라며 향후 관리계획을 밝혔다.

유지관리 고려한 정원으로 조성해야
정원에 대한 관리는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존치를 위한 정원이라면 조성 때 화려하게 보여주기식 정원보다는 유지관리를 고려한 저관리형, 지속가능한 정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시를 목적으로 조성된 화려한 정원의 경우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수경시설이나 전기의 경우 수질, 동파, 비용문제 등으로 이어져 애로사항이 많다”고 지적 한뒤 “관리를 고려한 정원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문종 이사장 역시 유지관리 방안으로 유지관리를 고려한 정원 조성, 계획단계부터 주민과 지역사회의 참여 보장, 명확한 관리주체 선정 등을 제안했다.

유 이사장은 “계획단계부터 주민과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만이 추후에 유지관리까지 참여할 수 있는 책임감이 주어진다”며 계획단계부터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참여작가도 이름을 걸고 정원을 조성하는 만큼 관리에도 적극 참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소장 역시 전시목적의 정원과 존치시키기 위한 정원은 구분해서 조성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독일의 정원박람회는 도심녹지 확보와 도시재생 차원에서 공원을 조성한 후, 그 안에 전시 목적의 다양한 정원을 조성해 6개월여 동안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박람회가 끝나면 정원은 철거하고 공원만 남겨 관리하게 된다”며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독일 정원박람회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첼시플라워쇼에 가깝지만, 정원을 존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정원을 반영구적으로 존치시켜 관리한다는 것은 유지관리비가 책정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지적한 뒤 ”존치를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다면, 이벤트성 정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의 관리에 대해 박람회를 주최한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수원그린트러스트를 통한 민간위탁을 대안으로 삼고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해 유지관리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10월 안성에서 개최되는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시에서 관리하다 시민정원사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최연철 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장은 “박람회가 개최될 안성맞춤공원에는 안성시 시설팀이 상주해 있어 기존 공원보다 관리가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한경대에서 공부하는 시민정원사가 안성맞춤공원의 유지 관리에 참여하고 있는데, 시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따라서 시설팀에서 관리를 책임지고, 시민정원사들이 실습일환으로 직접 참여해 관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관리 계획을 소개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노후화된 공원을 리모델링해서 공원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포부 아래 올해 3회째를 맞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행사 이후 관리는 많은 허점과 문제점을 남긴 게 사실이다.

시흥 옥구공원 보다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관리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점에 대해서는두 말 할 것 없다. 그럼에도  정원 자체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안성에서 개최될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두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지난 두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기농림재단과 안성시가 더 세심하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폐자재 이용한 텃밭 전시장. 2년째 방치되어 있다.

 

▲ ‘야생화정원’현재 모습. 야생화와 잡초가 구분이 안된다.

 

▲ 시민정원‘공간창조’2년 전 모습.
▲ 시민정원‘공간창조’현재 모습. 올해초 철거됐다.

 

 

 

 

 

 

 

 

 

 

 

 

▲ 시민정원‘생태교통정원’2년 전 모습.

 

 

 

 

 

 

 

 

 

 

 

▲ 시민정원‘생태교통정원’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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